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그스름
마음이 어지럽다. 정처 없이 떠도는 정신, 영양 없어 부스러지는 머리칼, 세상에 있는 듯 없는 듯. 이곳도 저곳도 아닌 채, 뿌리내리지 못하고 지쳐 잠이 아닌 생존을 택하는 나날.
생과 사에 있지 않고 진리에도 없으며 자신을 갉아먹힌다. 맹랑한 사건들 사이, 일도 아니하고 시간을 삼키는 인간이여, 무엇을 향하는가. 그대의 장대한 기개는 다 어디로 갔는가. 하늘이 두 쪽 나도 포기하지 않을 것 같던 꿈을 가장한 욕심들이여. 용기를 가장한 두려움이여. 이제는 거품처럼 터져간다.
서로를 죽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여, 합리의 자식들이여, 남의 위에 있고 싶은 욕망은 끝이 없다. 모두가 입을 모아 '돈'을 외치는 세상이여, 내가 더 잘난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발악하는 땅이여.
그 발악에 속하지 않을 것이란 무지한 말도 이제는 뱉고 싶지 않다. 누구보다 내가 그러하니까. 누구보다 가장 큰 욕심에 사로잡힌 이기적인 나란 인간이여. 이제 어디로 향할 것인가.
광대를 욕하던 세상에서 이제는 모두가 광대가 되지 못해 안달이 났다. 자신을 사랑하는 시대여, 추악한 이타를 가장한 이익의 낯을 드러내라.
확신을 가장한 기만이여, 믿음을 가장한 거짓이여, 이해를 가장한 판단이여, 배려를 가장한 계산이여, 누가 마지막에 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