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최연소 팀장, 외조를 결심하다

나의 발령과 남편의 휴직

by 르르베

드디어 나의 발령이 확정되었다.

막연하게 상상할 때는 그저 설레던 곳. 실리콘밸리.


그런데 막상 발령이 나니, 마음에 걸리는 현실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가장 먼저 남편이었다. 대기업 최연소 팀장이라는 타이틀, 그동안 치열하게 쌓아온 커리어. 그는 지금 커리어의 상승 곡선 위에 있었다. 일에 대한 열정도, 욕심도 분명했고, 회사에서도 핵심적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의 회사에는 우리가 꿈꾸는 해외 근무의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함께 감당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는 나와 아이를 위해 그 소중한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휴직을 결정했다. 나의 기회를 위해 그의 커리어를 멈추는 일. 그 무게를 알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도 걸렸다. 축구보다도 수학이 좋다는 아이. 대치동 학원들을 나름의 재미로 씩씩하게 잘 다니고 있다. 괜히 환경을 바꿨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막연했던 꿈은 현실이 되자 곧장 책임이 되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시간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에게는 커리어를 확장하는 도전이고, 쉼 없이 달려온 남편에게는 조금 더 멀리, 그리고 깊게 인생을 복기해 볼 안식의 시간일지 모른다. 아이에게는 더 넓은 세상을 보며,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는 주재원 남편의 삶을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희생 위에 내 커리어의 기회를 얹게 되었다. 고맙고, 미안하며, 그래서 더 잘 해내야겠다고 다짐한다.


다시 돌아올 그날, 우리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변화의 방향이 우리 가족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긍정적인 쪽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