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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Jan 27. 2023

실패로 떠나는 여행



몇 달 동안 고민하고 헤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어떤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은 고민으로 찾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걸 잘 알면서도 나는 바보같이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머리로 찾는 게 아니라 경험으로 찾아야 한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솔직히 작은 두려움이 앞선다.


나는 운 좋게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중학교 쉬는 시간에 C언어 책을 보고 있는 친구를 우연히 발견했고, 그 책을 빌려와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내용을 책이 너덜 해질 때까지 수십 번을 반복해 읽고 또 읽었다. 어쩌다 얻은 기회가 내 재능을 찾게 만든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때 운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내가 마침 그 옆을 지나가지 않았다면, 그 책을 빌려오지 않았다면 개발자가 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운 좋게 출판을 하게 되었다.

내가 공부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강좌를 써서 개발자 커뮤니티에 공개를 했다. 돌이켜보면 강좌를 쓰겠다는 생각보다는 처음으로 글 쓰는데 재미가 생겼던 것 같다. 그렇게 강좌를 열심히 올리던 어느 날 그 글을 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책으로 엮어 출판까지 할 수 있었다.


그저 호기심에 영상편집을 알게 되었다.

유투버의 인기가 치솟던 시절, 반 백수상태였던 나는 가진 게 시간밖에 없다 할 정도로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유투버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영상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궁금했다. 오래전 지인에게 슬쩍 들었던 초급자용 편집 프로그램이 생각났고, 유튜브 강의를 보며 시작했다. 어느덧 2년 가까운 시간을 영상편집을 공부하며 나름 전문가급의 기능들을 익힐 수 있었지만 이 분야는 내 재능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저 생각하고 고민만 해서는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단순한 호기심이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든 직접 몸으로 경험한 뒤에야 고민할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몸이 머리가 무거워져서 그런지 새로운 시도보다는 익숙한 것들을 자꾸 돌아본다. 뭔가 아쉬움이 남았는지 자꾸만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를 다니고 새로운 가치관을 바라보며 내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로는 실패하는 여행도 있는 법이다.

결국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움직여야 한다. 낯선 것들에 거부감을 갖거나 두려워할 이유 따위는 없다. '아님 말고'라는 멋진 정신으로 무장하고 부딪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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