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빛

by 리도씨

바람이 잠든 새벽이었다.

온 세상이 잠시 멈춘 듯 고요한 그 시간, 나는 창을 열고 깊은 숨을 들이켰다. 차가운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오고, 내 안의 오래된 생각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세상이 아직 조용할 때, 가장 선명하게 들리는 것은 내면의 소리다. 그것은 말이 아니었고, 문장이 아니었으며, 단지 하나의 울림이었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빛을 안고 태어난다.

어떤 이는 그 빛이 눈처럼 반짝이고, 또 어떤 이는 불꽃처럼 타오른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점점 그 빛을 감춘다. 남의 시선 속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그리고 너무 오래 비교당한 자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잃는다.


내가 나를 잊고 살았던 시간들이 있었다.

바쁜 하루, 해야 할 일, 지켜야 할 관계들 사이에서 나는 조금씩 흐려졌다. 나라는 존재가 아닌,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직원, 누군가의 친구로만 살아가며 ‘나’를 부르지 않게 되었다. 거울 앞에 서도, 사진 속 나를 봐도, 그 속의 나는 나 같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우연히 마주친 한 문장이 나를 멈춰 세웠다.


“진짜 너는, 네가 가장 자유롭다고 느낄 때 비로소 나타난다.”


그 말을 읽는 순간, 심장이 뛴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꼈다. 나는 언제 가장 자유로웠을까. 어릴 적, 낡은 피아노 앞에 앉아 아무도 듣지 않는 멜로디를 만들던 그 밤. 바다를 처음 보던 날, 벗은 발로 파도와 장난치며 웃음 짓던 순간. 그리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내 마음을 거짓 없이 내어주던 그 봄.


자유로웠던 그 시간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는 나를 감추지 않았고, 나를 꾸미지 않았으며,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삶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지금의 너는 진짜 너인가?”


우리는 그 질문을 피하려 한다. 대답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질문은 멈추지 않는다. 때로는 실패의 얼굴로, 때로는 외로움의 그림자로, 때로는 고요한 새벽의 침묵으로 다가온다.


나는 이제 그 질문 앞에서 도망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나에게 가장 솔직해지는 시간은, 외롭고 고된 순간들이었다. 웃지 않아도 되는, 잘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숨만 쉬어도 괜찮은 시간. 그 시간에야 비로소 내 안의 빛이 깜빡이며 말한다.


“여기 있어, 나는 여전히 너야.”


빛은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촛불처럼 흔들리며, 때로는 별빛처럼 멀리 있지만 분명 존재한다. 우리는 그 빛을 믿어야 한다. 꺼져가는 것 같아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겨울밤, 낯선 도시의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다. 별 하나 보이지 않던 그 하늘 아래, 나는 혼자였고, 쓸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밤은 외롭지 않았다. 내 안의 작은 등불이 깜빡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빛이 꺼진다 해도, 마음속 등불 하나만 있다면 우리는 다시 걸어갈 수 있다.


살아간다는 건 빛을 잃지 않는 것이다. 아니, 잃더라도 다시 찾는 것이다. 더듬더듬 어둠 속을 걷다가도, 언젠가는 다시 그 빛을 만나게 된다는 믿음. 그것이 우리를 계속 나아가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등불이 된다. 내게는 그런 사람이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아준 사람,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준 사람, 눈물 흘릴 때 함께 울어준 사람. 그들의 말과 침묵이 내 안의 빛을 살려냈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말 한마디로, 따뜻한 눈빛 하나로, 작은 행동 하나로 누군가의 빛을 밝혀주는 사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빛나고 있다고. 지금은 그것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당신 안에는 분명히 빛이 있다는 것을. 때로는 흐리고, 때로는 지치겠지만, 그 빛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안의 빛은 사랑이다.

용기다. 진심이다. 그리고 그것은 늘, 가장 조용한 순간에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여기 있어,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 당신이 잊지 않았으면 해. 당신은 당신으로 충분하다는 걸.”


오늘 하루도, 당신 안의 빛이 따뜻하게 타오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빛이 누군가의 어둠을 밝혀주기를 바란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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