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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쌩전 Oct 01. 2021

9월의 문의 : 불변의 새옹지마

평균값을 올릴 것인가, 진폭을 줄일 것인가


9월이 이렇게 지나갔다니, 돌아보며 생각해보니 9월이 아주 납작하게 느껴진다. 많은 것을 했나 싶지만, 또 아무것도 안한 것 같고 아무것도 안했나 하기엔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했다. 그리고 좀 여유가 생기나 싶었지만, 그럴리가. 정말 그럴리가 였다.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Photo by ian dooley on Unsplash


9월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음, 질문을 정정하고 싶다. 무슨 일을 했는지 대답하고 싶다. 계속해서 정성적으로 얘기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고,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브랜드 언급을 피하게 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수량과 카테고리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9월에 나는 브랜드 두 곳과 브랜드 마케팅 일로 꾸준히 함께 하게되었고, 글로벌 패션브랜드의 겨울 캠페인 기획에 함께 했으며 (결과는 좋지 않았다) 새로운 파트너사가 생겼고, 이사갈 새로운 집을 계약했다. 중간 중간 미팅과 문서를 계속 만들었고, 함께 팀원으로 합류한 친구들과도 일을 해보고 있다. 추석을 지났고, 이제 그렇게 10월이 되었다.


가을을 기다리지 않았나?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가을은 그저 겨울로 가는 길목일뿐이며 오히려 애매한 온도를 가지고 애매한 옷차림을 하게 만드는 애매한 계절이다. 물론 싫지는 않다. 가을이 주는 낭만이 분명히 있다. 여름의 막바지에, 연말을 향해가면서 한해를 돌아보게 만드는 쓸쓸함. 해가지고 난 후에 찾아오는 서늘한 공기를 통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분위기까지. 물론 나도 좋다. 하지만 기다리진 않았다. 나는 여전히 겨울을 기다릴 뿐이다.


그럼 지금도 과정인가?

과정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아직도 내 일을 정확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유튜브 촬영을 겸한 미팅이 하나 있었는데, 무엇을 주특기로 가져오셨나요? 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은 '경력이요' 였다. 사실 대단한 경력도 아니고, 그렇게 긴 경력도 아니라서 경력이 대단하다는 말로 오해가 될까봐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나는 잡지도 만들어보고, 기획자로도 일해보고, PM도 해보고 카피라이터도 해봤고, 브랜드 마케터로서, 그리고 팀장으로서도 맛을 보았다. 그렇게 다양한 작업을 해봤던 것을 토대로, 오히려 당장 뭘 해야하는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정리를 하고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이 필요할 때 진입하여 일이 흘러가도록 도와주는 일들을 주로 하고 있다. 보통 그것에 기반이 되는 것은 텍스트가 되기는 하고 말이다. 보태서 말하자면, 텍스트가 기반이 된다는 것은 문서를 작성하고, 글을 쓰는 일들을 통해서 정리하는 것이 주 업무가 된다는 뜻이다.

사실 이런 일이 명확하게 어떤 일을 뚝 잘라내서 하는 것 같지가 않고, 적절하게 스며들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다. 특히 외주를 준다는 것이 쉽게 상상되지 않는 일이다. 그런 걸 해? 그런 일이 돼? 그런 질문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하고 있다. 심지어 꽤 잘되고, 찾는 곳도 더 생기기도 한다. 모호하지만 불안하진 않다. 이건 보통 어떤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에게도 가을이 온 것인가.

벌써 가을이라고 하면 좀 기분이 썩 기쁘진 않다. 사람의 인생을 한 해로 보았을 때, 사실 가을이 왔다는 것은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는 뜻일텐데 아직 내 나이가 그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으로 따지고 봤을 땐, 이제 여름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시점이 아닐까. 


10월은 어떨 것 같나.

바쁜 것은 비슷한 것 같다. 바쁘냐고 물어보면, 한가하진 않다고 대답한다. 그게 정확한 대답이다. 막 정신없이 바쁜 것도 아닌 것 같고, 또 그렇게 일하려고 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늘어지게 있을 수 있는 상황은 확실히 아니다. 이정도 일을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확장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꾸준히 고개를 든다. 그런 고민들의 형태를 구체화 시키는 과정이 될 것 같다. 그리고 10월에는, 좀 더 새로운 일이 생기거나 내가 조금 더 새로운 성장의 기점을 맞이하게 되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 자세한 말은 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있다. (웃음)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여행이 너무 가고 싶다. 아내와 이번 겨울에 북유럽에 가보자고 말은 던져놨지만, 아직 비행기 표도 사지 않았다. 당장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정신이 없다보니 그렇기는 한데, 아무래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그래야할 것 같다.


9월의 이야기는 이 정도인 것 같다. 매번 달이 지나서 한 달을 돌아보기 위해 글을 쓰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전달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음 달을 가늠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막상, 해야할 말은 하지 못하고, 할 수 있는 말은 모호하게 되는 것 같다. 어릴 적 일기처럼 말이다.


그래도 10월이다, 올해는 3개월 남았고 나는 또 이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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