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번째 편지입니다. 점점 편지 쓰는 일이 익숙해집니다. 행동은 익숙해지는 데 마음은 행동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쓸 때마다 떨리고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설렙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는 일은 저에게 설레는 일 같습니다. 영원히 그러고 싶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주까지 편지 세 통을 보냈는데 보내는 날 밤마다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이 있습니다.
1. 이 얘기는 괜히 꺼냈나? 후회한다
2. 솔직하게 말했으니 괜찮다
3.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렇게 솔직하게 적어도 되는지 고민되긴 합니다. 가끔 이런 저의 솔직함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럽고 바보 같은 모습으로 비칠까 겁이 나긴 합니다. 그래도 솔직하다고 했으니 솔직하게 적겠습니다.
오늘은 오징어게임 시즌 3이 나오는 날입니다. 시즌 1은 2021년 9월에 나왔는데요. 몇 년 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자기가 만든 창작물을 세상 모든 사람이 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저도 그런 창작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책을 만들지만, 책을 넘어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것에 대한 글을 다음에 또 써보겠습니다.
그러지 않았던 적이 없지만 여전히 밤이 깁니다. 요즘은 보통 새벽 4시에 잠에 듭니다. 독서실에는 3시까지 있고요. 그리고 아홉 시쯤 눈을 뜹니다. 매일 피곤합니다. 정상적인 생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상한 생활은 아니라고 믿어요. 다 각자의 생활이 있잖아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생활을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요즘 공부를 하고 원고를 읽고 솔직한 마음을 보내는 생활을 합니다. 단순합니다. 집에서 스터디카페까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지난달은 활동 반경이 영종도까지였는데 요즘은 집 근처에 한정됩니다. 생활 반경이 너무 적으면 사람은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제가 지금 그런 것 같습니다. 오래 걷지 않았는데 다리가 아프고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머리가 아픕니다.
스터디카페에 혼자 남아있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좋습니다. 요즘은 중고등학교 시험 기간인가 봅니다. 늦은 오후만 되면 학생들이 가득 찹니다. 교복을 입고 앉아서 책을 보며 공부하는 학생을 볼 때면 약간의 책임감이 생깁니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책임 같은 것이 생깁니다.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서 지금 공부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따금 열람실에서 떠드는 남학생들을 볼 때면 저의 학창 시절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철없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순수했습니다. 독서실에는 손을 잡고 공부하는 어린 커플 학생들도 있는데요. 그런 풋풋함이 그립습니다. 저에게는 없었거든요. 저는 그냥 남학생들과 땀 흘리며 축구를 하고 농구하며 놀았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첫 여자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와 11년 가까이 연애했고 지금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갑자기 이야기가 샜습니다. 솔직한 마음의 재미는 또 이야기가 새는 것 아닐까요. 아무튼 저는 학창 시절이 그립습니다.
요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봐요. 저의 중고등학교 생각을 자주 합니다. 학창 시절에 떠들다 혼난 기억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초등학교나 고등학교 친구들은 연락을 종종 주고받습니다. 초등학교는 같은 동네에서 자란 동네 친구들이 있고요. 고등학교는 기억이 더 선명해서 그런지 연락을 주고받고 지내는 친구가 여럿 있습니다. 중학교를 함께 보낸 같은 반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기억나는 얼굴이 많습니다.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는 거의 없습니다. 어쩌다 연락하지 않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겠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핸드폰이 생겨서일까요. 따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친구는 없습니다. 어쩌다 멀리서 소식을 듣는 경우도 있는데요. 보고 싶지만, 따로 먼저 연락을 할 용기는 없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용기를 내지 않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지나가다 마주치면 정말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고 싶습니다. 그때는 잘 지냈냐고 보고 싶었다고 말해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하니까 생각났는데요. 저는 종종 소설을 씁니다. 언젠가 장편 소설 단행본을 내고 싶습니다. 소설 주인공은 보통 학생들입니다. 저는 청소년 이야기를 자주 쓰는 것 같아요. 그때가 그리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사람이 그립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저는 굉장히 정이 많습니다. 그리운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같이 자란 친구들부터 학창 시절, 그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들. 그리고 같이 일했던 친구들 등등이요. 그들에게 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잘 지내는지, 밥은 잘 먹고 지내는지가 궁금합니다. 떠오르는 얼굴이 많습니다. 갑자기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생각나고요.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먼저 하늘로 여행을 떠난 친구들도 생각납니다. 제가 어떤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보고 싶은 사람을 우연히 마주치는 초능력을 가지고 싶습니다. 우연히 마주쳐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거나 조용히 지켜보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그리운 얼굴이 많은 밤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리운 사람이나 시절이 있나요?
언젠가 지금 이렇게 불안하고 흔들리는 시절도 그리워지겠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미 겪어봤으니까요. 사는 일은 언제나 불안하고 흔들림이 동반되는 것 같아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불안함과 흔들림도 잘 지나갈 거라고 믿습니다. 멀리서 응원을 보냅니다.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는데 옆집에서 찾아왔습니다. 옆집에서 노크한 것은 처음입니다. 문을 여니 떡을 주셨습니다. 아기가 100일 되었다고 했습니다. 딱 한 번 마주친 아기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을 닫고 주방으로 돌아와 맛있어 보이는 떡을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성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