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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남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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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이모 Nov 08. 2017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


카프카가 사랑한 여자의 이름은 펠리체. 

펠리체를 만났을 때 카프카는 보험회사 직원이었다.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는데, 사랑하는 여자까지 만났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녀를 만나고 사랑하는 동안 창작욕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하룻밤 사이에도 짧은 소설 한 편이 완성됐는데, 소설 못지않게 더 집중해서 써 내려간 건 그녀를 향한 연애편지였다. 흠모하는 마음뿐 아니라 다양한 고민과 자아성찰까지 깊이 담겨 있는 편지를 수백 통이나 보낸 끝에 펠리체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 카프카는 그녀 아버지를 만나 결혼 허락도 받았다. 이제 순조롭게 딴딴따다~ 결혼식만 치르면 되는데, 카프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약혼한 지 석 달만에 파혼한다. 그토록 그녀를 원했으면서 이제는 이별해달라고 부탁하는 카프카.  나약한 자신을 그녀가 품어주기를 원하면서도, 결혼의 테두리에 안주하게 되면 작가로서의 감각이 퇴색할까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 당시 "변신"이라는 작품을 비롯해서 몇몇의 작품이 발표된 시기였으므로 카프카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펠리체와 함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만, 그녀가 지닌 밝고 활달한 안정감이 혹시 자신의 감성을 무디게 하고, 그렇게 되면 더 좋은 작품을 쓰는게 불가능해질것만 같았다.  

결혼생활과 작가생활 중에 작가쪽을 택했지만,  여전히 그녀를 잊을 수는 없었다. 카프카는 다시  펠리체를 찾아가 결혼을 약속받았는데, 이번에는 카프카가 결핵 진단을 받으면서 다시 한번 혼란이 시작됐다. 이런 상태로 그녀를 붙잡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또 한 번 파혼을 부탁한다.


그녀 없이는 못 살 것 같지만

그녀와 함께 사는 것도 자신 없었던

서른 살의 카프카.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펠리체는 자신과는 다른 길을 걷는 카프카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사랑이 식은 것도 아닌데 두 번이나 파혼을 부탁받은 펠리체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펠리체가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노래 한곡을 신청한다면, 이 노래가 어울리지 않을까.

                   

궁금해서 잠이 안 와, 그때 왜 그랬어
구차해도 묻고 싶어, 그때 난 뭐였어

이럴 거면 나를 안아주지 말았어야지
설렘에 밤잠 설치게 했던 그 말도 말았어야지
그러지는 말지


비겁하게 숨어버린 너를
돌아올 거라고 믿은 내가 바보야
사랑스럽게 날 보던

네 눈빛에 빠졌던 내가 바보지
이럴 줄도 모르고

그랬구나 그랬어

좋았는데 넌 아니었나 봐
/ 백아연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카프카가 사랑했던 그녀, 펠레체 바우어


카프카는 펠리체 이후에도 몇 번 더 뜨거운 연애를 하지만 결혼을 하지는 않았다. 결핵치료를 위해 요양을 하던 중에 만난 도라 디아만트가 카프카 인생의  마지막 사랑이었는데, 그녀와도 식을 올리지는 않았다.

베를린의 허름한 방에서 도라 디아만트를 위해 책을 읽어주는 게 카프카는 행복했고, 밤이 되면 조용히 집필에 몰두하는 카프카를  지켜보는 일이 도라 디아만트에게는 기쁨이었다. 물가가 비싼 베를린에서의 생활은 도라 디아만크가 책임졌고. 카프카의 병세가 악화되어 감염의 위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의 곁을 지켰다. 한 사람에게 정착하는 것을 불안해했던 카프카였지만, 그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안정적이고 포근한 사랑 안에 머물렀다.  사랑이 이토록 편안하고 따뜻할 줄 알았더라면-, 이럴줄 알았으면 카프카는 펠리체에게 그러지않았을텐데.....



* 남의 사랑, 한 줄 요약

: 프란츠 카프카는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결핵으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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