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적응하기 (2) - 생활 편
나는 물을 참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하루 2L는 마시고, 녹차나 허브차도 자주 우려 마신다.
반신욕하는 것도 좋아하고, 물과 관련된 건 대부분 잘 맞는 편이다.
한국에서 살 때는 정수기물이 늘 편했고,
일본에서는 마음껏 온천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곳도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늘 브리타 필터를 써서 마셨다.
그래도 물을 끓여 차를 마시거나 반신욕할 때 불편함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 퀄리티”에 민감해진 것 같다.
소믈리에처럼 향을 맡는 건 아니지만, 물 맛과 질감은 꽤 잘 느끼는 편이랄까.
그런데…
프랑스는 완전히 다르다.
프랑스 수돗물은 ‘석회수’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 석회수… 정말 별로다.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면 바닥에 하얗게 석회가 달라붙고,
한 번 누렇게 끼기 시작하면 아무리 닦아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수기를 쓰든, 필터를 달아놓든 결과는 비슷하다.
우리 집도 수돗물 필터를 설치해서 그냥 마셔도 되긴 하지만
물을 끓이면 남는 하얀 자국은 피할 수가 없다.
샤워할 때도 문제가 생긴다.
프랑스 약국 화장품(더마 브랜드)들이 보습에 강한 이유가
아마 이 석회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샤워를 하면, 한국처럼 ‘뽀득뽀득 깨끗하게 씻기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미끄덩하게 잔여감이 남는다.
그리고 피부가 확실히 더 건조해진다.
특히 지금처럼 건조한 겨울에는 더 심하다.
바디오일과 바디로션은 기본이고
머리도 뻣뻣하게 감겨서 헤어오일이 필수템이 되어버렸다.
프랑스의 물은 생활의 작은 불편을 만드는 존재지만,
이것도 결국 내가 적응해나가야 하는 프랑스의 한 조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물 걱정 없이 살던 나’에게
프랑스의 석회수는 꽤 충격적인 변화였다.
샤워감, 피부, 머릿결, 전기포트까지—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니까.
그래도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보습 루틴을 챙기고, 물 끓인 뒤 생기는 자국도
“아, 프랑스 살면 자연스러운 일이지” 하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귀찮지만
이런 작은 차이들 속에서
내 프랑스 생활이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