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PD로서의바람직한 선곡은 무엇일까...
요즘 '라디오 PD로서 음악을 선곡한다.'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들어와서 선곡에 대해서 처음 배운 건 '네가 듣고 싶은 건 집에서 혼자 들어라.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걸 선곡해야 한다.'였습니다. 내 취향보다는 대중의 취향에 맞춰 고르는 것. 듣고 싶어 하거나, 들으면 좋을만한 곡을 고르는 것. 이걸 연습하는 데 주력했던 거 같습니다.
요즘 제작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달콤한 황진하입니다'(TBS FM. 95.1 Mhz)입니다. 밤 10시에서 12시 사이 진행되는데요, 회사에서는 신청곡 위주로 가자라고 합니다. 하지만 청취자분들이 신청하시는 곡은 정말 한정적이고 매일 반복됩니다. 예로 1부에 나간 노래를 다시 신청하고, 같은 노래를 매일 신청하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에 듣던 음악이나 모두가 아는 유명한 곡이 대다수입니다.
하루에 300개가 넘는 음원이 발표되는 현실에서 '예전 노래를 트는 게 과연 음악시장과 아티스트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와'듣던 노래만 듣는 게 청취자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인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라디오 PD로서 청취자가 듣고 싶은 노래, 들으면 좋을 음악, 그리고 음악산업의 발전, 이 세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데요.
그래서 제가 프로그램 제작을 한 이후부터는 신청곡 중에서 주로 00년 이후 노래를 픽하고 (00년도 이미 20년 전입니다.) 제가 선곡하는 부분은 신곡 또는 발매한 앨범 속에서 좋은 데 알려지지 않은 노래, 70-90 신청곡은 리메이크 버전으로 바꿔서 들려드리곤 합니다.
그러자 회사에서는 너무 어려운 노래 트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는데요, 시청자 문자 중에서 모르는 노래가 많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그걸 본 것 같았습니다. 문자로 참여하는 분들이 방송을 듣고 있는 다수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는 말고 참고는 하되 문자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가르쳤던 분들이 문자 하나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하기도 하면서 내 뜻대로 계속 가도 밀고 가도 되나 하는 걱정도 든 게 사실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노래에 낯설어하시는 청취자분들도 계시고 낯설지만 좋은 노래 소개에 감사해하는 분도 계시고.
물론 앱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은 단톡방 같은 기분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익숙한 음악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걸 즐기시는데요, 그러지 않은 분위기에 낯설어하며 재미없어하십니다. 반편 청취 패턴에 따라 참여는 거의 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들으시는 분들은 조금 다른 견해를 주시구요.
저도 나름의 방책으로 엔지니어와 리포터 분들에게 모니터링을 부탁해서 의견을 모아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서 일정 부분 동의와 보완점을 제시해 주셨는데요, 익숙함만을 원하는 일부 청취자와 새로움을 전달해야 하는 직업적 소명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전 방송 시작 전부터 인디음악을 알리는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했는데요, 관련해서 미팅을 진행하면서 두 가지 방향으로 플레이리스트를 꾸렸습니다. 인디자영업자의 성공을 바라는, 자영업자로서 인디가수가 음악으로만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플레이리스트 코너와 다양한 인디음악이 선곡될 수 있도록 뮤직딜리버리 브랜드 포크라노스와 함께하는 플레이리스트 코너입니다. 후자는 목요일에 진행되며 포크라노스에서 유통하는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고, 전자는 금요일에 '알려진' 인디와 '알려진' 인디를 함께 소개합니다.
이 선택이 청취자를 더 불편하게 하는 건지 아닌지는 제 몫이 될 텐데요, 앞으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주위 평을 들으면서, 청취자의 낯섦을 뚫고 좋은 노래를 투입시켜야 하는 미션이 있구요, 이 코너와 나머지 시간의 밸런스를 맞춰 청취자들이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야 하구요. 익숙함과 다름의 비율을 조정하면서 자연스레 좋은 노래들을 들을 수 있게 해야 할 텐데요. 편안하고 익숙하지만 새로움이 가미된 버전과 신청곡에 이어서 조금은 모를 수 있는 좋은 노래를 이어 플레이해서 자연스레 청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습니다.
혹시 우연히 제 프로그램을 만나는 분 계시다면 새 코너와 프로그램에 대한 간단한 의견을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의 노래는 소유의 신곡으로 골랐습니다.
믹스테이프는 오늘의 노래를 포함하여 봄을 맞아 살랑, 달콤, 여유를 담아봤습니다. (믹스테이프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