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과잉시대에 대처하는 법
요즘보다 모르는 것에 관대한 시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다면 어디서든 누구든 쉽게 정보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대화를 하는 중에도 잠시 눈을 돌려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직장에서도 모르는 문제가 발생하면 대충 둘러대고 빠르게 검색한 뒤에 알아내는 경우가 많아졌죠. 그 짧은 시간에 정보를 찾아낸다는 것이 몰랐다는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어디서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기억하고 있는 사람보다 잘 찾아내는 사람이 더 유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검색 의존적 사고를 하고 있는 건 아닌 지 자문해 봐야 합니다. 검색 의존적인 사람은 찾은 정보를 좀처럼 기억하려 하지 않습니다. 기억하지 않아도 주변에 많은 메모와 검색창이 이를 잘 대체해주기 때문이죠. 기억은 왜곡될 수 있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는 정확하니 검색이 더 효율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반복적인 검색이 알고 있는 정보를 왜곡시킬 수 있고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무엇이 사실인지 몰라 기억하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가 맞아도 인터넷의 잘못된 내용을 더 신뢰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물론 검색을 하지 않을 수 없겠죠? 인터넷에서 정보를 대하는 태도를 이렇게 바꿔 보는 건 어떨까요?
중요한 정보는 필요할 때마다 검색하지 말고 기억합니다. 중요 정보가 머릿속에 있다면 빠르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메모해 두는 것도 의미 없습니다. 쌓아둔 메모 더미를 뒤지는 것과 온라인 메모 서비스에서 검색하는 것과 포털 사이트를 띄워놓고 검색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검색이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더 나은 방법일지 모릅니다. 중요한 정보를 보면 메모하거나 나중에 검색하자는 식으로 넘기지 않고 기억 의도를 가지고 콘텐츠를 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암기법 있다면 사용하되 빠르게 암기할 수 있는 방법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알파벳을 숫자와 매칭 시켜 기억해 놓으면 알파벳을 숫자로 외우거나 숫자를 알파벳으로 외울 수 있겠죠. 알파벳에 사람 이름을 넣어 스토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많은 정보를 웹에서 찾았을 때 행동을 주저하게 되지만 필요한 정보를 단단히 기억하고 있다면 수월하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암기에 어울리는 비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에는 정보를 저장하고 실행하는 간단한 메커니즘이 존재합니다.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정보를 RAM 메모리로 불러와 CPU가 그 위에서 정보를 수행하는 것이죠. CPU가 하드디스크에 직접 접근해서 수행하는 경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없습니다. 우리가 메모/검색을 통해 정보를 불러와 머릿속에 떠올리고 행동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요? 하드 디스크가 큰 컴퓨터는 좀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지만 RAM이 큰 컴퓨터는 수행 속도 향상을 꾀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 RAM의 크기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에 암기하고 다시 꺼내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동료의 결혼날을 알파벳으로 바꿔 외워보거나 근처 자주 가는 곳을 기억해두었다가 요소별로 끊어 기억할 대상과 매칭 시킬 수도 있습니다. 저는 웹사이트 암호를 도메인 주소와 연결 지어서 알고리즘을 만들어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로그인할 때마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암기력을 기르는 데는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런데 암기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적어두지 않는 것입니다. 시험공부를 떠올리면 적어야 머릿속에 기억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 경우는 엄연히 다시 봐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보는 방법도 규칙적이고 각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지만 효과적입니다. 사실 적는 행위 자체는 암기에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그보다 머릿속 회상을 돕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RAM에 정보를 올리기 위해서 하드디스크를 뒤적뒤적 거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니 평소에 암기할 때마다 적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면 힘들어도 적지 않고 기억하는 습관을 길러보시길 바랍니다. 검색과 메모에 의존하지 않고 기억하고 회상하는 연습이 잘 되면 비로소 머릿속 RAM의 크기가 커졌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암기력은 머리가 좋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러니 중요한 정보를 머릿속에 두고 술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고 저 사람은 천재이지 않을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암기는 훈련으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이고 기억력 챔피언을 취재한 저널리스트(조슈아 포어)가 이듬해 기억력 챔피언이 된 일화도 이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정보가 웹에 올라갈 거라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더 큰 정보 범람의 시대를 맞이하여 잘 찾는 사람보다 많은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