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였던 나에게 한줄기 빛이었던 단 한 권의 도서
산티아고라는 양치기가 양 떼를 몰고 어느 낡은 교회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나는 이때부터 산티아고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꼈다.
누군가와 함께..
다음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궁금하긴 했지만
그보단 지금 이 순간, 산티아고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갈지가 더 궁금했다.
자신의 꿈을 믿고 표지를 찾아가는 산티아고.
이 책에서는 "표지"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행운이나 우연이라고 하는 것들이
꿈을 믿는 자에겐 표지가 되어준다는 것.
꿈이 있고 믿음만 있다면
삶의 방향을 찾아주는 표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 표지를 믿고 따라간다면
꿈과 가까워질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책을 통해 다시 배우게 되는 과정은 정말 멋진 경험이다.
'표지'와 함께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자아의 신화" 그리고 "만물의 정기"이다.
자아의 신화라는 말이 처음에는 어색하게 들렸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나도 나만의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마크툽"이라는 단어.
모든 것은 이미 기록되어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의미다.
삶을 살아가면서 힘든 순간에 꼭 필요한 단어,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일에 좌절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이미 기록되어 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어날 예정이었던 일이니..
나는 종교는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믿음이 있어야 방향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이 책에서 나오는 만물의 정기, 연금술, 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마음속 깊이 와닿았다.
만물은 모두 하나라는 것.
만물의 언어는 "사랑"이라는 것.
이 모든 것을 깨우친 후에
마침내 피라미드에 도착한 산티아고.
피라미드에 도착하기까지의 긴 여정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산티아고를 보며 지나온 모든 순간(장면)들이 참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양치기였던 시절부터, 집시 노파와 늙은 왕을 만나고
도둑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고,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고,
오아시스에서 파티마를 만났던
모든 순간들이 지금을 위한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이 표지였던 것이다.
이야기가 끝난 후 에필로그에서 산티아고는 1부 첫 장면이었던 낡은 교회로 돌아오게 된다.
양들과 함께였던 그때와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긴 여행 끝에 자신만의 꿈을, 자신만의 보물을 찾은 산티아고는 바람 속에서 사랑하는 여인의 향기를 느끼며 기쁨을 느낀다.
그녀에게로 돌아가는 과정은 순탄할까?
그것 또한 긴 여행이 될까?
자아의 신화를 찾은 후에는,
자신의 꿈을 모두 이룬 후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연금술사를 읽는 내내
한 문장도 빠짐없이 머리와 마음속에 새기고 싶었다.
"...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편이 낫네.
그것은 그대의 마음이 그대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그대를 덮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야."
마음의 소리를 무시했던 나를 깨우쳐주었던 문장.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그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하나로 간절히 원했던 것을 포기했던 우둔함을 반성하게 했던 문장.
그리고..
행복이란 사막의 모래 알갱이 하나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고 했다.
모래 알갱이 하나는 천지창조의 한순간이며,
그것을 창조하기 위해 온 우주가 기다려온 억겁의 세월이 담겨있다고 했다.
"누군가 꿈을 이루기에 앞서,
만물의 정기는 언제나 그 사람이 그동안의 여정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시험해보고 싶어 하지.
만물의 정기가 그런 시험을 하는 것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네.
그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 말고도, 만물의 정기를 향해 가면서 배운 가르침 또한 정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세.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마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지.
사막의 언어로 말하면 '사람들은 오아시스의 야자나무들이 지평선에 보일 때 목 말라 죽는다'는 게지.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언제나 끝맺음이 어려웠던 나를, 인생의 진리를 배웠던 순간과
"그대 자신을 절망으로 내몰지 말게.
그것은 그대가 그대의 마음과 대화하는 걸 방해만 할 뿐이니."
절망의 늪에 빠져 눈앞의 모든 것을 가려버렸던 지난 시간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반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천지만물 중의 그 어느 것이라도 될 수 있어.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이해할 수 있어.
모든 게 다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니까...'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나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왔던 안개가 걷혀나갔다.
작가의 말에 쓰여있던 연금술사의 세 번째 부류,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 낸 사람들"
어쩌면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철학자의 돌을 발견한 걸지도 모른다.
그 돌의 위치를 알아낸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책이 나의 '표지'가 되어줄 것 같다.
당장의 변화는 없겠지만
나도 나 자신만의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고, 표지를 찾아가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곳에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하고 깨달음을 실천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철학자의 돌'을 품고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