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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색토끼 Jun 19. 2020

엄마의 취미

"아이고, 내가 다신 담그나 봐라!"


우리 엄마의 취미는 김치 담그기다.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의 지인들이

대부분 농사를 짓고 계시는데

때가 찾아오면


"무 뽑아 가라."

"열무 남았다. 다 가져가."

"너희 주려고 배추 남겼어. 가져가.

온 김에 저기 쪽파도 뽑아가고."


우리는 복도 많지.

여기저기서 생각해주는 마음에

늘 배가 부르다.

그러면 엄마는 금은보화를 얻은 듯

환한 미소로 재료들을 몽땅 가져오신다.

결국 엄마의 취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해도 되겠다.


느지막이 집으로 돌아오면

마당 전등불 밑에서 재료들을

다듬으시는 엄마의 모습을 자주 보곤 했다.


"미쳤어. 미쳤어.

엄마 또 김치 담근다."

멋쩍은 미소를 지으시며 나를 맞이한다.


"아! 엄마 좀 그만 담가.

힘들게 고생을 하고 그래."


"너랑 니 동생 열무김치 좋아하잖아.

그래서 담가봤지."


"어이구! 못 말려 정말!"


엄마를 나무라지만

그것이 엄마의 사랑 표현 중 하나인 거 같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주변 사람들의 애정으로

그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냉장고 속엔 김치가 항상 가득하다.


타향살이 한지도 이제 10여 년이 되어간다.

늘 외롭고 지치는 생활 속에서도

엄마의 김치는 늘 나에게 위로를 해준다.

엄마의 사랑은 늘 나에게 위안을 준다.


우리 모두 뜻하지 않게 고립되어 있는

요즈음

엄마의 김치는

보이지 않지만 마치 탯줄처럼

고향집, 그리고 가족들과

나를 연결해주고 있다.


"엄마, 늘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무뚝뚝한 아들은 오랜만에

집에 전화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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