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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liquum Dec 18. 2023

모야 퀘스트: 심령사물

릴리쿰이 쓰는 2023년 모야 퀘스트 회고 (1) 심령사물 편  

‘드득 드득..득 득.’

무슨 소리 일까요? 예전부터 컴퓨터를 써 오신 분들이라면 익숙할지 모를 하드디스크 모터 돌아가는 소리입니다. 요즘의 플래시 드라이브 방식의 컴퓨터에서는 이런 경쾌한(?) 사운드를 잘 들을 수 없죠. 그런데 이 소리는 컴퓨터 소리가 아닙니다. 바로 모야 퀘스트를 연구하는 릴리쿰 멤버들의 머리속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궁리하다보면 드득 소리가 밖에서도 들릴 정도 입니다. 정말입니다. 릴리쿰은 궁리를 참 좋아합니다. 이것 했다가 저것 했다가 이건 어떨까 저건 뭐야 하는 식으로 생각에 생각을 더하다가 갑자기 불쑥 아이디가 돌출되기도 합니다. 이러저러한 궁리끝에 도달한 “모야에서 퀘스트를 하는거야! 모야에 처음 온 친구들(예비 작은손)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자주 이용하던 베테랑 작은손들도 흥미를 끌만한 이벤트 컨텐츠를 만드는거지.”라는 흥미를 끌만한 기획을 합니다. 궁리의 끝이 여기까지 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뭘 할건데?” 하는 질문의 벽 앞에 가로막혀 버렸습니다.

‘드득 드득..득 득’ 또 머리가 열심히 돌아갑니다. 모야…만들기…차원…변신..괴물..우주…돼지국밥..단팥빵..크로와상….망치..온갖 잡생각들이 가득 펼쳐집니다. 이거 누가 하자고 한거지? 그냥 없던 일로 하고 싶다. 점점 무(nothing)의 영역으로 생각이 뻗어갑니다. 좋은 현상입니다. 이미 생각의 사이클이 한바퀴 돌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무엇을 할건지 전에 퀘스트가 대체 뭐인지부터 짚고 갔습니다.  ‘QUEST’ 퀘스트란 말은 게임을 해 봤던 이들에게는 익숙한 단어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말일 겁니다. 스마트폰과 PC의 대중화된 보급으로 작은손에게는 익숙한 개념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롤플레잉 게임을 시작하면 주인공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물음표를 머리 위에 띄운 누군가가 나타나 친절하게도 과제를 줍니다. 약초를 구해와라 주변의 흉악한 고블린들을 처치해달라 마왕을 잡아오면 영웅대접을 해주겠다 등등 입니다. 물론 퀘스트를 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할 때 목표를 세우고 해결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면 훨씬 더 몰입을 하게 되겠죠. 


우리는 작은손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듣고 싶어졌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퀘스트를 하고 싶은 목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가 할 질문(퀘스트)은 정해진 정답도 없고 어떠한 방향성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롯이 작은손의 선택에 맡기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받은 영감이 다음 작업으로 이어지게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과물을 보고 감탄할 준비만 하고 있으면 됩니다.


모야 퀘스트의 정의 : 

모야 퀘스트란 모야의 정규 프로그램과는 다른 짧은 기간동안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개인 혹은 공동의 작업을 하는 비정기적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그동안 모야를 꾸준히 이용한 작은손은 물론 처음 모야를 발견한 작은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쉽고 간단하지만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퀘스트는 모야 한쪽 공간에 펼쳐져 있어 작은손이 자기만의 시간 계획을 가지고 언제든 자유롭게 짬짬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 재료와 안내문이 모든 모야에 도착하면 시작하게 되는데 이것을 퀘스트가 발동되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모야에서 ‘우주사 박물관’과 ‘전자빵밭’ 두 개의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우주사 박물관은 모야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재료들을 상자에 넣어두고 작은손이 유물을 발굴하듯 꺼내어 어떤 행성에서 온 것일지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퀘스트였습니다. 그리고 전자빵밭은 씨앗봉투라는 퀘스트 제공품에 담긴 작은 전자소자를 빵밭(브레드보드)에 연결해 움직이거나 빛을 내는 회로를 만들어 보는 활동이었습니다. 올해 2023년 퀘스트는 전자빵밭이 전자빵으로 우주사 박물관이 심령사물로 변화했습니다.


퀘스트 : 심령사물

“유령 동굴 속에서 사물의 감춰진 OO을 촬영해 수집해보자”


심령사물의 시작은 ‘다르게 보기’ 였습니다. 우리가 사물을 볼 때 시점을 바꾸어 보면 우리가 늘상 보던 모양과는 전혀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모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딱풀은 원기둥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점을 위로 옮겨 수직으로 아래를 보면 둥근 원만 보일 뿐입니다. 이렇게 딱풀 몇 개를 모아 놓으면 마치 꿈틀대는 애벌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 이것은 마치 나뭇잎을 갉아 먹는 거대한 애벌레(라고 우긴다.)


“뭐야, 이거 왜 하는거야?”

좋은 질문입니다. 이거 왜 하는 걸까요? 

첫 번째 목표는 기존의 재료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사물의 감춰진 세계를 발견하기 위해서입니다.

두 번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를 수집해서 책으로 만들어보자 입니다.

세 번째이자 궁극의 목표는 이 퀘스트를 통해 영감을 얻어 만들기로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 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설명문에도 나와있고 시키니까 한다고 쳐. 그런데 세 번째는 과연..?”

맞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작업 세계관이 뚜렷해서 퀘스트따위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작은손들에게는 이런 질문(퀘스트)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것을 무더위 속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파이프를 자르고 눈알 스티커를 하나하나 오려가며 준비한 성의를 가엾게 여긴 많은 작은손들이 있었습니다. 궁극의 목표인 세 번째에 도달한 영웅들도 있었습니다. 거기에다가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 손을 댄 마법사같은 작은손도 등장했습니다. 이미지와 책이라는 개념을 꿰뚫어 여러 이미지 혹은 글을 덧붙여 스토리텔링을 시도 한 경우입니다. 앞에서 말했었죠. 우리는 감탄할 준비만 하고 있으면 된다고 말입니다. 자, 그럼 모야에 갑자기 등장한 유령마왕을 작은손들이 어떻게 요리(?)했는지 보러 가볼까요? 두근두근, 기대가 됩니다.


“레쓰-꼬-!”


제목이 심령사물인 만큼 퀘스트에는 독특한 재료들을 준비했습니다.   


해골유령


퀘스트의 얼굴마담. 긴 생머리에 붉은 피를 뚝뚝 흘리는 K-귀신이 아닌 유령을 택한 이유는 귀신은 무섭기 때문입니다. 무서운 이야기는 좋지만 그것의 실체는 너무 무섭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양귀신을 선택했습니다. 파일럿을 진행한 성산글마루 모야에서 마주친 작은손의 반응을 잊지 못합니다. “대머리네. 귀엽다.” 살짝 자존심이 상했지만 ‘전설의 고향 귀신’을 가져다 놓았으면 무서워서 모야에 입장도 못했을거야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무시무시(당)한 유령의 프로토타입. �


대머리가 아니라 투명한 머리카락이라고 해줄래?


라이트박스


해골유령 내부에 설치된 핵심장치 중 하나입니다. 릴리쿰의 수석 엔지니어 No.2 물고기가 맨손으로 인두기를 지지고 볶아 만들었습니다. 이 라이트박스 위에 재료들을 배치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물고기가 전선을 지지고 볶는 모습을 보면 마치 영화 속 폭탄제조를 보는 듯 합니다.(다행히 아직까지 폭발한 적은 없습니다)


써멀프린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이미지를 편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심해의 생명체인데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심해에는 우리가 알 지 못하는 것들이…

써멀프린터 하니까 뭔가 있어보이는 이름입니다. 네, 영수증 프린터입니다. 흔히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영수증 프린터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굉장히 작죠. 여느 문구점에서도 팔 것 같은 이 것을 구하느라 조금 힘들었습니다. 현재는 국내 어디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지 않은겁니다. 여느때처럼 여유 넘치는(게으른..) 우리들은 구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부랴부랴 해외에서 주문하는 바람에 자칫하면 퀘스트 시기를 놓칠뻔 했습니다. 이 영수증 프린터의 장점은 별도의 잉크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단점으로는 영수증 용지의 특수한 성질 때문에 몇 년이 흐르고 나면 용지 위에 써진 글씨와 그림들은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특성이 어쩌면 심령사물이 가진 신비한 이미지와 매칭이 되는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심령사물로 만든 이미지를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으시다면 반드시 사진을 찍어 놓으시길 바랍니다. 














카메라


사진을 찍기 위한 장치입니다. 제공된 아이패드를 활용해도 좋고 써멀프린터의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개인 스마트폰으로 촬영도 가능합니다.   



스크랩북


아무리 간단한 안내문이라고 할 지라도 그 것을 읽게 하는 것은 마치 물 속에서 숨을 쉬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어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눈썰미가 좋은 작은손들은 굳이 안내문을 읽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파악 할 수 있는 초능력이 있나봅니다. 스크랩북 제목에 ‘심해의 풍경’ ‘유령도감’ ‘괴물도감’ ‘사물의엑스레이’ 등의 제목을 써 놓은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하, 알겠어. 해 볼게!” 






퀘스트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1. 퀘스트 안내문을 읽는다.  

2. 재료를 수집한다.  

3. 라이트 박스가 설치된 유령 암실로 입장한다.  

4. 수집해 온 재료를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한다. 배치를 통해 변형된 (심령) 이미지를 구한다.   

5. (비치된 태블릿 이용해) 사진을 찍고, 이를 영수증 프린터로 인쇄한 뒤 제목을 붙여 스크랩한다.  


어? 창문 뒤에 저거 뭐지???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대머리 아니 투명한 머리칼의 유령은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작은손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작은손들은 두려움을 떨쳐내고 퀘스트를 완수했을까요?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나라어린이도서관 모야  


흥미를 유발했는지 유령이 세명의 작은손들에게 둘러싸였습니다.

역동적인 자세로 퀘스트를 수행중인 작은손. 아니 근데 저 해골대장은 뭐??죠??

마춤뻡을 자주 틀리는 유령인듯 합니다. 예상컨데 저 달걀믹서같은 것은 마녀의 빗자루 같습니다.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재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놀랍습니다.  


    라이브러리 티티섬  

티티섬에는 스토리텔러가 많아요. 

주의 : 불 켜놓고 읽어야 합니다.  


    바른샘어린이도서관 모야  

유명한 사진가의 스케치북같은 느낌입니다. 아트네요.

이거 뭔지 알겠습니다. 심해어 도감에서 봤던 발광하는 물고기 맞죠?

다양한 혼합재료를 사용해 만들었고 주제에 걸맞게 괴이한 모습들이 잘 담겨져 있습니다. 사진을 연결해 이어붙이거나 길게 뽑는 방식은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굉장히 놀랍습니다.  


    서초반포구립도서관 모야  

엄청난 표현입니다. 프린트된 이미지도 재밌고 원본 작품에서 예술의 혼이 느껴집니다. 그 위에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을 표현한 작품도 그림만 보면 뭔가? 싶지만 재치있는 설명을 보고 나면 그 외의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절묘합니다.

불빛괴물과 파란햄스터.   


성산글마루 모야  

만들기에 진심인 이 곳. 어떤 괴상한 생명체? 사물?인지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매우 흥미롭습니다.  


성성푸른도서관 모야  

스크랩북을 던져줬더니 그림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아니 이 분위기 무엇? 저 뒤에 휴지심? 깡통캔 괴물들 갖고싶어집니다.

아니, 잠깐만요. 로봇 귀신? 로-봇? 그렇죠..로봇도 귀신일 수 있겠네요. 와우 신선합니다.

옷장을 열었더니 옷장귀신이 튀어나온다면 완전..귀엽겠다


세종시립도서관 모야  

심령사물에서 영감을 받아 유령식당이 생겨버렸습니다. 나중에 유령이 되면 꼭 들러보겠습니다.


아차산아래 작은도서관 놀자 모야 
 

얼핏 보면 무서운데 자세히 보면 무섭지 않다가도 무서운거 같기도 하고 미스터리한 유령입니다.

이건 대체 뭐로 만든거죠? 아니, 톱가오리라는게 원래 없는 생물이죠?? 왠지 있어보여.

등장했습니다. 천여(?)귀신.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어 더욱 기괴함을 자랑합니다.

이거 어디가면 잡아올 수 있나요? 꼭 좀 데리고 오고 싶습니다. 


여우네도서관 모야  

**심약자 주의. 귀신의 집 1편을 히트 치고 2집이 나왔습니다. 저 뒤의 돌돌말린 뽁뽁이는 마치 눈알같고 손바닥 조각도 괜히 신경쓰입니다. 

서천은 제가 가봐서 아는데 여기 밤되면 주변이 되게 어두울 것 같거든요. 진짜 나올 것 같단 말이죠? 설마 경험담들을 써 놓은거 아니겠죠?

음…진짜 아니겠죠? 너무 디테일한데? 귀신따위 없다고 그랬는데 말이죠. 


웃는책 모야  

아니 이거 모야? 왜 이렇게 퀘스트에 진심인거지? 아 웃는책이군요. 웃는책은 항상 릴리쿰의 기획 그 너머 아득한 곳까지 보여주십니다.

몽타주의 아이디어도 돋보이지만 바퀴로 빠마머리를 만드는 것은 정말 기발하네요. 

저는 눈이 작아서 다행입니다. 근데 30년이면 진짜 재심 신청하세요. 꼭이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모야  

타이포그래피 작품이 나왔습니다. 나중에 똥그랑이라는 그림책이 나온다면 꼭 저 서체로 하면 좋겠습니다.

이게 뭔지 아시는분?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니멀한 느낌의 현대예술 아니 미래예술 같습니다.

개구리괴물과 픽셀아트

로봇귀신에 이은 또 다른 충격적인 반전. 귀신은 나이를 먹고 있었다. 게다가 출산도 가능하다?! 우리 모두의 귀신 세계관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놀라운 도감입니다.

 

    자람도서관 모야  

휴- 자람도서관 유령은 그나마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모야와는 다르게 괴물, 유물이 많이 발견된 자람도서관입니다. 강화도 귀신들은 해병들이 다 잡아갔나 봅…  


    전주책마루도서관 모야  

?? ?? 눈이 저렇게 큰 걸로 봐서 징역 50년은 나올 것 같습니다만..

오, 상당히 독특한 작품입니다. 저도 바다 가고 싶어집니다.

작업이 인터렉티브 놀이로 확장되었습니다.   


    전주혁신도시복합문화센터 모야  

스크랩북을 보면 잘 정렬되어 있죠? 신기하게도 모야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제천기적의도서관 모야  

제천모야는 제일 처음 생긴 모야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베테랑들이 즐비합니다. 유령도 한 단계 초월한 존재처럼 보입니다.

마지막 문장인 ‘나의 탐험 보고서를 마치겠다.’ 베테랑의 멋짐이 뿜어져나오고 있습니다.  


    햇빛따라도서관 모야
  

심령사물 퀘스트의 마지막(가나다 순) 모야 입니다. 유령 눈알에서부터 작품들의 엉뚱함을 예고하는 듯 합니다.

아니 이 분위기 뭐죠. 라이트박스의 역방향 조명과 분위기가 찰떡입니다. 자네도 눈이 상당히 크구만.

과연 지구의 운명을 어떻게 될 것인가.



심령사물 퀘스트는 전국에 있는 16개의 모야에서 진행했습니다. 


모야마다 각각의 작업성향이 다른 것도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작은손이 많은 곳, 작은 재료를 좋아하는 곳, 환경에 대한 생각이 많은 곳, 여러 다채로운 색깔을 좋아하는 곳, 이야기를 만드는 곳 등등 정말 하나도 같은 곳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작은손 마다 전혀 다른 작업 성향을 가지기도 했지만 이렇게 작업물들을 모아놓고 보니 모야에서 작업을 하며 얼마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하는지 대략 알 수 있었습니다. 


이 퀘스트를 통해 우리가 던진 질문 혹은 관찰의 지점은 3가지로 축약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재료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사물의 감춰진 세계를 발견하는 것,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를 수집해서 주제별로 모아보는 것, 그리고 이 퀘스트를 통해 얻은 영감이 만들기로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


심령 사물 퀘스트가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드는 점에서 잘 작용했다는 점은 거의 모든 작은손의 작업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손들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자유로운 시선을 담아 주었습니다. 예상보다 더 큰 작용이 일어났던 부분은 이미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곳곳에 스토리텔링이 훌륭한 작품들이 눈에 띕니다.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짓는 데에 흥미를 느낀 작은손들은 두 번 세 번 작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고 들었을 때 놀랍고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심령사물은 다른 퀘스트들과 달리 3차원의 사물을 2차원의 이미지로 만들고, 이 이미지들을 작품으로 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모야 작업과 다른 점이 큽니다. 사실, 제작에는 우열도 정답도 없습니다. 그러나 간혹 현장에서는 입체 작업이나 전자 작업이 평면 혹은 이미지 만들기보다 우월한 작업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퀘스트 덕분에 우리는 이 우열없음, 정답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들기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갈래길이 있습니다. 하얀 천을 열고 들어가 유령을 마주하며 익숙한 도구와 재료를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하고 우연하게 조합되는 이미지들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와 이야기들로 만들어 낸 심령사물 퀘스트. 이 경험이 장갑에 눌러붙은 글루건처럼 단단하게 자리잡아 작은손들의 제작 여정에 또 하나의 갈래길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_ 까나리 (릴리쿰)


[어린이작업실 모야의 비밀]은 도서관 속 어린이 작업실 '모야 MOYA'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떤 팀들이 모여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의도와 시도를 담은 과정을 상세히 기록합니다. 어린이 작업실이라는 공간이 궁금하신 분,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의 변화를 상상하는 분들께 구체적인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릴리쿰, 도서문화재단 씨앗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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