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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May 25. 2024

늦게 배운 도둑질에 아침마다 심쿵

이러다 부자 되겠네

눈이 크면 겁이 많다고 했던가. 난 눈이 크다. 그렇기에 돌다리를 자주 두드리지만 대신 한 번 열면 활짝 열리는 사람이라 빠지기도 잘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안 했던 인스타그램. 요즘 이것 없이는 팔자 바꾸기 힘들다는 스승님의 말씀에 시작했지만 피드 하나 올리는 일도 거북이걸음이다. '그래 거북이라도 꾸준히 가면 산꼭대기까지 가겠지'는 착각이고, 사진 찍는 것도 게시물 하나 올리는 데도 여러 기술과 센스가 필요함을 알아버렸다. 난 틀렸어. 인스타는 무슨.


알람까지 맞춰가며 하루에 게시물 하나 올려보자던 야심 찬 계획은 며칠 만에 알람 삭제로 막을 내렸고, 주인장조차 찾지 않는 집이라 썰렁한 공간에서 나와 남의 집 구경만 실컷 하고 다녔다. 브랜딩이 확실한 공간, 정보가 넘쳐나는 공간, 멋지게 만들어진 카드뉴스와 영상들에 감탄을 이어가다 봤다. Event! 이게 될까? 혹시 모르잖아? 두 마음은 아직 싸우는 중인데 손가락은 벌써 팔로우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까지 쓰고 있다.

알알이 맺힌 포도알처럼 제겐 함께 해주시는 작가님들이 복인가 봐요 ; )


뭐지? 처음 보는 알림 기호네? 따라 들어가 보니 인스타요, DM이라는 것이 와 있단다. 이벤트 당첨! 아싸~ 책, 커피 기프티콘, 키링, 식물 키우기 키트, 립밤. 별 것이 다 된다. 와중에 문자까지.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쇼핑지원금 10만 원이 정상적으로 발급되었으며~'에~이 스팸메시지네. 그래도 혹시..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뜨는 팝업창에 소리가 질러진다. WOW!


처음엔 신기해서 자랑하듯 알리니 '우와~엄마 축하해요. 운이 좋네' 하며 함께 좋아해 주던 아이가 자주 전하는 당첨 소식에 이젠 '그렇구나, 엄마는 신청하면 다 되는구나' 하고 영혼 없는 반응을 보인다. 아이의 무신경한 반응은 속으로 꿀밤 한 대 먹이고 싶은 심술이 나게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 반가운 소식은 요즘의 설렘이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찌를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낚싯대를 들어 올려 휙 낚아챈 후 릴을 감는 동안 가까워지는 낚싯대 끝에 무엇이 걸려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 '드르륵' 휴대폰이 짧은 춤을 추면 별로 신경 안 쓰는 듯 천천히 휴대폰을 들어 올리지만, 인스타그램 어플 위에 숫자가 붙어 있으면 교감신경이 반응한다. 그러고는 어디선가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의 '환희의 송가'가 들리는 듯 혼자 신이 난다. '영화로운 조물주의 오묘하신 솜씨를~'

한 달 사이 스무 건 이상. 확률은 2/3?

무엇보다 책 선물이나 서평이벤트에 당첨이 되면 조금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직 읽고 쓰는 일이 더디고 어렵지만 기회를 주시는 거라 생각하니 귀하디 귀하다. 아이도 하교 후 들어오는 현관에 책을 포장한 택배가 와 있으면 반가움에 살랑살랑 꼬리 흔드는 강아지가 되어 신나게 열어본다. 마음에 드는 책은 내 책 니 책 가릴 것 없이 붙들고 거실로 이어지는 복도에 앉은 채로 읽어나간다. '저 맛에 또 서평이벤트에 진심을 달지'


며칠이 훌쩍 지나 서포터즈 활동기한이 다가오고 있다. 쌓여가는 책만큼 부담도 늘어간다. 한편 숙제 같은 일이지만 덕분에 책을 읽고 비 온 뒤 쑥 올라오는 죽순을 보고 있는 듯 자라는 내 모습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책임감이 나를 키우는구나.


뿌듯한 기분에 자랑인 듯 넋두리인 듯 남편에게 말했다.

"서평해야 할 책이 이~만큼이네, 대체 몇 권이야"

남편이 대답하길

"요즘 책을 막 뿌리는 것 같아"

아... 저 입을 그냥 콱!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라고, 그 또한 들인 정성을 알아봐 주는 거라 말해보지만 듣는 귀와 상관없이 말하는 입이 부끄럽다. 그럼에도 다시 말한다.

"흥, 커피 쿠폰이랑 영화표는 나 혼자 쓸 거야"







너무 없어 보이는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요즘 저의 설렘 포인트라 쓰레기 발행해 봅니다.

저와 넘쳐나는 커피 쿠폰 함께 쓰실 분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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