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아이와 나, 서로의 하루를 읽다.

by 르르베

브리즈번에서의 한 달 살기를 시작하며 우리는 작은 약속을 하나 했다. 소중한 매일을 각자의 일기로 남기기로 한 것이다. 아이는 흔쾌히 응해주었고, 그렇게 우리는 매일 밤 서로의 일기장을 바꿔 읽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루를 두 번 사는 기분이었다. 내가 본 낮의 풍경과 아이가 기록한 낮의 온도는 닮은 듯 달랐다. 화려한 사진 한 장보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꾹꾹 눌러 담은 감정들이 우리의 하루를 훨씬 더 선명하고 오래 붙잡아 두었다.


아이의 일기장 속에는 오늘의 행복과 내일의 설렘이 빼곡했다. 그리고 그 문장들 사이사이, 나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도 적혀있었다.


“나중에 네가 사춘기가 되어서 엄마랑 서먹해지면, 엄마는 이 일기를 다시 꺼내 보고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기억할 거야.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의 눈에 커다란 눈물이 맺혔다. 그러더니 이내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나는 아주 아주 나중에 엄마가 하늘나라에 가고 나면... 그때도 이 일기 볼 거야.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매일매일 볼 거야.”


아이는 그날 밤 한참을 울다 잠이 들었다. 나는 그저 이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인데, 아이는 이 일기장에 ‘엄마와 보낸 시간’을 영원으로 남기고 있었다. 우리가 썼던 일기들은 훗날 혼자 남겨질 아이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위로이자 사랑의 증거가 될 터였다.


아이의 진심을 마주할 때마다 코끝이 찡해졌다. 사실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육아휴직 기간 이후, 이렇게 24시간을 온전히 붙어 지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직장인 엄마로 살며 놓쳤던 아이의 모습들이 일기장 위로 쏟아졌다.


내 생각보다 아이는 훨씬 야무졌고, 밝았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갈하게 정리할 줄 아는 아이였다.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를 '아직 어린아이'라는 틀에 가둬두고 있었음을, 아이는 모르는 사이에 이미 저만큼 훌쩍 커버렸음을 일기장을 통해 배웠다.


“엄마, 돌봄 대신 브리즈번 오게 해 줘서 고마워. 다음에도 오자.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고마운 건 나였다. 나를 다시 '엄마'로, 그리고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로 만들어준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