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다시 서울, 유난히 뜨거웠던 올겨울

그 따스했던 조각들이 우리 삶의 뿌리가 되기를.

by 르르베

브리즈번의 쩅한 태양 아래서 아이의 손을 잡고 걷던 그 뜨거웠던 길들이 이제는 한낮의 꿈처럼 아득하다.


한국은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지만, 브리즈번의 쨍한 여름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 다시 차가운 서울의 공기 앞에 섰지만, 내 마음엔 여전히 그곳의 온기가 남아있다.


그 때의 나는 늘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다. 브리즈번에서의 한 달은 그 모든 것에서 한 발 물러나 숨을 고르는 시간이었다. 완벽한 계획표 대신 아이의 느린 선택을 따라 걷고,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을 올려다보고, 새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곳에서 나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이토록 다채롭다는 걸 처음 알았다. 햇빛의 색과 하늘이 시간마다 달라진다는 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가 이렇게 충만할 수 있다는 것도.


떠나기 전에는 고민이 많았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은 단 한 번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떠났다.


다시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삶이 벅찰 때마다 마음속에 저장된 그곳의 푸른 하늘과 사우스뱅크의 인공 해변, 해 질 녘 함께 천천히 걷던 우리의 그때 그 모습을 꺼내볼 수 있다는 것을.


아이와 함께 보낸 그 뜨겁고 따스했던 겨울은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수많은 계절을 견디게 할 단단한 뿌리가 될 것이다.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는 것을, 그곳에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