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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i Apr 18. 2021

치료? 미술활동? 미술치료의 정체성과 성장

미술치료의 체계적 성장, 그 시작점에서

미술치료 현장에서 임상을 하고 경력을 쌓아나가다 보면 어느 곳에서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미술치료사의 개입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적응을 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우선 미술'치료'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병원과 더불어 심리센터, 발달센터에서는 치료형 접근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미술심리활동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사회복지시설, 학교, 돌봄 센터, 방과 후 교실 등에서는 예방형 접근이 이루어진다. 


그러면 치료형과 예방형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선행 치료사들과 연구자들은 치료형과 예방형의 차이를 목표에 두고 있다고 했는데, 더 정확히는 '목표의 범위'라고 생각한다. 두 곳 모두 대상자를 위한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수행해나가는 과정은 동일하지만, 미술치료사의 개입방법은 차이를 보인다.

미술치료가 처음 태동한 것이 20c초, 정신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술을 시행하고, 자료로 남은 작품들을 통해 그들의 상태를 분석하면서이다. 미술이라는 창작의 중요성을 느끼고 이를 통해 환자의 무의식과 인지상태를 탐색하며 시행된 것이니 '미술치료'라는 이름은 치료형 현장에 더 어울리는 듯하다. 

하지만 미술치료, 미술심리, 미술심리상담, 미술심리활동 등 다양한 이름 아래 시행되는 현재의 상황을 볼 때, 미술치료사의 발전과 당위적 가치는 시대적 니즈를 어디까지 확장해 접근할 것인가에 따른 유연한 적응이 필요하다. 어떤 미술치료사는 치료가 아닌 '활동', '진행'이라는 단어 사용에도 민감함을 나타내곤 했는데, 애당초 융합이 학문 정체성인 미술치료가 가져야 할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활동, 진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미술치료와 미술치료사가 지니는 가치나 자격이 훼손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격을 규정하고 운운하는 단어에 포커싱을 맞추기보다는 본질적으로 어떻게 미술치료를 전문성 있게 발전시킬까를 더 고민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학문의 전문성은 무엇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미술치료는 심리, 미술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 대상 학문인만큼 무엇보다 지금까지 누적된 실증기반 경험 데이터들을 토대로 체계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의학, 복지, 교육 등 인간 대상 학문뿐만 아니라 다학제적으로 연계성을 가지고 학문을 확장시켜나가는 가운데 있기 때문에,  여타 학문을 접목하고 발전시켜나갈 때 한계를 설정하거나 우월성만을 강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이전까지 과학적, 윤리적 범위를 어느 정도 눈감아 주던 만성적 허용 또한 점차 사라지고 있어 학문 정체성을 발전시켜나가는 연구의 엄격성, 신뢰성이 확보되어 가는 중이다. 인간 대상 연구의 윤리성은 IRB 필수 시행을 통해, 꼭 연구가 아니더라도 내담자 작품 활용이나 치료과정에 대해 참여자 구두동의가 아닌 서면을 통한 명확한 확인 과정과 이해를 통해 전문적이고 신뢰 로운 학문의 토대를 쌓아나가고 있다. 다른 학문에서는 당연시되는 부분들이 늦게나마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학문적 이론, 현장 경험을 쌓아나가면서 미술치료사의 가치관과 소신, 달라지는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등이 꼭 갖추어져야 한다. 사실 앞서 치료형과 예방형을 분리해 설명했지만 그 둘은 연계되어 있는 것이고, 어떤 현장에서 활동하느냐에 따라 그 비율이 달라질 뿐이다.

미술치료가 체계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그 시작점에서, 미술치료사들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예술이라는 창조적 영역을 통해 인간의 건강한 성장과 적응적 능력을 조력한다는 전제는 변함이 없으며, 이를 과학적, 윤리적 접근으로 체계화시키는 과정은 어느 학문이던지 겪었을 성장통이다. 

결론은 미술치료 학문의 본질을 잊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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