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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Dec 25. 2023

작가란 무엇을 하는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전시

2023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갈라포라스김의 전시 후기



서울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갈라 포라스킴>의 전시 후기

2018년 브라질 국립박물관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상당수의 유물이 소실된다. “루치아”는 이 때 손상되 유물 중 하나로, 1970년 어느 동굴에서 발견된 여성으로 추정되는 유해다. 박물관 직원들은 DNA검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루치아의 유해를 복원하고자 했다. 이 때 박물관장에게 편지 한 장이 도착한다. 편지에는  “루치아를 복원하여 다시 전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적혀있었다. 루치아를 전시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 유해가 사후세계에 머무를 수 있도록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루치아가 다시 유물로 돌아가지 않고 자유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 것이다. 편지를 쓴 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23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 갈라 포라스킴. 한국계 남미 작가다. 작가는 이 행위를 통해 인간 유해가 전시되는 과정과 관습을 돌아보고, 박물관 제도 속에서 오브제의 보존가치와 우위는 누구에 의해 결정되는지 질문한다.


같은 공간에 전시되는 작품 <우리를 속박하는 장소로부터의 영원한 탈출, 2022, 종이에 잉크>도 의도면에서 유사성을 가진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광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기원전 1세기 미라들의 세속적 사후세계를 관찰하고 이 유해들이 숨을 거둔 곳으로부터 임의적으로 옮겨져 광주박물관이라는 장소에서 사후의 육체가 영구히 보존되는 상황에 주목한 것이다. 그는 매개자를 통해 영혼과 접신하고 유해가 스스로 보존되길 바라는 곳을 직접 물어보는 주술행위에 기반해 작업을 한다. 소환된 영혼들은 페이퍼 마블링 기법을 이용해 물의 표면에 뿌려진 안료들을 재배치하여 그들의 희망하는 위치를 기리키는 지도를 만든다. 안료가 뿌려진 물의 이미지를 종이로 순간 포착한 이 지도는 작가의 의도나 기관의 규칙과 상관없이 영혼의 온전한 바람을 담고 형상을 만들어 낸다.


유물 <루치아> 대신 죽은 인격체를 대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거나 죽은자의 영혼을 소환하여 협업을 하는 방식은 놀랍지만 신선하다. (보통 놀라운 방식이 신선하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 박물관의 철거과정에서 나온 잔해나 먼지를 이용한 작업도, 박물관에 수장고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곰팡이의 가치를 묻는 엉뚱함도, 전시 공간의 습도와 온도를 이용한, 바닥에 놓인 캔버스에 뿌려지는 액체흑연의 우연한 형태(이건 결국 관람객의 호흡이 작품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공동창작 아닌가)를 이루는, 작품의 완성방식도 무척 신선했다. 작가라는 존재는 예로부터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잇는 영적 매개라는 점에서 무당과 같은 존재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 작가는 단순히 알수 없는 근원에서 진리를 끄집어내는 매개체와 같은 존재라기 보다 주관적인 견해를 밝히고 개념을 확장하는 주체로서 작가의 자세를 보여준다고 할까.

- 전시장 작품설명에서 다수 문장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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