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소식, 다른 표정
발령 소식을 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가족부터였다. 시댁 식구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 일상의 대화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미국으로 발령이 났어요.”
수저를 들고 계시던 시어머니는 잠시 말을 잃으셨다. 그리고 그날, 어머니는 더 이상 식사를 하지 못하셨다. 아들의 휴직과 손주와의 이별이 동시에 덮쳐온 복잡한 침묵이었을 것이다.
반면 친정 부모님의 반응은 담백했다.
“좋은 기회니?” 나는 그렇다고 답했고, 부모님은 “그래, 잘 다녀와”라고 짧게 덧붙이셨다. 그 뒤에 이어질 수많은 걱정과 그리움은 숨기신 채였다. 전화를 끊고 나니 오히려 그 짧은 응원이 가슴을 더 먹먹하게 만들었다.
회사 지인들의 반응은 또 다른 온도차를 보였다.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네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남편의 커리어를 먼저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거기 자리 잡으면 이제 안 돌아오는 거 아냐?”라며 농담 섞인 걱정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이는 본인도 가고 싶다며, 어떻게 그런 기회가 생긴 건지 하나하나 묻기도 했다.
같은 소식이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조금씩 달랐다.
그 중 가장 뜻밖이면서도 뭉클했던 건 후배들의 반응이었다. 한 후배는 내가 떠난다는 말을 듣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그 울음이 너무 깊어, 나는 다른 후배에게 소식을 전하는 일이 망설여졌다.
결국 다른 통로로 소식을 전해 들은 그 후배는 나를 불러냈다. ”언제 알려주실 생각이었어요?“ 서운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하던 후배는 이내 참았던 눈물을 훔쳤다. 당황스러웠지만, 그 눈물은 내가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는 것 같아서 고마웠다.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소식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걱정이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깊은 서운함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건네준 응원과 눈물을 소중히 눌러 담았다. 낯선 산호세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이 표정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