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 간 따따 소피아 Diary #6

꼬꼬마 수정과

by A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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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마 수정과


아프리카 모로코에 겨울이 왔다.


아프리카는 1년 내내 무더위에 뜨거운 태양아래 불타오를 것만 같았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직접 경험해 보니 이 곳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한국처럼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나의 체감온도는 꽤나 쌀쌀한 겨울날씨였다.


그래도 아프리카인데 추워봤자지 얼마나 춥겠어 생각할 수 있지만,

모로코의 겨울은 전기장판 없이는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고

집안에서 문을 모두 닫고 앉아있는데도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고

이불 속에서 손만 내밀고 컴퓨터를 하면 손이 꽁꽁 어는 정도로 춥다.

한국의 온돌문화가 얼마나 위대한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너무 추웠던 모로코의 겨울


이런 날씨인 탓에 난 월동 준비를 서둘렀다.

한국에서 올 때 옷 대신 고추장, 된장, 다시다 등 먹을 것으로 가득 챙겨온 난

현지인들보다 옷이 없어 비루한 외국인이었다.

그런데 심지어 겨울이니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얼마나 비루하던지.

이참에 수도에 갔던 날 큰 맘 먹고, 겨울옷과 가죽 자켓, 겨울부추를 샀다.

한꺼번에 옷을 하도 많이 사서 옷가게 주인이 나에게 얼마나 잘해 줬는지 모른다. 후후후.


어쨌든 월동준비도 하고 새 옷도 입어 따뜻한데 뭔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

그래서 부족함의 허전함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난

내 기억 속 저 깊은 곳의 감각들을 되살려 나의 겨울 속 달콤한 기억의 한 조각을 찾아내었다.


어린 시절 추운 겨울이 되면 달달하고 시원하게 먹던

할머니가 끓여주신 수정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입안에 군침이 돌면서 추억의 그 수정과가 너무나 먹고 싶어졌다.

어떻게 먹지? 아프리카에서 수정과라니.


하지만 요즘 이것저것 요리에 재미 붙인 난 까짓것 난생처음으로 수정과도 끓여보기로 했다.

워낙 아프리카에는 다양한 향신료들이 많은데

예전에 동네 시장에서 보아두었던 '계피와 생강'이 생각나 퇴근하는 길에 계피와 생강, 설탕을 사왔다.


자, 그럼 만들어 볼까?

먼저 인터넷으로 수정과 레시피를 찾아서 훝어 보았다.

생각보다 너무나 간단한 수정과 레시피에 그동안 왜 할머니가 수정과를 만들어주시기만을 기다렸던 걸까 라는 한순간의 허무함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역시 할머니가 해주는 손맛은 단지 레시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닌 할머니의 깊은 경험과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맛이며 난 단지 수정과가 아닌 그 사랑의 맛을 그리워하는 것이겠지. 추억도 잠시 난 레시피에 따라 커다란 냄비에 물과 계피, 생강을 넣고 우려내기 시작했다.

잘잘 우려낸 후에는 달콤한 설탕을 듬뿍 넣어 달달한 맛을 내었다.


그리고 중불에 1시간 정도 끓였을까

수정과의 검은색은 흑설탕이 아닌 계피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깨닫는 것과 함께

온 집안 가득 퍼지는 생강과 계피 향에 무한한 행복감이 나를 감싸 안았다.


아 ~ 행복하다.


온 집안 가득베어 버린 이 수정과 냄새가 나를 할머니의 수정과를 기다리며 하루에도 몇 번이고 냉장고를 열어 수정과를 홀짝 홀짝 꺼내 마시던 꼬꼬마였던 어린 시절로 데려가는 듯했다.


시간은 흘러 나이를 먹고 추억의 장소와 음식이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는 한순간 코끝을 스치는 냄새에서 찰나의 순간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고 미소 지으며,

그 추억들을 먹으며 힘을 내어 살아가나 보다.


지금 내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꼬꼬마 지선이로 돌아가 있는 것처럼.

오늘은 이 달달한 수정과 한 잔과 계피 향을 맡으며 편안히 잠 들 수 있겠구나.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게,


그 옛날 꼬꼬마 아이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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