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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니아 May 08. 2017

홍성태, 배민다움, 북스톤, 2017

나음, 다름, 다움

어영부영 또 한 달이 지나갔다. 읽어나간 책은 많은데, 독서노트는 더디다. 핑계를 대보자면 독서노트 말고도 내보내야 할 글이 너무 많았다. 읽기는 그대로인데 써야 할 글은 곱절로 늘고 있으니, 밑천도 비어가고 바닥이 드러날까 글을 쓰며 늘 걱정이 된다.


어쨌든, 모두가 같이 읽기로 했던 그 책.

연휴를 맞아 짧게 정리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혹자는 위선적인 내용이 판을 친다고 했었다. 위선의 수준에 오른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 책은 '배민'이라는 회사를 칭찬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건 확실하다. 애초에 이 회사에 매료되지 않았으면 이렇게 책을 쓰겠다고 저자가 덤비지도 않았을 테니까.


가령 중간중간 보면 실패 사례도 등장한다. 그러나 많지는 않다. 글 중간에 나온 '우리는 실패 사례를 더 많이 이야기한다.'는 말과는 대조적이다. 그리고 실패 사례를 저자가 비판하는 게 아니라 배민이 직접 비판하고 그 결과만 전할 뿐이다. 그러니 결국 실패 사례도 실패 사례를 드러낼 정도로 솔직하다, 혹은 이 실패를 바탕으로 이만큼 성장했다.는 표현에 그친다.


책의 목적이 비평이라기보다는 (호감을 갖고 적은) 분석에 가깝다. 그러니 다른 책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책은 독자가 의도를 파악하고 더 비판적으로 독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위선적이니 아니니 하는 평가가 내용 이해와 관련해 큰 의미가 있다곤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왜 우린 못하는데?


책을 읽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 질문은 허공을 맴돈다. 배민처럼 한다는 게 배민의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배민처럼 매출을 내고 싶다는 건지, 배민과 같은 결과물을 내고 싶다는 것인지.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그 '왜'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마케터의 입장에서, 콘텐츠 제작자의 입장에서, 회사 운영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바는 각기 다르겠으나 콘텐츠를 제장하는 상황에서 배민과 같은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면 아무도 만족할 수 없고, 단 한 사람을 제대로 만족시키면 모두가 만족한다'입니다. 모두에게 맞추려고 하는 순간,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을 거예요. (p.74)


간단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걸 믿고 꾸준히 가는 것. 그리고 이걸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간단한 일은, 그리고 당연한 일은 더욱 아니다. 저렇게 표현하고 있으나 막상 배민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환경은 꽤 혹독하다. 마감에 쫓기고 늘 일손이 달리게 일한다. 하지만 배민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서는 구성원이 충분히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내·외재적 보상이 구성원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고, 이 힘이 격무와 씨름하면서도 매력적인 콘텐츠를 창출해나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내·외재적 보상. 이른 바 강화(reinforce)를 이용해 동기부여에 접근하는 것은 인간의 인지의 안티명제다. 이러한 분석은 인간의 복잡한 인지구조를 너무나 단순하게 재단해버린다. 이런 분석이 올바르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새로운 모델을 찾기 위해서는 계속 스윙을 해야만 뭐가 맞는지를 알 수 있어요. (p.80)


일하는 개개인을 분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이를 논하는 것은 '배민다움'이라는 책에서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국 남는 건 결과물에 관한 태도였다. 밑줄 친 하나의 '완벽한 팬' 찾기. '지속적인 스윙'. 이러한 노력과 시기, 운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멋진 결과물이 빛을 본다.


결과물을 내는 것은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언젠가 될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꾸준히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당연한 결과에 도달했다. 그래서 조금 허무했다. 기억할 만한 문장. 염두에 둬야겠다는 태도를 몇 개 건져낸 것 외엔 남는 게 마땅히 없었다. 이만큼이라도 얻은 걸 만족해야 하나 싶다.


책을 읽으면서 불쑥불쑥 떠오르는 반항적인 생각. 이를테면,

'쟤네들은 때를 잘 만나서 저래'
'쟤네가 성공한 건 쟤네라서 그렇지'
'칼같은 규칙? 그것도 저런 결과물이 나오니까 할 수 있는 거야'

와 같은 이야기는 결국 여우가 포도를 보며 입맛다시는 이야기밖엔 되지 않을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배민은 어떻게든 매출이라는 눈에 보이는 성공을 이뤘고, 결과물이 '고급스러운 B급'이라는 프레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리고 나는 아니고.

그래서 오늘도 내 안에 밑천을 꺼내서 쓸고 닦아본다.

희망을 놓치지 않고.




* 그 밖의 밑줄

니즈 말고 원츠
21세기 마케팅의 초점은 원츠의 충족이다. (p.153)


'원츠'의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편리함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p.154)


나음, 다름, 다움 (p.273)

매거진의 이전글 고종석, '쓰고 읽다', 알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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