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적응하기 (2) 생활 편
프랑스에서 살다 보면 한국과 너무 다른 생활 습관들에 가끔 놀라곤 한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생활을 함께하다 보니 오히려 “이건 정말 좋다” 싶었던 것들이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프랑스 가정의 생활 습관 3가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정말 설거지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우리 엄마는 손이 크셔서 요리도 자주 하시고 또 한 번 하게 되면 많은 양을 만드신다. 그리고 우리나라 특성상 반찬 문화가 있어서 반찬 통들, 반찬 담는 접시, 국 그릇, 밥 그릇 등 설거지할게 너무나 많다. 그래서 엄마 요리를 맛보는 건 좋아하지만 그 많은 그릇들을 설거지할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쌓였다.
하지만 프랑스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설거지가 삶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대부분의 집에 식기세척기가 기본처럼 자리 잡고 있고, 그 활용도도 굉장히 높다.
식사 때도 큰 접시 한 그릇 안에 먹을만큼만 담아서 먹고, 다 먹은 다음, 너무 소스나 잔여물들이 남았을 땐 가볍게 식기세척기에 넣기 전에 접시를 대충 털어내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래서인지 식사 후 설거지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덕분에 식사 시간은 더 여유롭고, 설거지에 소비되는 에너지가 줄어드니 일상의 피로도도 확실히 다르다.
이 이야기를 동생에게 해주었더니, 동생네 부부도 2인용 식기세척기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맞벌이 부부에게 정말 딱이라며 잘 쓰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설거지 전쟁’이 익숙했던 나에게는 작은 문화 충격이자, 생활을 훨씬 가볍게 만들어준 변화였다.
한국에서 살 때 청소로 두번째 스트레스 받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 청소'였다. 곰팡이가 자주 생기고 특히 여름에는 습해서 청소에 더 신경써야 한다. 한번씩 화장실 청소할 때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뭔가 정말 하기 싫은 청소 중 하나였는데, 프랑스 와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프랑스 집의 욕실은 대부분 철저한 건식 구조다.
샤워 공간은 작고 커튼이나 칸막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오히려 물이 밖으로 튀는 일이 잦다.
하지만 신기한 건, 프랑스 사람들은 물기를 ‘그냥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샤워가 끝나면 스퀴지(Squeegee)로 벽과 바닥의 물을 먼저 쓸어내고,
이어서 스포츠타월이나 전용 타월로 남은 물기를 닦아낸다.
세안 후에도 거울이나 세면대 주변을 바로 정리하는 습관이 있고,
덕분에 욕실이 하루 종일 뽀송하고 깔끔하다.
처음에는 번거롭다고 생각했는데, 이 습관을 들이고 나서는 오히려 한국의 습식 욕실이 더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다.
물기가 남지 않으니 곰팡이가 생길 일이 없고, 냄새도 안나고, 청소도 훨씬 수월하다.
‘정리 습관이 생활의 질을 만든다’는 걸 가장 많이 느낀 부분이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습식 화장실을 원하느냐, 건식 화장실을 원하느냐 묻는다면 나는 무조건 건식 화장실을 원한다고 말할 것이다.
프랑스 가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화 중 하나는 식단 계획표다. 물론 이게 내 프랑스인 남편의 집 기준이지만, 일주일 치 메뉴를 미리 짜고, 그에 맞춰 장을 보는 시스템이 생활화돼 있다.
냉장고에 뭘 사놨는지 잊어버리는 일도 없고,
필요한 재료만 사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도 줄어든다.
한국처럼 “오늘 저녁 뭐 먹지?”를 매일 고민하는 일이 거의 없다.
어떤 집에서는 주말에 한 주의 식단을 적어 벽에 붙여두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참여해 가족 모두가 먹거리 선택에 자연스럽게 참여한다.
이런 계획적인 소비 습관은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말 인상적이었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생활 전체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알게 해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