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그곳의 모든 것

by 소심한 주피

회사 화장실을 나오다가

천장에 달린 전등과 부딪혔습니다.

작은 신음소리를 멈추고

위를 쳐다보니

소켓이 부서졌네요.

머리를 문지르며 새로운 소켓을 사왔습니다.

있는 장비로 어찌저찌하여 소켓을 교체했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뜯었다 풀었다

꼽았다가 뺐다가

이러저리 하다 안되겠다 싶어

다시 철물점에 갔더니

소켓이 불량이라고 합니다.

새로 주신 소켓을 들고 와서

다시 공구를 들었습니다.

그래도 불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다시 가게로 향합니다.

주인은 이번엔 전구를 바꿔보라고 합니다.

아니면 전기 배선 자체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요

새로운 전구를 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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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켜지는 불

잠시 불이 없는 사이

전등빛이 사라진 사이

두꺼비집 까지 내린 사이

내가 알던 화장실은

익숙하던 복도는

더이상 내가 알 던 곳이 아니었습니다.

어스름히 돌고 돌아 오는 빛을 통해 만난 그곳은

익숙한 공간과는 조금 다른

어딘가 기이하며 공기의 온도도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사라진 전등빛 하나에

새로운 공간을 만났습니다.

이름도 바뀐. 그 곳에서 잠시 길을 잃을 뻔했습니다.

같은 빛을 만들기, 동일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

배회와 왕복을 여러번 했구요.

불이 계속 안들어올 때는

이곳에 버림 받았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빛 하나에 잠시 다른 세상에 다녀온

길지 않았지만 여러 감정이 다녀간

이름 모를 그곳

이름 모를 시간

어찌보면 그만큼 더 많은 감정과 감각을 느끼며

마음이 자랐을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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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그곳에서 나는 길을 잃었네

이름 모를 사람에게 나는 버림 받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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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유 - 이름 모를 그곳 중



소심한 피디의 사소한 선곡 - 이름 모를 그곳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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