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mTu6jmMett4?si=aT_Gcp0KSdMQGe4n
내 친구는 내가 프랑스에서, 그것도 시댁 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늘 신기해한다.
거기에 이번에는 시댁 식구들과 일주일간 스키 여행을 간다고 했더니, 그건 거의 모험담을 듣는 표정이었다.
사실 나도 가끔은 신기하다.
어쩌다 이렇게, 프랑스에서, 프랑스 시댁 식구들과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을까.
물론 불편함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적다고 말해도 역시 거짓말이다.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르다.
그 안에서 매일같이 부딪히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함께 살기에 알게 되는 것들도 있다.
프랑스 문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기도 하고,
싫든 좋든 프랑스어가 조금씩 늘어간다.
어쩌면 이 생활은 ‘불편함’과 ‘성장’이 늘 같이 붙어 다니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스키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이미 스트레스였다.
나는 스키를 단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다.
스키 여행이라는 게 어떻게 흘러가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되는지,
나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막연함은 늘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 시댁 식구들의 성향을 MBTI로 따지자면 아마도 P에 가깝다.
일단 가서 생각하자,
가서 보고 정하자,
그날그날 기분 따라 움직이자—
그들에게 여행은 ‘열린 시간’이다.
반면에 나는 J에 가깝다.
시간 단위로 빽빽하게 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날은 이것, 저 날은 저것” 정도의 큰 그림은 그리고 가야 마음이 놓인다.
그 차이에서부터 이미 나는 조금씩 지쳐 있었다.
어떤 하루가 될지 모르고,
얼마를 쓰게 될지도 모르고,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떠나는 여행이라니.
그리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경비는 생각보다 더 많이 들었고,
일정은 대부분 “내일 뭐할까?”라는 대화로 전날 밤에 정해졌다.
나는 그저 따라가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프랑스 문화에서는
원하면 “NO”라고 말해도 된다.
아니, 오히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문화가 완전히 편하지 않다.
시댁 가족들이 눈을 반짝이며 “같이 안 할 거야?”라고 묻는데,
그걸 어떻게 쉽게 거절할 수 있을까.
거절의 언어는 아직 나에게 낯설고,
관계의 온도는 아직 조심스럽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나는 한 가지를 정했다.
스트레스가 되더라도, 가능한 한 함께하자.
이번 여행은 나에게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시댁 식구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선택한 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몸도 마음도 꽤 힘들었다.
스키는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요구했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하루 종일 함께 움직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여행이 끝나는 날부터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리자마자 몸이 먼저 반응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여행이 싫지만은 않다.
인생 처음으로 스키를 타봤고,
무려 1200m까지 올라가 스스로 내려와 보기도 했다.
하얀 설원 위를 내려오던 순간,
겁도 났지만 동시에 묘하게 뿌듯했다.
‘아, 나도 이런 걸 해보는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시댁 식구들과 조금은 더 편해진 느낌이 든다.
어색한 웃음이 아니라,
조금 더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오는 사이가 되었다.
인생은 늘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래서 더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인생도,
관계도,
저절로 얻어지는 건 없는 것 같다.
내가 조금 불편해하고,
상대도 조금 양보하고,
서로가 조금씩 노력해야
비로소 한 걸음 가까워지는 것 같다.
아직 나는 시댁 식구들에게 10000000% 마음을 연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도 그렇게 느낀다.
그들도 어쩌면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가
가까워지려고 애쓰고 있다는 건 느껴진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속도는 다를지 몰라도
같은 방향을 보고 걷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우리 진짜 가족이 되었네.’
하고 웃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렇게, 조심스레 바라본다.
우리의 스키 여행 영상도 함께 남겨본다.
https://youtu.be/2uvZi6iKtaI?si=X5W482wTdOvHJtVO
https://youtu.be/1Ma5f7BHDpg?si=1MxL3qj9ye8GCE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