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대신 도전을
사실 나는 주재원 자녀가 부러웠다.
어릴 때 해외에서 몇 년쯤 살아본 경험,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는 태도, 어딘가 모르게 여유 있어 보이는 자신감. 나는 그런 배경이 없었다. 오히려 시골에서 자랐다.
내가 주재원 자녀가 될 수는 없었지만 한 번쯤은 아이에게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주재원 와이프가 되어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낯선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고, 다른 문화 속에서 가족과 살아보는 삶. 그저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은 막연한 동경이었다.
그런데 주재원 와이프가 아닌, 내가 주재원으로 가게 되었다.
사실 2년 전, 비슷한 기회가 한 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현실을 계산하며 잃게 될 것들만 바라봤다. 눈에 보이는 비용과 익숙한 안락함을 포기할 용기가 없었다. 결국 머물기를 택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래, 그 결정을 후회했다. ‘그때 갔어야 했나.’
시간은 흘렀다. 아이의 학년은 올라갔고, 남편의 커리어는 더 단단해졌으며, 나의 연차는 쌓여갔다. 안주하는 삶은 편안했지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더욱 커져갔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이번이 아니면, 어쩌면 다시는 선택하지 못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걸.
다시 기회가 찾아왔을 때, 이번에는 ‘잃을 것’이 아니라 ‘얻게 될 것’을 떠올렸다.
낯선 도시에서의 삶은 우리 가족이 평생 함께 나눌 추억이 될 것이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한 아이에게는 입시나 취업 그 이상의 선택지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매일 새로운 한계를 마주하며 나 역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그 어떤 가치로도 환산할 수 없다.
2년 전의 나는 현실을 계산했고, 지금의 나는 앞으로의 시간을 선택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후회 대신 도전을 택하기로 했다.
실리콘밸리, AI의 중심 산호세에서 나는 주재원으로 일하게 된다. 아이에게는 더 넓은 세상을, 남편에게는 또 하나의 전환점을, 그리고 나에게는 새로운 커리어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 기록은 낯선 도시에서 다시 시작하게 될 나와 우리 가족의 삶을 남기기 위해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