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금요일 밤입니다.

by 이성혁

속상한 마음이 있나요. 너무 깊은 곳에 두지 말고, 쉽게 흘러가도록 둡시다.


오늘도 늦은 밤 스터디카페에 앉아 맥북을 열었습니다. 시간은 새벽 1시 30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피곤한 날이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앉았습니다. 매주 보내드리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소중하고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지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밖에 비가 많이 내립니다. 저는 비가 내리면 요동치는 마음이 잔잔해집니다. 비 맞은 아스팔트 냄새를 사랑합니다. 뜨거움이 가라앉고 모든 것이 차분해지는 것이 느껴져요. 우산을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그래도 비 오는 날을 사랑합니다.


오타가 있어서 부끄러웠습니다. 앞으로는 더 문장을 살피겠습니다. 저는 항상 실수를 하는 것 같아요. 가끔은 제가 밉습니다. 지난 편지를 보내고 역시 많은 답장을 받았습니다. 답장을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가끔 답장이 기다려집니다. 저는 역시 읽히고 싶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문장을 남겨주는 것이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문장을 쓰면 그것을 읽고 다시 문장을 써서 넘겨주는 일이 참 좋습니다. 부담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기회가 되거나 여유가 되어서 몇 문장 보내주시면 저는 그 메일에 별표를 쳐서 중요 메일함으로 보내겠습니다. 그러다 마음이 어두운 날이 따뜻하고 밝은 별이 되도록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날이 깁니다. 어제는 새벽 3시쯤 잠들었고 오늘 아침 7시에 잠깐 깼습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손가락이 저렸습니다. 아내가 주는 두통약을 먹고 다시 잠들어 9시 언저리에 일어났습니다. 저린 손가락을 주무르며 잠에서 깼습니다. 요즘 손과 다리가 많이 저립니다. 하는 것도 따로 없는데 말입니다. 건강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는지는 알면서 모르겠습니다.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는데, 하러 나가기가 힘들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자극적인 음식만 좋아합니다.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쓰고 싶지 않지만 써야 합니다. 쓰는 일은 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해야 할 일은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쓰는 정체성, 제 정체성을 지키고 싶습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판교에 다녀왔습니다. 계약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주체가 되어 계약을 했습니다. 제가 작가로 계약한 것은 아니고요. 출판인으로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1인 출판사에서 한 작가님의 책을 내기로 했습니다. 글이 너무 좋아서 책으로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숲물결에서 내기로 했습니다. 저에게는 큰 용기와 도전이었습니다. 제 책이 아닌 다른 이의 책을 제작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더군요. 더 조심스럽게 문장을 만져야 하고 독자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글이 정말 좋으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기대해 주세요.


판교에서 동네로 돌아와서 부모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부모님은 지금 캐나다에 있습니다. 부모님을 배웅하러 주중에 인천공항에 다녀왔습니다. 저만 그럴까요. 공항만 가면 괜히 가슴이 떨립니다.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떠난다는 말에는 자유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을 떠나 조금 더 자유로운 곳으로 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부럽습니다. 저도 떠나고 싶습니다.


어디로 떠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미국에 가고 싶습니다. 차를 하나 빌려서 아무 생각 없이 서부에서 동부를 횡단하고 싶습니다. 아주 오랜 기간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언제쯤 그런 여건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게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마다 삶은 여행이라는 말을 생각하는데요. 그럼, 여행은 무엇일까요.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일까요. 아니면 여유를 갖는 것일까요. 만약 여행이 새로운 것을 보거나 여유를 갖는 거라면 저는 여행하고 있는 삶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매일 반복된 것을 보고 여유롭지도 않으니까요. 아무튼 여행하고 싶습니다.


오후에는 택배를 보내러 우체국에 갔습니다. 택배를 보내려다 직원 행동에 마음이 상했습니다. 저에게 하는 말이 조금 강요스럽고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 불친절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도 웃으며 대화하지 못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니 조금 다정할 걸 하고 후회했습니다. 남이 나에게 조금 친절하지 못해도 제가 친절하면 되는데 말이죠. 오늘도 부끄러움과 후회스러움을 챙깁니다.


[솔직한 마음]을 시작하고 어려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얼마나 보여야 할까입니다. 처음에는 전부 보여드리려 했는데 저도 모르게 숨기게 됩니다. 그래도 솔직한 마음이니 솔직한 마음을 또 꺼냅니다.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속상한 마음‘입니다. 솔직히 조금 속상합니다. 국제도서전에 있고 싶어서요. 그곳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마음이 너무 작습니다. 아주 잠깐 나만 없는 잔치를 생각했습니다. 도서전에 삐졌습니다. 재작년에는 바보같이 신청 기간을 놓쳐서 신청을 못 했고요. 작년에는 사정이 있어 신청을 못 했습니다. 올해 처음 신청을 했습니다. 독립 출판 코너 책 마을에요. 경쟁이 심해서 그런지 아니면 심사위원들에게 제가 부족했는지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그 후에 일반부스 모집이 있었는데요. 만약 신청했으면 되었을지 모르지만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부스 가격도 저에게는 부담이었거든요. 지금은 일반 부스를 신청할 걸 후회합니다. 하지만 후회하면 뭐 하겠습니까.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아무튼 지금 약간 삐진 상태입니다. 도서전에 참가하면 얼마나 신나는지 알고 있거든요. 내년에는 저도 껴달라고 말할 수 있도록 더 준비를 잘해봐야겠습니다.


‘속상한 마음’도 있지만 ‘응원의 마음’도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 없지만 그곳에는 제 책도 있고요. 무엇보다 저의 친구들이 그곳이 있습니다. 예매권을 구하지 못한 저에게 셀러 목걸이를 주겠으니 들어오라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참 고맙습니다.


독립 출판이 혼자 하는 일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가끔 느낍니다. 든든한 동료가 있어서 나아갈 힘이 생깁니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은 이 글을 읽는, 제가 아군이라고 믿는 당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려다 그럼 너무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라고 쓰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속상한 마음’은 언제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가진 이 속상한 마음을 너무 깊은 곳에 두지 않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속상한 마음이 있나요. 너무 깊은 곳에 두지 말고, 쉽게 흘러가도록 둡시다.


비가 내리면 이상하게 영화를 보고 싶어집니다. 저는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대학 원서를 쓰던 시절 영화학과에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합격은 못 했고요.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이런 날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저에게 추천해 주세요. 메모장 보고 싶은 영화 칸을 만들어 영화가 생각날 때 재생 버튼을 누르겠습니다. 다음 편지에서는 제가 사랑하는 영화들을 알려드려 볼게요.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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