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의 블라블라 #2 - Documentation과 Archiving
요즘 들어 점점 "기록(Documentation)"과 "보관(Archiving)"이 우리네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가는 중이다.
우리가 과거의 사건이나 어떤 사람의 생각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이 두 개 - 기록과 보관 - 의 힘이다. 조금 심하게 이야기한다면, 기록이 없다면 실제 일어난 일도 없었던 것과 다를 바 없다. "말"은 어떨까? 그것은 기록이 아니다.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것이 얼마나 금세 변질될 수 있는지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 불과 1달 전의 사건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인간은 모두 제각각 자기 자신이라는 필터링을 거쳐 현상을 이해하기 때문에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그렇게 신뢰할 만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기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타이밍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난 그때 당시. 그때 받은 고유한 느낌. 머릿속에 퍼뜩 떠오른 어떤 생각. 이런 것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그 신선도가 떨어져간다. 마치 뚜껑을 열어버린 통조림 캔처럼.
그런데 이 사실을 알고 있어도 기록을 바로바로 하기는 어렵다.
그건 바로 기록이 가진 고유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 "말"은 금세 없어지기에 그것을 판단하는 사람의 수도 적고 그것을 오래 기억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글이나 그림, 영상은 다르다. 한 번 기록된 것은 쉽게 없어지지 않으며, 그것이 바깥으로 공개될 때, 두고두고 열람되고 판단된다. 그것도 말 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기에 말에 있어 과감하게 내뱉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기록을 함에 있어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그 기록의 공개에 있어서는 더더욱 조심스러워한다. 기록이 가진 특성은 누구나 쉽게 두려워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기록의 타이밍이 너무 늦어진다면. 혹은 기록조차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두려움에 지지 말자. 기록의 질이 엉망이면 또 어떤가? 그때 그 순간만이 가질 수 있는 생생함은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아무리 엉망진창인 기록(Documentation)이라도 그것들이 쌓여 이루어진 "보관(Archiving)"은 반드시 그 기록자(Documenter)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보답으로 돌아온다고 난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어찌 보면 보관(Archiving)은 시간이 지나 썩어 없어지는 채소를 영구적으로 보관하는 냉장고와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 채소를 보관할 생각도 하지 않아 무의미하게 버리거나,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요리할까 너무 오래 고민하다가 상한 채로 냉장고에 넣기도 할 것이다. 엉망진창이라고 하더라도 생생한 기록은 일단 신선한 상태의 채소를 냉장고에 넣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
일단 무언가 떠오르거나,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면 바로 기록하자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그래. 신선한 채소가 있다면, 요리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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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31Fri0526 in LA. 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