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 없이 살아보기, 프랑스에서 배운 것들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있다.
“여기 오니까 진짜 화장할 일이 없어!”,
“맨날 기초케어만 하다 보니까 사진 찍을 일도 없더라 ㅎㅎ”
익숙하게 들리는 이 말들이 왜인지 요즘 들어 더 크게 와닿는다.
한국이나 일본에 살 때는 외출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적어도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의 줄임)화장을 하곤 했다.
약속이 있든 없든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나 역시 그 흐름 속에서 화장은 일상의 일부였다. 그런데 프랑스에 살기 시작한 뒤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화장을 해야 할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특별한 날이라고 해봐야 크리스마스 파티나 친구의 생일파티, 혹은 누군가의 홈파티 정도가 전부다. 한국에서 가져온 화장품들도 이제는 서랍 속에서 거의 잊힌 존재가 되어버렸다.
물론 모든 프랑스인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는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로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참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만 파리는 예외라는 농담도 자주 듣는다. 파리는 프랑스인들에게도 프랑스가 아니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이렇게 꾸밀 일이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레 사진을 찍을 기회도 줄었다.
유튜브를 해볼까 고민했지만, 꾸미지 않은 내 모습이 너무 휑하게 느껴져 카메라를 켜기가 주저됐다.
어쩌면 나는 화장한 모습에만 익숙해져 있었던 걸까?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곰곰이 돌아보니, 이 부끄러움이야말로 내가 익숙해져야 하는 지점이었다.
사람은 결국 가장 기본적인 모습, 꾸밈없는 자신의 얼굴에 자신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의 일상은 나에게 그 사실을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는 기초케어만 한 얼굴로도 하루를 충분히 살아낼 수 있고, 거울 속 나를 조금 더 부드럽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바로 ‘No-make up 일상’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려면 왠지 용기가 부족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무작정 시작해보는 게 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