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남자와의 연애, 나는 과연 롱디를 추천할까?

(feat. 국제커플의 롱디)

by 리라이프

여기서 말하는 ‘롱디’는 long distance relationship,

장거리 연애를 뜻한다.


국제연애를 시작하면, 같은 나라에서 연애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한 번쯤 꼭 롱디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고, 각자의 삶의 터전이 있었으니까.


누군가는 말한다. “나는 절대 롱디는 못 해.” 계속 보고 싶은데 그 외로움을 견딜 자신이 없어서, 혹은 보이지 않는 사이에 마음이 변하면 어쩌냐는 불안 때문에.


사실 나 역시 롱디를 잘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서울 어디를 가든 달달한 커플들을 마주할 때면, 마음 한구석에서 괜히 이런 생각이 올라왔다.


‘나도 남자친구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롱디를 선택했다.


정확히 말하면, 롱디를 ‘견뎌내기로’ 선택했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고, 우리가 정한 방식이었기에 현재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 시간을 묵묵히 지나왔고, 결국 그 롱디의 끝에서 결혼이라는 결론에 도착했다.


그래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국제연애, 롱디 추천해?”

선뜻 ‘무조건 추천!’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롱디를 버텨내기 위해서는 감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우리만의 ‘규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우리가 정했던 롱디의 세 가지 규칙



1. 다음에 언제 만날지, 반드시 정해두기


롱디에서 가장 힘든 감정은 ‘외로움’보다도 ‘불확실함’이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로 연락만 이어가는 관계는 쉽게 지치게 만든다. 이 관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미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곧 불안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늘 다음 만남의 날짜를 정해두었다. 동시에 미래의 큰 계획도 함께 이야기했다. 언제쯤 같은 나라에서 살 수 있을지,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완벽한 답이 없어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혼자가 아니라 ‘함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2. 연락과 소통은 ‘자주’, 그리고 ‘의식적으로’


이 규칙에는 솔직히 서로의 희생이 필요했다. 우리는 각자의 일과가 시작되기 전과 끝난 후, 공통으로 연락이 가능한 시간을 찾아 그 시간을 거의 의무처럼 비워두었다.


디스코드나 카카오톡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고, 함께 넷플릭스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도 했다. 물리적인 거리는 멀었지만, 일상의 시간만큼은 최대한 함께하려고 했다.


나는 새벽 4~5시에 일어나 아침 시간을 함께 보내려 했고, 남편은 새벽 2~3시까지 깨어 있으려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 무모한 일정이지만, 그때의 우리는 그게 사랑의 노력이라고 믿었다.


또 하나 중요했던 건 ‘알려주는 연락’이었다. 지금 바쁜지, 어디에 있는지, 당장은 답장을 못 하는 상황인지. 이런 사소한 공유 덕분에 연락이 잠시 끊겨도 상대는 괜히 불안해하지 않아도 됐다.




3. 서로의 ‘일상’을 자주 교류하기


우리는 늘 서로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요즘 관심 있는 뉴스나 사소한 감정들까지.


이런 대화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서로의 가치관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물리적인 거리와는 상관없이 관계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더 많이 말했고, 더 자주 마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롱디는 쉽지 않다

주변을 돌아보면, 롱디를 버텨내지 못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커플들을 꽤 많이 봤다. 그들이 헤어진 이유는 대부분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각자의 환경과 현실 앞에서, 사랑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선택들 역시 존중한다. 롱디는 누구에게나 가능한 연애 방식은 아니고, 모든 사랑이 반드시 같은 결말을 향해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다만, 내가 롱디를 겪으며 한 가지 꼭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면 이거다.


그 시간을 ‘외로움만 견디는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을 키우는 시간’으로 쓰는 것.


나는 롱디의 시간 동안 커리어 전환을 꿈꿨고,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해야 할 것도 많고, 어렵고 버거운 날도 많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을 곱씹을 여유조차 없었다. 대신 마음속에는 하나의 생각만 남아 있었다.


‘이 긴 시간이 끝났을 때, 나 스스로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있고 싶다.’


그 마음으로 공부했고, 일본에 있는 IT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면접을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 그리고 결국, 일본 IT 회사에 합격했다. 그 순간의 뿌듯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그 과정을 지켜봐 준 사람에게—지금의 남편에게—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중요한 시험 있던 날, 응원해 준 남편 :)




돌이켜보면 롱디의 시간은, 나를 멈춰 세운 시간이 아니라 나를 앞으로 밀어준 시간이었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롱디의 시간을 외로움으로만 채우지 않아도 된다고. 그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쓰다 보면, 관계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함께 성장해 있을 거라고.





그래서, 나는 롱디를 추천할까?


조건부로 추천한다.


서로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 불확실함을 줄이기 위한 대화를 충분히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시간을 ‘혼자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시간’으로 만들 의지가 있는지.


만약 국제연애를 하고 있거나, 장거리 연애를 앞두고 있다면 이 질문들만큼은 꼭 파트너와 진지하게 나눠보길 바란다.


롱디는 사랑을 시험하는 시간이 아니라, 사랑을 어떻게 지켜낼지 배우는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 시간을 잘 건너온 끝에는, 생각보다 훨씬 단단해진 우리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