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배우는 중입니다.

조용히 같이 머무르고 있음에

by 소서



나는 늘 서두르는 사람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맞추고, 하루를 쪼개 쓰며 살았다.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하고 싶은 게 많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밥을 먹을 때도, 운동을 할 때도, 늘 ‘오늘은 이래야 한다’는 계획이 앞섰다.

그렇게 나만의 빡빡한 리듬 속에서 바둥거리며 하루를 채워왔다.



그러던 중, 2024년 내 세상을 바꾼 존재를 만났다.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진돗개, 밤이.

그는 에너지가 넘치지 않고, 언제나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다.

바람이 불면 그 자리에 멈춰 서고, 풀 냄새가 나면 한참 동안 그 향에 집중한다.


밤이는 목적지가 없다. 산책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다.

항상 ‘다음’을 생각하던 나에게, 밤이는 ‘지금’을 즐기라는 여유를 건넨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와 함께하며 조금씩 느낀 것들을 남기고 싶었다.


이 공간은 그런 배움의 기록이다.

밤이와 함께 여행하며 필요한 것들, 느낀 감정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가는 변화들.

도로 위에서, 바닷가에서, 넓은 풀밭에서,

혹은 아무 일 없이 누워 있는 일요일 오후 거실에서 —


우리는 조금씩 ‘느림의 기술’을 익혀간다.


여기엔 화려한 여행지도, 완벽한 정보도, 세련된 글솜씨도 없다.

대신 두 생명체가 나누는 무언의 대화,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바라본 풍경,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난 감정이 있다.


때로는 여행의 흔적을,

때로는 마음의 결을 남기며,

밤이와 나는 그렇게 하루의 의미를 되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