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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ese May 23. 2024

주양육자의 '나 찾기'

현행 엄마의 주절거림

그러니까 이런 거다. 


대부분의 온라인 공부 모임이 7시에 시작한다. 나는 교사이다 보니 내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네 직장 타임 8to5의 라이프타임라인이 보편화되어 있고, 거기에 2시간 정도의 모임이 운영된다 치면은, 대부분 7시부터 9시까지의 모임을 선호하기 마련인 거다. 저녁 먹고 시작해서,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 더 늦지는 않게. 


그런데 우리 아기는 8시 넘어 잠든단 말이다? 내 남편은 퇴근하고 오면 빠르면 7시 반 야근하는 날은 8시 반.

내가 7시부터 모임에 참여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꼼짝없이 아기와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이니 말이다.

그래서 9시부터 모임을 하자고 건의를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피곤해하는 거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어쩔 수가 없는 거다.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이런, 그러니까 어찌 보면 조금은 사소할 수 있는 '포기해야 하는, 못하는 것들이 생김'의 연속이다. 이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약간은 '서러워'질 수 있다. 특히 '공부'와 같은 나를 찾는 영역은 찐으로 차순 오브 차순인데, 그러다 보니 으레 잉여타임으로 취급되곤 한다. ㅠ 근데... 아니 진짜 냉정하게 말해서, 주양육자이기에 발생되는 수많은 '못하는 것들'의 축적은 부양육자에게는 발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ㅠ 이걸 비교하며 처지를 비관하는 순간, 양육의 행복함과 즐거움에 대한 감정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이다. 


애를 낳았으니 당연한 거. 그래 맞다. 당연히 이전의 나에게는 없던 '역할'이 추가되었으니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엊그제는 우리 과연 둘째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주양육자를 하면서 계속해서 매일같이 일을 해야 하는 현 상황이 너무 벅차다는 게 나의 주된 요지였는데,  남편은 크게 생각이 없어 보여 제법 서운했다. 나는 갖고 싶은데 갖지 못하는 그 현실이 너무 속상했는데... 그냥 "자기야, 걱정하지 마. 내가 조금 더 힘내볼게." 라든가와 같은 따뜻한 리액션을 바랐건만ㅠ 뭐, 그 역시도 속 빈 얘기를 계속할 순 없는 노릇이었겠지. 안다.


아기를 낳고 나서 '나를 찾는다'는 문장은 정말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다. 그에 동반하는 '죄책감'까지. 양육자가 아닐 대부분의 세대들에게는 희망과 극복, 자기 관리의 메시징이겠지만, [현행 엄마]에게는 '나 찾기'와 '육아'가 반비례의 그래프를 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기가 6개월이 되는 날, 나는 이제 나를 찾겠다고 선언하고 아이와 함께 하는 행복한 나를 그렸었다. 그러나, 10개월이 된 오늘, 4개월 만에 처참히 무너진 현 상태에 무력함을 느끼는 중이다. 어느 때고 아기가 1순위였기에 후회는 없으나, 아울러 다른 어떤 엄마들에게보다 내 시간을 보장해주고자 주변의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희생해 준 것을 알고 있으나(압도적 감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욕심' 그래 욕심이었다, 욕심. 이 욕심만큼은 되지 못했고, 결국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남아버린 상황이다.


신기하다. 나의 삶을 뒤흔들 만큼의 어려움과 힘듦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왠지 글로 옮기니 되게 심각해 보이네. 그런 건 아니다. 나는 지금 즐겁고 밝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추구할 것들에 열심히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포기해야 하는, 못하는 것들이 생김'이 주는 이 다소의 불편감을 양지로 드러내야 더욱 건강하게 주양육자의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남겨본다. 


그래서? 아니 뭐 그렇다고. 

내 새끼는 엄청나게 귀엽고, 나는 둘째에 대한 나의 욕구도 '욕심'이라는 것을 인정했고. 그렇다는 거다. 뭐 바뀌는 게 있겠냐. 그저 어제 연초에 호기롭게 들어갔던 현대사 공부 모임을 탈회하고 든 소감+저녁 중에 남편에게 이야기를 꺼냈을 때 무반응에 대한 잠시의 서운+스터디 카페에서 간만에 시간이 나니까 주절대고 싶음 의 콜라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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