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 리가 없지
내가 자주 다니던 길.
가끔씩 이 길을 걸으면 마음이 편해져.
그때는 매일 걷던 이 길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
힘든 출근길.
지친 귀갓길.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러 오고 갔던 이 골목길.
추억이 된 이곳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그래서 다시 한번 걸어봤어.
마지막으로 한번 더 걸으면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를 테니.
하나하나 떠올리다 보면 그때가 느껴질 테니.
그렇게 잠시 시간을 붙잡고 싶었으니.
그래서 걷고 또 걸었어.
골목의 끝에 닿으면 다시 집으로 가야 하니
같은 길을 계속 걸었어.
그러다 보게 되었지.
길 끝에 서있던 너를.
우연히 마주친 당황하는 모습의 너를.
반가웠을까?
그리웠을까?
미워했을까?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우연히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었어.
간단한 눈인사도 없이 스치듯 떠나온 그 골목의 끝자락.
우연한 만남에 잠시 설레었던 마음.
그래.
우연일 리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