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더하기 순간
Photo by Mike Giles (https://unsplash.com/@mitch_peanuts)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저> 초반부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캡틴(스티브 로저스)과 팔콘(샘)이 처음 만나 대화 나누면서, 팔콘의 질문에 캡틴이 수십 년의 공백을 따라가는 데 노력 중이며 인터넷이 많이 도움된다고 말합니다. 이에 팔콘은 마빈 게이(Marvin Gaye)의 <Trouble Man> ost를 꼽으면서 그동안 놓친 게 이 앨범 한 시간에 다 들어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캡틴은 수첩을 꺼내서 리스트에 추가하죠. 영화 끝장면에서 캡틴이 병원에 누워있고 팔콘이 옆에서 책을 읽는 장면에서 'Trouble Man'이 플레이되고 있었구요. (참고로 저 리스트는 개봉되는 나라에 따라 관객이 알아볼 수 있는 단어로 다르게 적혀 편집됐습니다.)
한 6~7년 전 친구의 지인이 여는 자그만 파티에 초대받은 적이 있습니다. 음주 더하기 음악 등 문화 관련 얘기가 많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그때 진행 아닌 진행을 맡은 친구가 모든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자기의 장례식에 틀고 싶은 노래를 고른다면. 그리고 무인도에 가는 데 앨범을 딱 3장 만을 들고 갈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
그때 제 마지막을 보러 와 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로는 미셀 르그랑(Michel Legrand)의 'I'll Wait for You'를 골랐습니다. 영화 <쉘부르의 우산> OST인데 워낙 다양하게 편곡해서 발표하고 연주해서 버전이 참 많은데요. 4분 50초 길이로 편곡된 버전과 Michel Legrand Trio <Parisian Blue> 앨범 수록 버전 중 고민을 하다 앞의 버전을 선택했는데요, mp3로만 갖고 있고 앨범명을 몰라서 여전히 어느 앨범에 수록된 건지 찾고 있습니다.
앨범 3장은 분위기를 섞어서 가요 1장, 팝 1장, 재즈 1장 이렇게 골랐던 것 같습니다. 이소라 <눈썹달> 앨범은 정확히 기억이 나는데, 나머지 두 앨범은 기억이 정확히..
나를 대표하는 노래, 나를 말해주는 노래라는 게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나를 표현하는 노래는 조금 다른 결인 것 같습니다. 또한 플레이하는 장소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질 거라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시간과 장소, 같이 있는 사람 등에 따라서 내가 듣고 싶은 노래,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다를 거 같다. 하지만 그 여러 다름을 통과하는 하나의 흐름은 있을 것이다." 정도일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노래'란 무엇일까, 이런 나의 음악 풀을 얼마큼 확장시켜 놓는 게 좋을 가라는 질문도 이어서 올라오구요. 어쨌든 그 날 이후로 내게 최후의 한 곡은 무엇을 고를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금씩 수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2021년 1월 7일 낮 1시 30분이란 시점(글을 쓰는)에서 최후의 한 곡을 고르라면 아래 곡을 선택했습니다.
어제 잠을 설쳤더니 나른함에 몸이 살짝 녹아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또 날은 무척 춥지만 밤새 내린 눈 덕에 창밖의 풍경에선 조금 따뜻한 기운도 풍겨 나구요.
1995년 발표한 앨범 넥스트 <The Return of N.EX.T Part 2: The World> 수록됐으며, 기타 연주곡입니다.
그냥 만든 오늘의 믹스테이프. 나른함을 깨는 R&B 발라드 위주로 조금 업한 분위기로 골라봤습니다.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