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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깅스이 Jul 29. 2021

한여름에 생리를 한다는 것은

저소득 청소년 생리대 후원

7월 28일,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 해가 갈수록 생일이 별거냐 싶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이런 데서 티가 난다. 그래도 생일인데. 친구들을 만나기도 어렵고, 혼자 여행을 떠날 수도 없는 시국이라 괜히 섭섭했다. 게다가 월경 1일 차. 몸이 축축 늘어지고 허리와 무릎이 쑤셔서 운동을 하기엔 무리였다. 심지어 한여름이다. 가만히 있어도 높은 습도와 더위 때문에 짜증이 솟구치는 복날 여름이다. 그런 여름에 생리를 한다는 건 - 굳이 글로 표현하고 싶지 않은 재앙이다. 


'기분 전환이나 할 겸 동생이랑 네일 케어나 받으러 갈까.'

생각이 스치는 찰나에 화장대 옆에 쌓아둔 생리대가 보였다. 며칠 전, 이번 달 생리를 예감하며 사둔 것이다. 물론 세일 기간에 구입했다. 생리대는 비싸니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리대 가격은 OECD 국가 중 1위.* 우리나라 생리대 1개당 평균 가격이 약 331원인데, 덴마크의 생리대 가격은 약 156원이다. 일본과 미국의 생리대 가격은 약 181원이라고. 게다가 순면 100%니 유기농이니 하는 글자가 붙으면 더 비싸다. 발암물질에서 자유롭다고 소문난 외국 오가닉 브랜드 제품은 훨씬 더 비싸다. 건강을 위해 외제 생리대를 몇 번 구입해봤다. 뭐, 좋긴 했다. 완경이 오기 전에 통장이 거덜 날 것 같다는 점 외에는 말이다. 무려 장당 가격이 약 800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래저래 적당한 국산 순면 제품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런 지경이니 어쩌다가 증정용 생리대가 몇 장 붙어오기라도 하면 이게 웬 떡인가 싶다.  


이토록 꿉꿉한 여름에 생리 중인 여자들이 나 말고도 참 많겠지... 생각의 끝은 생리대 기부였다. 몇 년 전 '깔창 생리대' 이슈로 국가의 지원과 생리대 기부가 활성화되었다. 하지만 복지의 사각지대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생리대를 '아껴 써야만' 하는 여성들이 있다. 수많은 취약계층 여성들. 특히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마음이 쓰인다. 안 그래도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다. 생리 현상까지 그들을 괴롭게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아무리 좋은 생리대를 제때 교체하며 지낸다고 해도, 월경 특유의 찝찝함은 절대로 털어낼 수 없다. 그런데 생리대를 조금이라도 덜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니. 그 심정을 감히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놀면 뭐하니-환불원정대에서 취약계층 여성 생리대 지원을 위해 1억 원을 기부했던 NGO 지파운데이션을 선택.


손톱 관리에 쓰려던 돈을 저소득 청소년 생리대 지원을 위해 기부했다. 참고로 후원은 아주 간단했다. 회원 가입, 본인 인증, 어플 설치 모두 필요 없었다. 이토록 쉽고 간단한 기부! 고작 몇만 원. 엄청난 소액이다. 그래도 이 작은 돈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생리대로 전달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다짐했다. 돈 벌면 더 후원해야지. 돈 많이 벌어서 꼭 정기 후원해야지. 돈 적게 벌어도 종종 일시 후원해야지. 


모든 여성의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바라며.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 서비스, 2017




생리대 기부 등의 검색어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꽤 있어서 내용을 추가합니다. 보통 기부를 하기 전에 해당 기관이 정말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요. 최근 지파운데이션에 관한 기사가 보도되었는데, 이에 대한 지파운데이션의 입장이 발표되었습니다.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 시사저널 기사: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22587 
- 지파운데이션 입장문: https://www.gfound.org/bbs/board.php?bo_table=_notice&wr_id=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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