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헬로토크)
나와 내 남편은 언어 교환 앱에서 만났다.
정말 말 그대로, 그냥 친구였다. (JUST friends)
처음의 대화는 무척 성실했다. 서로의 문장을 고쳐 주고, 발음을 설명하고, 틀린 표현에 밑줄을 그었다. 감정이 끼어들 틈이 없을 만큼 우리는 열심히 공부만 했다. 나중에 채팅 기록을 보면 서로 공부 열정이 가득해서 다시 보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진짜로 공부만 했다. 서로 매일같이 발음과 문법을 고쳐 주느라 보이스 메시지가 아주 가득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다. 언어 이야기가 가치관 이야기로, 가치관 이야기가 각자의 삶으로 흘러갔다. 그렇게 대화는 자연스럽게 깊어졌다. 서로의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생각하는 방식이 이렇게 닮아 있을 줄이야. 그리고 무엇보다—이 사람은 어쩜 이렇게 착할까.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사실 나는 이전 연애에서 크게 다친 경험이 있다. 이전 포스팅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 역시 프랑스인이었다. 그 연애의 트라우마는 나를 쉽게 흔들었다. 장거리 연애가 가능할까, 내가 사람을 다시 믿어도 될까. 그래서 현재의 남편, 줄리앙을 처음 만났을 때도 나는 마음에 선을 그었다. 절대 남자친구로 만들지 않겠다고.
같은 프랑스 남자였고, 누군가를 다시 믿는다는 것,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두려웠다. 그래서 그에게 점점 빠져들고 있는 나 자신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안 된다고, 멈추라고.
그러다 이 두려움을 프랑스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이 친구가 좋아지는데, 나를 배신할까 봐 무서워. 그때의 기억과 상처가 다시 나를 덮칠까 봐.”
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네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이해해. 그건 당연해. 하지만 벌써부터 상상하거나 비교하지는 마. 너는 이미 그 사건을 이겨냈고, 이제는 없는 일이야. 다음 연애는 다를 거야. 왜냐하면 다른 남자, 다른 사람이니까.
너를 존중하고, 너와 잘 맞는 사람을 찾아. 그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은 이거야. 과거의 그 남자를 놓아주고, 다음 사람과 절대 비교하지 말고, 오직 그 사람에게만 집중해.”
그 대화로 나는 답을 찾았다.
나는 이미 그 시간을 지나왔다. 더 나은 내가 되었고, 생각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래서 결심했다. 과거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잠시 내려놓기로. 지금의 나, 내 앞에 있는 사람, 우리가 나누는 이 순간에만 집중하자.
그러자 마음이 놀라울 만큼 편안해졌다. 그리고 당당해졌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언제나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면 반드시 행복해진다.
— 파울루 코엘류
그의 말은, 정말로 맞았다. 현재에 집중하기 시작한 이후로 모든 것이 가벼워졌고, 나는 조금 더 자주 웃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더 깊이, 더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줄리앙은 한국에 오기로 결심했다.
몰랐는데 이때가 줄리앙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
마침내 그가 도착한 날, 우리는 잠실역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화면 속 사람이 현실이 되는 순간. 처음 마주친 눈빛과 감정, 그 공기를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우리의 연애는 그렇게 시작됐다. 서로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 서로의 감정이 진실했다는 것을 시간 속에서 하나씩 확인해 가며.
지금 우리는 결혼해서 프랑스에서 달콤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때의 내가 두려움을 넘어 선택했던 순간, 그리고 현재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던 나를 꼭 안아 주고 싶다.
언어를 배우겠다고 시작한 만남이, 사랑으로 이어질 줄이야. 인생은 정말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