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위기

feat. 건강하고 오래가는 커플의 7가지 조건

by 리라이프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의 삶은 나름 고요하면서도 다이내믹하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나만의 싸움이 있었다. 언어는 익숙하지 않고, 문화는 여전히 낯설고, 마음 편히 나갈 수 있는 공간도 많지 않았다. 그렇게 답답함을 쌓아가던 어느 날, 줄리앙의 사소한 행동들이 나에게 큰 벽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줄리앙의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오히려 더 깊은 외로움을 느끼곤 했다. 대화는 빠르게 오갔고, 나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 바깥으로 밀려나 있었다.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니 당연한 일이라 스스로를 위로해보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줄리앙이 충분히 통역해주지 않는다는 서운함이 자랐다. 몇 번이나 그 감정을 조심스레 털어놓았지만, 줄리앙은 내가 느끼는 외로움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는 듯했다.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던 어느 날, 쌓였던 감정들이 결국 터져버렸다. 줄리앙 몰래 울고 있었지만, 이 집에서 혼자 울 수 있는 공간은 그의 방밖에 없었다. 결국 내 울음은 금세 들켜버렸다.


줄리앙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나를 위로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넘어갈 수 없었다. 그동안 쌓아둔 서운함과 외로움, 이해받지 못했던 순간들… 나는 모든 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줄리앙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옆에 앉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말했다.
“넌 완벽한데… 내가 너무 부족해서 미안해. 내 말과 행동이 정말 유치하고, 때로는 상처가 됐을 거야. 사실 나도 요즘 경제적인 압박, 취업 준비 같은 것들 때문에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 네가 그런 감정을 느끼도록 한 내가 너무 미안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줄리앙도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 둘의 울음소리가 작은 시골집을 가득 채웠다.


나는 그제야 그의 마음을 보았다. 줄리앙 또한 혼자서 많은 부담을 감내하고 있었고, 나에게 걱정을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했던 내 모습도 떠올랐고, 나도 미안해졌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렇게 울음을 잠재운 뒤에야 비로소 제대로 대화를 시작했다. 솔직한 감정, 무너졌던 순간들, 앞으로의 약속들… 그렇게 한 겹 한 겹 마음을 열어놓았다.


돌아보면, 우리는 연애를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싸운 적’은 없었다. 대신, 언제나 대화를 선택해 왔다. 감정이 쌓이면 터지기 전에 꺼내놓고, 불편한 마음이 생기면 “이건 조금 불편해”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였다.



얼마 전 ‘건강하고 오래가는 커플의 7가지 조건’에 대한 글을 읽은 적 있다.


1. '싫으면 싫다' 생각이나 감정을 편하게 말할 수 있다

2. 힘들다고 말하면 위로를 받을 수 있다

3. 긍정의 비율이 부정반응보다 5배 이상 많다

4. 싸워도 잘 회복한다

5. 혼자 있는 시간도 괜찮고 같이 있는 시간도 괜찮다

6. 서로의 꿈과 성장을 응원해 준다

7. 부모로부터 독립이 되어 있다

출처 @sindy__official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 조건들에 꽤 가까운 부부라고 생각한다.


줄리앙에게 고마운 점은 언제나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솔직해질 수 있다. 불편함도, 서운함도, 싫은 점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가 나를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다시 해결책을 찾아간다.


부부의 위기는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는 기회였다.
우린 이번 사건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랑은 완벽한 사람끼리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두 사람이 함께 성장하기로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걸.


그리고 오늘도,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부부가 되어간다.




TMI.


의외였던 건, 그렇게 서러움을 털어놓았던 바로 다음 날이었다.
사실 줄리앙은 우리가 감정이 터지기 전부터 작은 데이트를 계획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조용한 마을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랄 정도였다. 북부의 여러 도시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는지, 이 작은 마을에 이렇게 많은 차가 모인 건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전날 감정이 터졌던 우리의 마음은, 그 따뜻한 데이트 덕분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싸운(?) 다음 날 이렇게 포근한 시간을 함께 보낼 줄은 몰랐지만, 그래서 더 고마웠다.
그날의 불빛과 크리스마스 분위기,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우리 사이를 다시 단단하게 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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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뱅쇼 마시며 정원 산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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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정원인데 실제로는 뭔가 분위기 좋아서 산책하기 딱 좋다



뒤에 큰 정원이 있었는데, 추워서 꽃은 없었지만 그래도 멋진 풍경이었다. 우리는 함께 뱅쇼 하나 들고 소소하지만 재미난 이야기들을 나누며 걸어 다녔다.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나에겐 로맨틱한 데이트였다 :)


Merci 여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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