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사별교육을 준비하는 마음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주어진 운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나가는 일.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다.
세상에 온 게 내 뜻이 아니었듯 가는 것 또한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지만
적어도 내가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난다' 는 것을 알고 '내 가족과 언젠가는 헤어진다' 는 것 정도는 미리 알고 준비하는 건 내 의지로 할 수 있기에 요즘 어르신들은 웰다잉 교육도 받고, 사전연명치료중단의향서 혹은 장기기증서약도 하고, 납골당도 미리 예약을 해놓는다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 사별, 이별이라는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이 과정에 대한 알 권리, 준비할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나의 낮 시간을 함께하는 발달장애인들이다.
어릴 적 부터 '데려가면 힘들게 할까봐' '아이가 무서워할까봐' '친척들 모인데 가면 싫은 소리 들을까봐' 등등 여러 이유로 그들은 장례식장에 가는 것에서 부터 의도적 배제를 경험한다.
누군가의 장례를 보면서 내 삶의 끝을 그리고, 지금의 삶에 감사를 느끼는 자연스러운 경험이 그들에게는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부모의 입장 또한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 그들이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고 준비하거나, 나의 부모가 돌아가신 이후의 상황을 마음으로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가능할까.
물론 많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유산배분과 후견인 지정, 부모사후 자녀의 거처, 신변처리와 일상생활에 대한 훈련, 직업준비와 경제관리 등 현실적 장치에 대한 준비를 미리미리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자녀의 '심리정서적 준비'는 어렵기만 하다.
최근 만난 지적장애인 동생을 가진 비장애인 형의 이야기는 여러 가정의 상황일 듯 하다.
"2년 전 치즈(반려견)가 죽을 때 상황이었어요. 누가봐도 치즈가 한 달을 못버틸 게 뻔했거든요. 누워만 있고 아무것도 못먹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엄마는 계속 동생에게 치즈가 곧 나을거라고만 말해주는 거예요. 치즈는 일주일도 못버티고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그런데 동생은 그게 어떤 상황인지 이해도 못하고, 그냥 무섭다고만 하고 자기 감정자체를 모르더라구요. 무서운건지 싫은건지 슬픈건지 해석도 표현도 못해요.
엄마한테 왜 숨겼냐고 물어보니 이걸 어떻게 설명하냐, 말해봤자 겁내고 무서워할 게 뻔하니 그냥 말 안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어릴 때 부터 동생을 친척 장례식장에 데려가지도 않았고,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하거나 대화해본 적이 없어요. 엄마랑 둘이 사는 동생을 생각하면 나중에 엄마가 없을 상황을 (정서적으로) 어떻게 준비하게 해야할 지 막막해요 좀.."
요즘 성인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죽음, 사별, 이별을 준비하는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잘 죽는 것은 곧 잘 사는 법을 알아가는 것이기에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다.
교육을 준비하면서 나부터 여러 곳에서 웰다잉, 죽음준비교육을 듣고 있는데 지난 주 강사님께서 교육 중 내게 물으셨다.
"발달장애인이 사전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하면 법적으로 인정이 되나요? 그들도 자기결정권이라는 게 있는데 그게 다 인정이 되나요"
나의 대답은
"잘 모르겠어요..."
부끄럽지만 정말 몰라서 모르겠다 말했고, 여전히 알지는 못한다.
발달장애인과 함께한 지 20년이 넘는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 권리, 부모의 죽음을 준비할 권리가 주어지기는 한건가.
누군가에게는 주어졌을 수도 있겠지만, 없다면 어떻게 하지?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다.
내가 먼저, 나로부터 준비하고 그들에게 쥐어주자.
이별과 죽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권리, 준비할 수 있는 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