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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Feb 03. 2025

완벽의 무게와 적당함의 여유



아침 해가 뜨기 전, 오늘 하루를 생각하며 거울 앞에 선다. 어제의 작은 실수들이 아직도 마음 한켠을 무겁게 누르고 있지만, 그 무게조차 오늘의 나를 이루는 한 부분이다. 우리 모두는 완벽한 하루를 꿈꾸지만, 그 꿈은 언제나 흐릿한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완벽을 향한 끊임없는 집착은 우리를 경직되게 만들지만, 그 틈 사이에서 피어나는 작은 실수와 불완전함은 오히려 우리 삶의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회사에서 고객사 미팅을 준비하며, 정교한 시계처럼 맞춰진 업무 스케줄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순간의 완벽함을 위해 시간의 여유를 포기하면, 이어지는 업무들이 흐트러질 것 같다.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우리를 마치 공장의 로봇처럼 만든다. 각자의 업무가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움직이고, 그 외의 것은 모두 불필요한 것이 되어버린다. 동료와의 짧은 대화도, 잠깐의 휴식도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요소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기계적인 완벽함의 추구는 결국 우리의 창의성을 말라붙게 만든다. 


한 잔의 커피처럼 따스한 적당함이 때론 인간적인 소통과 이해를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매 순간 느끼며 살아간다. 오히려 그 적당한 여유 속에서 우리는 동료와의 짧은 대화에서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도 하고, 사소한 실수 속에서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서 비로소 창의력과 진정성이 살아 숨 쉰다.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은 언제나 정밀한 시계처럼, 모든 질문에 완벽한 답을 내놓으려 한다. 마치 지나치게 세밀한 도면처럼, 모든 요소를 정확하게 채우려 애쓰지만 그 속엔 인간이 가진 여백, 그 따스한 불완전함이 자리 잡을 틈조차 없다. 그 여백은 때때로 생각의 여유가 되어주고, 불완전함은 예상치 못한 발견의 시작이 된다. 하지만, 숨 쉴 공간조차 없는 빼곡한 답변은 그러한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음을 선택할 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실패와 실수는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다. 마치 자전거를 배우는 순간처럼, 우리는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균형을 찾아간다. 중요한 것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후에도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려는 의지다. 그 의지는 단순한 기술의 습득을 넘어, 우리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여정이 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맡은 업무에서의 실수나 잘못된 판단은 실패가 아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깊은 경험을 얻고, 더 넓어진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용기가, 오히려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루의 균형을 위해서 우리는 적당함을 추구한다. 그 적당함은 지나친 욕심, 그리고 완벽을 추구하다가 생겨나는 실수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방패가 된다. 적당함은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긴장과 부담을 완화시켜 준다. 완벽을 향한 갈망이 때로는 우리를 지치게 하고, 사소한 실수조차 큰 실패로 여겨지게 만들지만, 적당한 여유는 그 실패를 포용하고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때로는 구름으로 가득하고, 때로는 맑게 갠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완벽한 날씨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날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발견하고, 더 깊은 삶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삶이 주는 여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때로는 잊어버릴 수 있는 여유, 실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가능성들. 완벽함의 무게를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만난다.


삶의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채우려 하기보다, 때로는 비워둘 줄 아는 여유를 가질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만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붓글씨를 쓸 때, 여백이 글자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과 같다. 우리의 불완전함이 만드는 여백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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