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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끼아또 Oct 15. 2021

Five Second Rule(5초의 법칙)

미국인들의 위생관념?

Five Second Rule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미국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아 들은 얘기들 중, 듣자마자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실소를 금치 못했던 것이 이 소위 '5초의 법칙'이란 것인데, 이는 가령, 음식을 바닥에 떨어트려도 5초안에 집어들기만 하면 오염이 되지 않으니 다시 먹어도 된다는 일종의 반 장난스런 미신 비슷한 개념이다. 

5초면 길가던 개미가 기어올라가서 들러붙기에도 충분한 시간인데, 어떻게 그런 말이 생겨났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사실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이긴 하지만, 가끔은 어른들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쓰기도 한다.


물론 내가 이런 얘기를 한다면 나의 시니컬한 친구 Chris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미국은 너무 크고 다양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잣대로 미국은 이렇다, 미국사람은 이렇다라고

평가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래..니 말이 맞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보이는 것들을 구분짓고 평가내리고 때로는 구분하여 대우하고자 하는 욕구가 뼛속에 새겨져 있는 종이라(예전에 읽은 책 'nurture shock'에서 그러더라는..),

일단 뭔가 생소한 걸 접하면, "아하 얘들은 이렇구나"하고 또 다른 카테고리를 만들어 내어 버리지 않는가..

어차피 내가 세상 모든 사람을 만나 분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적당히 내가 쌓은 경험치 안에서 표본을 만들어내고 분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지 패턴일 것이다.


물론 미국에도 극심하게 깔끔을 떨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박테리아가 신경쓰여 공공장소 손잡이 조차 맨 손으로 잡지 못하는 사람도 꽤 많다.

그러나..지난 13년 간 미국에서 지내면서 내가 느낀, 대개의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가지고 있는 위생에 대한 관념은, 한국인의 그것과 좀 다른 것 같다. 더욱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 곳곳을 돌며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는 지금, 세계 최고의 부자 강대국이라는 미국이 어째서 바이러스 감염인구 숫자마저 세계 최고인지를 이해하는데 어쩌면 아주 조금은 이런 습관들이 일조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해 본다.


미국에 온 첫 해는, 이러한 다른 것들을 직접 보며 놀라는 일들이 자주 있었다.

한 번은 손을 씻으려고 한 대학병원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내 옆에서 손을 씻고 있던 멋쟁이

백인 아주머니가 손을 닦을 페이퍼타월이 없는 것을 보고는 당황해하며 안절부절하는 것이었다.

난 그냥 손을 씻고 적당히 물기를 털어내고 자연스럽게 말리고 있었는데, 그 아주머니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옆에 있던 커다란 휴지통에서 앞 사람이 손 닦고 버린 페이퍼타월을 꺼내 손을 닦는 것이었다!!

그걸 본 나는 나도 모르게 그만 인상을 찌푸리고 웩! 하고 소리를 내어 당황스러움을 표현해버렸다.

그랬더니 그녀가 나를 보며 하는 말,

"I know! But better than dripping!" (나도 알지만, 물이 뚝뚝 흐르는것보다는 낫잖아?)

말 그대로 황당했다. 실컷 비누로 씻어놓고 남이 쓰다 버린 티슈로 손을 다시 오염시키는 행위를 

나보고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물론 그런 경우는 그 뒤로 다시 본 적이 없고, 많은 미국인들 입장에서도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또 하나,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면서 절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공공화장실에서 바닥에 자기 가방을 내려놓는 것!

미국의 공공화장실은 대개 위 뿐만 아니라 아래도 뚫려있는 형태인데(각종 사고방지를 위해 그렇게 디자인 되었다는 말이 있다), 그 때문에 칸막이 아래로 사람의 발이 보이면 저 칸은 사용 중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어서 굳이 똑똑 두드릴 필요가 없다. 그런데 발만 보일 줄 알았던 화장실 바닥에 가방이 함께 보이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화장실 문 안쪽으로 대개 옷/가방 걸이 후크가 있는데 왜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은 카펫을 많이 사용하는 문화라서 바닥이 더러워져도 왠만해서 육안으론 알아채기 힘들기 때문에 

집안에서도 신발을 신는 사람들이 많은데(물론 이 역시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내가 추측하기에는 바닥의 오물을 잘 신경쓰지 않는 그러한 오랜 습관 탓에 아무데서나 

바닥에 자기 소지품을 그렇게 잘 내려놓는게 아닌가 싶다.

가만 보면, 화장실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가방을 자기 자리 밑 발 주변에 두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아마도 내 생각에는 내가 앉은 자리만 사용을 함으로써 옆 자리는 다른 사람을 위해 비워두는 배려가 아닐까 싶다. 사실 한국에서는 가방이 더러워질까 싶어 옆 자리 의자에 올려두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사람이 앉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는 본 받을만한 배려라고 생각은 하지만, 여전히 위생과 관련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렇게 아무데나 두었던 가방을 결국엔 제 손이 만지게 되고, 집에가서는 방에 두어야 하지 않나 말이다.


이 위생관념에 대한 차이는 아기를 키우면서도 느낀적이 있다.

첫 아이를 낳고 매주 모임을 가지던 미국 아기엄마들 모임이 있었다. 모두가 중산층 이상이면서 고등교육을 받고, 나름대로 미국을 대표하는 표본이 될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중산층 이하는 표본이 되지 못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런데 이들과의 만남 중에 당황스러웠던 적이 좀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공갈젖꼭지를 그냥 바지에 슬쩍 닦은 뒤 다시 아기 입에 물려주는 것, 별로 깨끗해 보이지 않는 장난감들이 즐비한 아기 실내 놀이터에서 아기들이 기어다니며 만지고 빨고 하는 것을 개의치 았는 것 등등..

진짜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는지, 아기의 면역력을 키워주려고 일부러 그런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순간엔, 내가 너무 유난스럽게 깨끗한 척 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그들의 행동은 자연스러웠다.


내가 여기까지 얘기를 하면 아마도 미국 사람들은 죄다 위생관념이 엉망이구나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또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은, 이들처럼 살균과 청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을때도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 처음 왔던 2007년 전후만 해도, 한국에서는 알코올이 든 손 세정제를 쓰는 사람이 내 기억에 많지 않았다. 식당에서는 물티슈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보통은 주변 화장실에 들러서 물과 비누로 손을 닦는 것이 더 흔한 풍경이었는데, 이미 당시 미국에서는 세제나 비누, 청소용품, 손 청결제에 '99% 박테리아 박멸'이라는 표현이 흔히 붙어있었고, 휴대용 손 세정제를 가지고 다니거나 공공장소에 비치해 둔 세정제로 수시로 손을 닦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히려 티비에서는 지나친 세정제 사용이 문제가 된다며 걱정하는 뉴스가 나올 정도였다. 나도 미국 친구와 식당을 갔는데, 친구가 가방에서 조그만 손 세정제를 꺼내서 손을 살균하고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우아, 역시 선진국은 다르네'란 생각을 한 우스운 기억이 있다. 


이쯤 되면 미국사람들의 위생관념을 과연 어떻게 정의해야할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지금같은 팬데믹 시기에도 여전히 대중없이 극과 극인 사례를 자주 보곤 한다. 그런데 사실 이게 미국인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이 살고 있고 너무 다양한 생활상이 섞여있다. 교육의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개인의 사상들이 또 너무 다양하다. '미국은 이런가..?' 하고 생각을 하다가도 또 전혀 다른 모습에 놀라게 된다. 


다양한 모습들을 보고 가장 적정한 선에서 미국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는 싶지만,

아무래도 내가 보고 느끼는 미국은 결국에는 또 어느 한 단면에 지나지 않을것이다.

부디 내가 쓰는 글이 읽는 그대들에게 참조가 되지, 지식의 전부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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