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부에서 다시 시작된 삶

이방인의 리라이프가 시작되다

by 리라이프

한때 나는 ‘내 삶은 별 것 없다’고 믿었다.

돈도 없고, 특출난 재능도 없고, 뭔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공부도 그다지 잘하는 편도 아니고, 기술도 자신 없고, 그저 매일 미래가 보이지 않아 우울감 속에서 버티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작아질 수 있을까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이별에서 받은 상처, 자존감이 무너졌던 연애, 내 능력을 스스로 제한하던 나의 생각들.

그때의 나는 삶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점점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고, 자신도 믿지 못하게 되고..

안 그래도 자존감도 낮아 한없이 작아지고 있던 나는 더 이상은 더 이상 작아질 수도 없을 만큼 회복 불가 상태였다.


겉으로는 괜찮은척했지만,

속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오직 일기장에서만 내 진짜 이 타들어가는 마음을 비춰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예고 없이 전환점을 만든다.

그건 아주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나에게는 그 ‘관심’이 바로 언어였다.


20대 초반, 영어에 흥미가 생기고 대화를 해보고 싶어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20대 중반, 일본어를 배우면서 도쿄에서 개발자로 취업까지 하게 되고,

20대 중후반,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어서 시작한 작은 만남이

어쩌다 내 평생을 함께할 사람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삶은 나를,

생각지도 못했던 프랑스 북부의 작은 마을까지 데려왔다.


여기는 내가 알고 지내던 도시들과는 전혀 다르다.

바람 소리가 크게 들리고, 산봉우리는 거의 없고,

해 질 무렵이면 들판 너머로 붉은빛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밤하늘에는 별이 가득하고,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낯선 언어와 낯선 풍경 속에서 나는 여전히 어색 어색한 이방인이다.


프랑스에서의 삶은 여행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일본에 살 때처럼 언어가 편하지도 않고, 유럽 여행 때처럼 영어로 쉽게 소통할 수도 없다.

남편의 프랑스 가족들은 영어를 아예 못하고,

이곳의 사람들 역시 ‘프랑스어만 가능한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대화가 막히면 사람은 금방 고립된다.
그리고 외로움은 조용히, 은근하게 스며든다.


하지만 이 외로움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내가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는지’를 배우는 중이다.
프랑스어가 잘 되지 않아도,
문화가 낯설어도,
지금 이 땅에서 용기 있게 나만의 속도로 다시 살아보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브런치에서,
나의 두 번째 인생 기록을 시작하려 한다.


프랑스에서의 작은 일상들,

언어와 문화 속에서 배우는 것들,

국제커플이자 국제부부로서의 현실과 고민들,

그리고 ‘프랑스에서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찾아가는 여정을

천천히, 내 진심을 담아 하나씩 써 내려가려 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아직도 배우는 중이지만
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조금이라도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이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다시 열린다.
프랑스 북부의 하늘 아래에서



(fyi. 이 글을 쓰는 오늘, 첫눈이 내렸다! 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