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민 Jan 03. 2023

밤에 듣는 이야기 #27

우연일 리가 없지



내가 자주 다니던 길.

가끔씩 이 길을 걸으면 마음이 편해져.

그때는 매일 걷던 이 길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


힘든 출근길.

지친 귀갓길.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러 오고 갔던 이 골목길.


추억이 된 이곳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그래서 다시 한번 걸어봤어.


마지막으로 한번 더 걸으면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를 테니.

하나하나 떠올리다 보면 그때가 느껴질 테니.

그렇게 잠시 시간을 붙잡고 싶었으니.


그래서 걷고 또 걸었어.

골목의 끝에 닿으면 다시 집으로 가야 하니

같은 길을 계속 걸었어.


그러다 보게 되었지.

길 끝에 서있던 너를.

우연히 마주친 당황하는 모습의 너를.


반가웠을까?

그리웠을까?

미워했을까?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우연히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었어.


간단한 눈인사도 없이 스치듯 떠나온 그 골목의 끝자락.

우연한 만남에 잠시 설레었던 마음.


그래.

우연일 리가 없지.

작가의 이전글 지켜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