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발송 시간보다 한 시간이 늦은 23시에 보냅니다. 제 이야기가 조용한 시간,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에 읽히기를 바라서입니다. 저는 그렇게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해요. 평화가 있는 시간이라고 믿거든요. 여러분의 평화로운 시간에 있고 싶어요. 지난 편지 발송을 예약하고 조금 떨렸습니다. 부끄러워서요. 어느 글보다 솔직한 글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글쓰기 모임을 할 때마다 부끄러움을 쓰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했는데 좋은 글을 쓰는 일은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열 분을 모집했는데 인원이 많아져서 잠깐 당황했고 오래 기뻤습니다. 관심을 받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저를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그냥 지메일 숨은 참조로 보낼 생각이었는데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구독 플랫폼 스티비로 진행했습니다. 메일을 받아보겠다고 하신 분들의 이메일을 제가 하나하나 등록했습니다. 혹시나 받아보기 싫어지실 때 언제든 취소하셔도 됩니다. 쪼끔 마음이 쓰릴 것 같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스티비로 메일을 매주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 작성하고 보니까 한 달에 두 번의 발신만 무료이더군요. 그래서 8,000원을 내고 멤버십을 구매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매주 보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본격적으로 되어서 조금 부담스럽지만 어떤 책임이 생겼습니다. 매주 보내야 한다는 책임. 저는 책임감을 좋아합니다. 잘 지켜보겠습니다.
보내주신 응원과 답신이 제가 이번 한 주를 살게 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잘 읽고 잘 품었습니다. 오래 그 따뜻함을 기억하겠습니다. 저는 작은 반응도 크게 느끼는 사람인데 스티비는 '좋아요'도, 댓글도 없으니, 글을 공유해주시거나 글에 작은 답신을 주실 때 커다란 힘을 얻어요. 생각보다 자주 보내주신 마음 하나하나 기억하고 생각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익명의 수신인을 생각하며 썼는데 이번 글부터는 받아보는 얼굴이 선명합니다. 글을 쓰며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혹시 나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 당신이 맞습니다.
오늘도 스터디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스터디 카페는 세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한 곳은 집중실입니다. 집중실에서는 인강을 제외한 전자기기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학생들도 다 잘 따르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 두 공간은 노트북 사용이 가능한 공간인데요. 저는 지금 그곳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낮에는 작업하는 직장인들이 있기도 합니다.
지금 시간은 자정을 넘었습니다. 스터디카페에 남은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교복을 입은 학생 몇몇만 공부하거나 엎드려 자고 있습니다. 저는 보통 엎드려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면 지금 저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까요? 상상해 본 적 많습니다. 명문대에 가서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일이요. 너무 멋진 일이지요. 그런 친구들이 가끔 부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린 시절 공부보다 노는 일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노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정말 노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던 것은 아니고 부모의 기대감을 채워야 한다는 마음이 없던 학생은 아닙니다. 평범한 학생이었고 선생님들 성대모사를 하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웃기기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축구를 했고요. 학교가 끝나면 후문에 있는 농구장에서 농구했습니다. 고등학교 3년간 체육부장을 했어요. 체육 선생님이랑 가장 친했습니다. 친구들 유혹에 학원을 빠지고 PC방에 간 적도 있습니다. 공부 좀 열심히 할껄. 정말 돌이켜보면 정말 정신없이 살았네요. 부끄럽습니다. 가끔 그렇게 보낸 학창 시절을 후회합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역시 그럴 것 같습니다. 그게 저 이니까요. 열심히 공부를 해보겠지만 집중하며 할 수 있을지 모르겠거든요. 가끔 이런 제가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그래도 제 추억을 원망하지는 않아요.
스터디 카페는 지정된 자석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고등학교 시험 기간에는 만석입니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학생들을 볼 때 대견스러움을 느낍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제가 정말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시간은 새벽 한 시로 가고 있습니다. 저는 낮보다 밤이 익숙합니다.
요즘 잠을 잘 자지 못합니다. 어떤 날은 새벽 다섯 시에 잠에 들기도 했습니다. 불면의 밤을 보낼 때면 가라앉았던 지나온 후회들이 떠오릅니다. 부유한 후회들을 하나씩 건질 때마다 마음이 가난해집니다. 여러 가지 후회가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 한 학기 남기고 그만둔 것, 노량진에 있을 때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것, 20대에 더 많은 것에 도전하지 못했던 것들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습니다. 가끔 사람의 현재는 후회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눈이 뒤에 달린 것도 아닌데 앞으로 걸어가면서 뒤를 봅니다. 과거에 집중하다 앞에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지 못한 날도 많습니다. 항상 이렇게 무언가에 매여 무거워합니다. 사실 마음이 가벼웠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의 도전을 하며 스타벅스라는 고정적 수입을 내려놓았습니다. 아내가 저를 응원하는 방식입니다. 자기가 돈을 버니 일단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언제나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고정적 수입을 내려놓고 제 통장은 비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을 기다립니다. 매달 들어오는 인세와 간헐적으로 진행하는 수업들에 대한 강의비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종종 외주 글 작성 일도 들어오고요. 그래도 마음이 가볍지 않습니다. '돈'은 한 글자인데 왜 이렇게 무거울까요?
어제는 기출문제집을 새로 샀습니다. 38,700원입니다. 10% 할인된 가격이랍니다. 제 책을 다섯 권은 팔아야 한 권을 살 수 있습니다. 책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는 지, 책을 만들어 먹고 산 지 5년이 되었는데도 모르겠습니다.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 좋은 책과 읽히지 않는 책을 자주 생각합니다. 좋은 책을 만들고 싶고 잘 팔리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잘 팔리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그런 책을 만들 겁니다. 경찰관이 되어 경찰관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습니다. 저도 몇 번 112신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피해를 당한 것은 아니고요. 한 번은 새벽에 길에 쓰러진 사람을 발견해서 신고했었고요. 한 번은 지하철에서 앞에 앉은 학생들 치마 속을 찍던 남자를 체포하기 위해 신고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떨렸습니다. 저에게는 아무 자격도 없으니까요. 남자의 핸드폰을 빼앗은 다음 제 핸드폰으로 112 신고했는데요. 경찰관이 오기까지 그 시간이 정말 길었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지랖이 꽤 넓습니다. 조금 공식적인 오지랖을 가지고 싶어서 경찰관이 되고 싶은 것 같기도 합니다.
'돈'이야기를 하다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오늘은 잠시 코스트코에 다녀왔습니다.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코스트코는 언제 가도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고객보다 근무하는 직원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적당한 미소를 하고 일하고 계셨고요. 모두 프로같이 느껴졌습니다. 같이 간 어머니가 옷을 하나 환불했는데요. 환불해주시는 직원이 친절하셨고 전문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부끄러워졌습니다. 저는 일을 할 때 매번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요령을 부렸고요. 어떨 때는 고객과 싸운 적도 있습니다. 고객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 나는 왜 저렇게 친절하지 못했을까 생각합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노동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일을 그만둔 지 4개월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고 몸을 움직이고 주어진 일을 하고 성과를 얻고 싶습니다. 지금은 사회인이 아닌 느낌입니다. 비사회인, 탈사회인인 느낌입니다. 어떤 곳의 구성원이 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수험 공부, 1인 출판사,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수업들 모두 혼자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외롭고 사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굉장히 내향적인 사람인데요. 사람을 사랑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지나온 일들을 이야기하다 여러 후회들을 말하고 고민을 꺼냅네요. 이것도 부끄럽네요. 이 글을 읽어보는 당신은 후회나 고민이 있나요. 궁금합니다. 그리고 부디, 그것으로 너무 속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성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