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호,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 문장을 읽고
사람이 어렵다.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 어렵다. 누군가와 조심조심 연결되고, 매듭이 엉키거나 꼬이면 풀어나가는 것이 나에게 제일 어렵고 힘든 일이다. 좋은 의도로 도움을 주었으나 만만하게 여겨 나를 함부로 대하던 사람, 어떻게 느낄지 몰라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고 그래서 서운함을 느꼈을 사람,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사람. 생각해 보면 여기저기서 사람과의 일로 이리 쿵 저리 쿵 부딪치고 머뭇거리고 망설이느라 힘겹고 고단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저 좋은 사람이었을까. 친해졌다고 상처를 주고 무안을 준 적도 있었을 테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적도 있었을 테고, 어쩌면 지금껏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남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다가도 슬며시 나부터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마음이 상했던 일을 떠올리는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 분명한데도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진다. 가슴이 쿵쿵 뛰고 이미 미간에는 주름이 깊게 패여 있다. 사소하거나 큼지막했거나 상처의 크기와 부피가 어떠했든 간에 과거의 일이 여전히 내 안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상을 보내다 불현듯 생각이 스치면 다시 과거의 나로 돌아가게 된다.
그때 그러지 말걸.
후회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지금 떠올려보면 한심하고 미숙한 행동이었을지 몰라도 그때의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한참 고민하고 고심하고 주위의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은 후에 곰곰이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제 그만 후회했으면. 예전의 일로 나를 달달 볶고 자책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일은 저 멀리 던져 버렸으면. 마음먹는다고 해서 생각처럼 쉽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더 이상 몰아붙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중요한 것은 다시 이불킥을 하지 않기 위해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왜 그랬는지, 상대방은 왜 그랬는지 차분히 생각하고 원인을 찾고 해결 방안을 떠올려볼 필요는 있다.
그러게, 그때 왜 그랬을까.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선을 넘지 않게 단호하게 표현할걸. 일을 마무리할 때는 서툴고 어렵더라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제대로 할걸. 내가 불편하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너무 애쓰지 말걸. 소중한 가족들에게는 더 조심스럽고 다정해질걸. 깨달은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해둔다. 어제를 후회하느라 쓰이는 에너지를 아껴두었다가 오늘과 내일의 시간을 더 잘 보내는데 힘을 쓰고 싶어졌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졌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받아들이고, 나아졌다면 나아진 대로 축하하는 내가 되고 싶어졌다. 다행이다.
이미지: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