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의 서재 #1
[기사]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3/11] 정년퇴임 한 스페인문학의 권위자, 민용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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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은 책이다. 교수님께서 보시기에는 돈키호테라는 인물을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민용태 : 오늘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봅니다. 오늘 한국사회가 돈키호테 같은 인물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꿈을 좇는 사람, 이런 의미인가요?
민용태 : 그것도 맞습니다. 또 이상을 좇는 사람, 그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위선을 파괴하는 사람.
박인규 : 가식 없는 사람, 솔직한 사람
민용태 :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오늘 한국사회에 필요하다는 얘기는 뭐냐면
박인규 : 한국 사회에 그런 사람이 별로 없다는 말씀이시네요.
민용태 : 그렇죠. 지금은 우리 정치계를 봐도 위선 투성이 입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위선으로 거짓말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위선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우리 문화코드죠, 사회가. 돈키호테가 나올 사람이 아니죠. 사실 50 남짓 해서 제 몸 추스르기도 힘든 사람입니다. 책만 많이 읽고 이러는데요, 어느 날 문득 오늘 이 썩어빠진 사회가, 양심 없는 사회가, 중요한 얘깁니다.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 기사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행동하는 지성으로 바뀌는 겁니다. 시골에 앉아서 책만 읽고 있는 게 아니라 직접 이 사회를 직접 개혁하는 사람으로 나서겠다는 겁니다. 우스꽝스러운 얘기죠 사실, 노망이죠 노망. 그러나 기사, 기사는 창으로 사람을 때리고 이런 거 아닙니까? 그 기사가 되겠다고 나선 겁니다.
박인규 : 많이 알려진 게, 풍차에 덤벼들기도 하고...
민용태 : 그렇죠. 그러니까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짓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확신범입니다. 돈키호테는. 그렇잖아요? 소신으로 행동에 옮기는. 그러니 행동하는 지성이죠. 그래서 이 사회에 참으로 필요한 것은 자비와 양심이라고 봅니다. 기사가 뭐하느냐, 자비와 양심을 모르는 자를 공격하는 겁니다.
박인규 : 이 사회에 돈키호테가 필요하다
민용태 : 왜 필요하냐면 우리 사회는 양심이라는 걸 잃어버린 지 오래 됐거든요. 또 진정으로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계속 우리 정치도 자기 파 싸움만 해대고 있는 걸 보면. 그렇잖아요? 돈키호테 같은 분이 와서 너무나 놀래키면서 또 웃기면서, 끝내는 웃기거든요. 그러면서 스스로의 슬픔으로. 돈키호테가 미친놈이 아니라 내가 미친놈이었구나를 느끼게 하는 그런 신선한 자극제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박인규 : 저도 아직 돈키호테를 제대로 못 읽어봤는데 선생님 만난 김에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민용태 : 참 감동적인 대목 하나 말씀드릴까요? 미쳐가지고 돌아다니니까 엄청 얻어맞았어요. 나중에 양떼한테, 완전히 인간의 몰골이 아니게 됐는데. 동네 사람이, 옆집 사람이 지나가다가 보니까 이 사람이 다시 돈키호테... 오, 만토아 백작님, 어떻게 왕림하셨습니까. 한심스럽잖아요. 그러니까 이 사람아, 나 만토아 백작도 아니고 자네도 돈키호테가 아니여. 우리 앞집에 사는 착한 알론소 영감 아닌가, 정신차리소. 이러니까 딱 대답이, 이게 명언이야. 난 내가 누군 줄 아네. 날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난 내가 누군 줄 알아. 그러나 나는 세계의 가장 영웅적인, 프랑스의 12영웅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또 알고 있네. 돈키호테는 두 가지를 아는 사람이에요.
박인규 : 자기가 누군지 알지만
민용태 : 그렇죠. 사실을, 현실을 압니다. 그런데 꿈을 갖고 있는 것. 또 이 꿈을 버릴 수 없는 것. 말하자면 가장 위대한 영웅이 돼서, 이 사회가 정말 정의로운 사회여야 되고 양심있는 사회여야 되고 모두가 사랑하면서 살아야 되는, 그것에 대한 여망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이야. 어때요? 가장 정상적인 사람이죠?
박인규 : 자기를 제대로 알면서도 꿈을 버리지 않는 사람. 말씀 듣고 보니 정말 돈키호테가 많이 필요한 사회인 것 같습니다.
민용태 :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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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본문 중 발췌
가식없이 솔직한 사람.
위선을 파괴하는 사람.
현실을 알지만 꿈을 버리지 않는 사람.
자비와 양심을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자비와 양심을 모르는 자를 공격하는 기사.
"돈 키호테"
허황된 꿈을 좇는 미치광이 정도로 생각했던 그 캐릭터가 이렇게도 멋진 사람이었나?
지금 우리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은둔하는 현자가 아닌 "행동하는 기사"가 말이다.
:
20150718Sat0332 in Seoul
To dream the impossible dream
To fight the unbeatable foe
To bear with unbearable sorrow
And to run where the brave dare not go
불가능한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슬픔을 참으며
용사들도 감히 가려 하지 않는 길을 달리고
To right the unrightable wrong
And to love pure and chaste from afar
To try when your arms are too weary
To reach the unreachable star
바로 잡을 수 없는 불의에 맞서고
먼 곳의 순수와 순결을 사랑하며
비록 이 몸 지칠지라도 일어서
닿을 수 없는 별을 잡는 것
This is my quest
To follow that star
No matter how hopeless
No matter how far
이것이 나의 임무
저 별을 향해 나아가는 것
아무 희망이 없어 보여도
아무리 먼 길이라도
To fight for the right
Without question or pause
To be willing to march into Hell
For that heavenly cause
옳은 것을 위해 싸우리.
의심도 휴식도 없이.
신성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지옥에라도 뛰어들리.
And I know if I'll only be true
To this glorious quest
That my heart will lie peaceful and calm
When I'm laid to my rest
그리고 나는 아네.
내가 이 영광스런 도전에서 진실될 수 있을 때에만
내 심장이 안식 속에서 평온할 수 있다는 것을.
And the world will be better for this
That one man, scorned and covered with scars
Still strove with his last ounce of courage
To reach the unreachable star
그리고 세상은 보다 나아지리,
조롱당하고 상처로 뒤덮인 한 남자가
여전히 마지막 용기 한 줌을 끌어내어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그 별에 닿으려 기를 쓴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