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용기를 내서 스토리를 올렸습니다. 업로드 당시 저는 집 앞에서 달리기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메일링을 해보려고 생각했던 건 굉장히 오래된 일입니다. 열 명을 모집한 이유는 열 명도 모이지 않으면 속상할까 봐 속상해도 괜찮을 만한 수가 열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열 명이 넘는 분이 신청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청한 분들을 한 분 한 분 생각했습니다. 저와 오래 보고 지낸 분도 계시고 북페어에서 인사를 나누던 분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서로 온라인으로 소식만 보던 분도 계셨습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고맙습니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메일을 보내는 일은 처음입니다. 글을 올리거나 책을 내는 일은 익숙합니다. 하지만 비공개적으로 메일을 보내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어려워서, 용기가 없어서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메일을 보내기로 한 것은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쓰는 글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쓰는 글마다 목적지는 당신의 마음인데 도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편지를 보내면 당신의 메일함에 도착하겠죠. 그걸로 좋습니다. 답변은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스스로에게 '연재'가 필요했습니다. 마음을 꺼낼 곳도 필요했고요. 저는 글쓰기는 마음을 쓰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거짓 없이 솔직하게 꺼내는 것이 가장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점점 부끄러워지고 있습니다. 솔직하고 싶은데 그게 보여주기가 무섭습니다. 언젠가부터 글을 보여주는 것에 무서움을 느낍니다.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 무섭고 시선이 두렵습니다. 보는 사람도 많이 없는데 주책인 걸 알고 있습니다. 일종의 불안입니다. 저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이상한 두려움에 싸여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점점 사람을 피하고 있습니다. 무섭습니다. 이 편지는 제 무서움을 녹여주는 따뜻함이 될 것입니다. 제 편지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 고민 끝 이렇게 첫 메일을 보냅니다. 이 메일에서는, 편지에서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한 마음'이니까요. 제 메일을 정기적으로 받기로 하신 분들은 저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새끼 저거 어떻게 쓰나 보자고 들어온 것보다는 얘 글 읽어볼까? 라고 들어온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아주 솔직하게 적겠습니다.
저는 지난 2월 스타벅스를 퇴사했습니다. 19년 5월에 입사했으니까 6년 6개월 정도 일했습니다.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는데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일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기억납니다. 미안하게도 정말 짧게 일한 친구들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얼굴을 기억나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네요. 그들에게 저는 기억될지 모르겠습니다. 기억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기억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글을 쓰면 최소한 내가 나를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그것보단 더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싶습니다. 좋은 책을 만들어서 오래 읽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욕심이 많습니다.
저는 욕심이 많아서 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좋은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고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글. 읽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꾸준히 오래 쓰다 보면 어제보다는 좋은 글을 쓸 테고 그럼 언젠가는 읽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매일 씁니다.
한 가지 더 되고 싶은 것은 영화를 만든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건 아주 먼 이야기가 될 건데요. 제가 쓴 소설이 영화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저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제 이야기가 입에 오르내리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제가 만든 가공의 인물을 사랑하고 미워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오래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매일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인데요. (앞에 했던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혹시 제 첫 책 '2분 30초 안에 음료가 나가지 않으면 생기는 일'을 읽어보셨나요? 그 책은 제가 무엇을 위해 이십 대를 보냈었는지 적혀있습니다. 저는 노량진에서 경찰관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4년 동안 노량진에 살았습니다. 낭인이었습니다. 사람들을 피해 다녔습니다. 떨어지는 일이 일상이었습니다. 결국에는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서른을 맞았습니다. 노량진 고시원에 수험서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은 청춘을 버리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본가로 돌아와 도피하듯 스타벅스에 들어갔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타벅스는 아마 제 인생에서 소중한 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저는 경찰관이 되고 싶습니다. 나이 서른여섯에 다시 도전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지나가는 순찰차가 눈에 밟힙니다. 영원히 그럴 수는 없어서 해보려고 합니다. 경찰관이 되고 싶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도움을 주는 다른 일도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음… 삶의 일선에 가보고 싶어요. 감정이 오고 가고 슬픔과 절망 그리고 안도와 희망에 옆에 있고 싶어요. 외로운 사람, 상처 입은 사람 곁에서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도움이 아주 작더라도 그게 의미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기출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천천히 준비해 왔습니다. 다음 시험은 8월 30일인데요. 제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의고사를 보면 성적은 커트라인에 비슷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더 올려야겠지요. 저는 언제나 간당간당했습니다. 훌쩍 뛰어넘은 적이 없고 언제나 경계에 있었습니다. 경계를 걸으며 언제나 긴장했습니다. 떨리면 실수했고 실수를 실력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미워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공부하며 글쓰기 모임을 하고 매일 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공부해도 합격을 못 했는데 다른 일들을 하며 합격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하루의 할당량을 채우는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공부했던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야기를 꺼내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꿈이 궁금해집니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메일링을 시작한 이유를 적다가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응원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편을 구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적도 없는데 아군이 필요합니다. 저의 아군이 되어주세요. 그리고 저의 아군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 정도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갑자기 보내고 싶으면 더 보내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도 보내지 않는 날은 없게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한 주간 생각했던 정말 솔직한 마음들을 보내겠습니다.
집 앞 스터디카페에 앉아 이 편지를 예약합니다. 편지는 22시에 도착 예정입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첫 편지는 정말 떨리네요. 뭐라고 썼는지 다시 읽을 용기가 없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입니다. 답장하지 않으셔도 저를 응원한다고 믿겠습니다. 저도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성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