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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Feb 04. 2025

AI 시대, 글쓰기의 가치


눈부신 화면과 속삭이는 동영상이 일상이 된 시대.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이 현실 속에서, 글이라는 존재는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책장을 넘기며 느끼던 낡은 종이의 촉감과 잉크 냄새, 한 문장 한 문장에 스며들어 있던 작가의 숨결은 이제 희미한 기억이 되어간다. 책을 통해 펼쳐지던 무한한 상상의 여정은 점차 사라지고, 우리는 더 이상 활자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지 않는다. 글을 읽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그 상상의 문은 조용히 닫혀가고 있다. 


유튜브의 빠른 영상과 소셜 미디어의 순간적인 포착들은 쉽고 빠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때 소중히 여겨졌던 글 읽기와 쓰기의 깊은 울림이 사라져 가는 현실이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인생의 한 조각과 감정의 흐름을 담아내던 글은 때로는 조용한 눈물을, 때로는 깊은 사색을 선물했다. 그러나 이제는 반짝이는 화면과 스와이프 하는 짧은 글귀만이 익숙해진 채, 그 깊은 울림은 점차 희미해져간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깊은 사고는 더 이상 필수가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우리는 순간의 자극과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자로 변모하면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능력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렇게 문해력이 논란거리가 되고, 비판적 사고와 깊이 있는 이해는 점차 퇴색되고 있다. 


쉽고 빠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강의들들과 자기 계발서들이 범람하는 현실은 또 다른 고민을 낳는다. 부수익을 꿈꾸는 이들에게 제공되는 것은 단순하지만 빈약한 조언뿐이다. 마치 달콤한 사탕처럼 번쩍이는 해결책들이지만, 그 이면에는 깊이 없는 표면적인 제안만이 자리 잡고 있다. 합리적 의심과 스스로 고민하는 능력이 서서히 사라지는 현상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큰 도전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인공지능이 자리 잡으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최신 인공지능 기술은,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세상을 보고 듣는 멀티 모달 기능을 갖추어 더 편리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졌다. 그러나 이 모든 첨단 기술의 기반에는 여전히 글이라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도구가 있다. 마치 오래된 나침반처럼, 글은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도구이다.


인공지능에게 작업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을 정리하고, 체계적인 글로 풀어내야 한다.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맥락을 추론하거나 불완전한 정보를 유추하는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명확한 목적과 구체적인 구조가 있어야만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체계적인 글은 중요한 요소와 세부 사항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인공지능이 요청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인공지능 앞에 서면, 그들의 말은 명확한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어딘가에서 흐릿하게 머무를 뿐이다. 생각을 구조화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글쓰기의 힘이 부족하면,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답변 역시 피상적이고 모호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글쓰기는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라, 복잡한 사고를 정제하고 타인, 그리고 기술과의 효과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도구다.



이러한 시대에 글쓰기는 여전히 필요한가? 단순히 보고 듣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그 답은 분명하다. 글은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며, 상상 속 이미지와 미묘한 감정을 세상으로 이끌어내는 창이다. 마치 오래된 항아리에 담긴 맑은 물처럼, 글 속에는 우리의 깊은 사유가 담겨있다.


코딩이나 영상 제작과 같은 작업 역시 그 뿌리는 글에 있다. 모든 제반 사항과 작은 요소들, 그리고 무수한 상상이 글을 통해 구체화될 때 비로소 온전한 결과물이 완성된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대신할 것이라는 상상이 퍼져나가지만, 그런 미래일수록 글쓰기 능력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에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애매한 지시나 불분명한 표현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게 하고, 결국 다시 글로 돌아와 더 나은 설명을 고민하게 만든다.



책장을 넘기며 그 속에 담긴 지혜와 감성을 되새기는 순간, 우리는 단순한 정보의 소비자가 아닌 사유하는 존재로 거듭난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들을 좇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문장들 사이로 스며든 수많은 경험과 감정, 그리고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상상하고 느끼는 것이다.


정보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글을 읽는다는 것은 결코 표면에 머무를 수 없다. 그 뒤에 숨은 경험과 생각, 그리고 그것을 담아내는 깊이 있는 글이 함께해야 한다. 글은 그저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게 하는 창이다.


때로는 한 줄의 글이, 수천 장의 이미지보다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 울림은 마치 오래된 거울처럼, 우리의 내면을 비추고 잊고 있던 감성을 일깨운다. 첨단 기술이 넘실대는 이 시대에도, 글이라는 오래된 벗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깊은 사색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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