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날에 이미 정해진, 나의 색 03

3화 지금 우리는 편함과 피곤함 그 사이 어디 즈음

by Rebecca

얼마 전 부모님을 만나 뵙고 왔다.

아버지는 붉은 테이프로 방을 꾸미고 계셨다. 액자마다 붉은색을 반듯하게 둘러 디자인해 놓으시고는 그것을 작품이라 부르며 흐뭇해하셨다. 그 옆에서 어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아버지는 붉은 돼지의 해에 태어나셨고, 어머니는 검은 용의 해에 태어나셨다. 여든을 넘긴 아버지는 예전 같지 않은 기운을 회복하려는 듯, 본능적으로 붉은색을 찾고 계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눈에는 그 모든 행동이 그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비칠 뿐이다.


아버지는 해병대 출신이다. 군복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고, 해병대를 상징하는 색이 바로 빨강이다. 아버지는 종종 붉은색을 통해 군 시절을 떠올리며, 언제나 초심으로 살기 위해 해병대 정신을 마음에 새긴다고 말씀하신다.


붉은 테이프를 바라보며 문득, 굳이 아버지가 설명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다.

기운이 약해질수록 더 강한 색으로 자신을 붙잡고, 삶의 중심을 다시 세우려는 마음. 그 붉은색은 장식이 아니라, 아버지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지켜내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목(木) 초록, 연두
시작, 성장, 확장, 방향성
기운이 많으면 조급해지고, 부족하면 정체감을 느낀다.


화(火) 빨강, 자주
표현, 열정, 존재감, 에너지
기운이 많으면 소모되고, 부족하면 무기력해진다.


토(土) 노랑, 베이지, 황토
중심, 안정, 버팀, 현실 감각
기운이 많으면 답답해지고, 부족하면 불안해진다.


금(金) 하얀색, 아이보리, 은색
정리, 기준, 경계, 판단력
기운이 많으면 예민해지고, 부족하면 흐트러진다.


수(水) 파랑, 남색, 검정
감정, 흐름, 회복, 지속력
기운이 많으면 가라앉고, 부족하면 메말라진다.












3화. 유난히 편한 색, 이유 없이 피곤한 색


1회에서는 태어난 날에 이미 깔린 색의 바탕을 이야기했고,

2회에서는 오행을 성격이 아니라 색감으로 바라보았다.



왜 어떤 색은 입으면 편안하고,
어떤 색은 설명할 수 없이 피곤할까.



사주에서 말하는 ‘기운의 많고 적음’

사주에서는
기운이 부족하면 보완이 필요하고,
기운이 넘치면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이론을 색으로 옮기면 단순해진다.



부족한 기운의 색 → 나를 살리는 색

이미 많은 기운의 색 → 나를 소모시키는 색



그래서 같은 색이라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작용한다.



나를 살리는 색의 특징은 무엇일까?


나를 살리는 색에는 공통점이 있다.

오래 입어도 피곤하지 않다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안정적이다

그 색을 입은 날, 일이 덜 꼬인다


이 색은
나를 돋보이게 하지는 않아도
나를 버티게 한다.



이런 색은
내 사주에서 부족하거나 필요한 오행이다.




나를 소모시키는 색의 특징


반대로 소모되는 색은 이렇다.

사진에서는 예쁜데 현실에서는 불편하다

하루가 끝나면 유난히 지친다

사람 반응에 예민해진다


이 색은
나를 빛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기운을 계속 쓰게 만드는 색이다.



이미 많은 오행을 계속 자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안 어울린다”는 말의 진짜 의미



우리는 흔히 “그 색 안 어울려”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말의 진짜 뜻은 이렇다.

그 색이 그 사람의 기운을 과하게 쓰게 만든다.


어울림은 미적 기준이 아니라 에너지의 지속 가능성이다.



요즘 유난히 끌리는 색이 있다면?


최근 들어 자꾸 손이 가는 색이 있다면 그건 유행 때문이 아닐 수 있다.

몸과 마음이 그 색의 오행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신호다.


사주는 미래를 예언하지 않는다. 지금의 상태를 설명할 뿐이다.

색은 그 설명을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보여준다.



오늘은 이것만 기억하면 충분하다

편한 색은 나를 살리는 색이다.

피곤한 색은 나를 소모시키는 색이다.


이 둘을 구분하기 시작하면 힘들 때 사주를 찾기보다는 나이 색에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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