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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eun Min Jul 12. 2023

책 나와라 뚝딱! 이야기 나와라 뚝딱! (2)

- 책과 만들기와 이야기, 김지은 평론가 & 백희나 작가 대화록 두번째 

작년에 이어 돌아온 2023 '책,풀,톱' 도서관과 작업실 컨퍼런스. 이번 컨퍼런스는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 선생님과 백희나 작가님의 대화로 문을 열었습니다. <책 나와라 뚝딱! 이야기 나와라 뚝딱! - 책과 만들기와 이야기> 라는 제목을 통해 엿볼 수 있듯, 어린이의 삶에 있어 '뚝딱 뚝딱' 만드는 작업의 경험과 이야기의 관계에 대해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래는 세션 기록 전문으로 김지은 선생님의 시작하는 발표를 첫번째 글에, 백희나 작가님과의 대화는 두 번째 글에 담았습니다. 

첫번째 글 :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의 발제 보러가기
컨퍼런스 세션 영상 보러 가기 




책과 만들기와 어린이


김지은(이하 김) : 저희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작가님을 모셔보겠습니다. 뚝딱 뚝딱의 실제 주인공이죠, 이 분이야말로 세계적 뚝딱 뚝딱, 월드 클래스 뚝딱 뚝딱, 뚝딱 뚝딱의 대마왕! 백희나 작가님을 모시겠습니다. 

백희나(이하 백)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여기 앉아서 제가 막 혼자 중얼중얼하는 걸 들으셨는데, 어떠셨어요? 

: 너무 저도 공감됐어요. 그래 이런 거지 하고 상기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 사실 작가님이 어떤 분인지를 제가 다시 소개해드릴 필요가 없죠. 이미 많이 알고 계시고요, 저는 작가님이 사실 이 자리에 오실 수 있을까 한 5% 정도 기대하고 여쭤봤었어요. 왜냐하면 내일 모레 뭐 하시죠?

: 전시를 시작합니다. 

: 무려 예술의 전당의 한가람 미술관에서 작가님이 단독전을 하시거든요. <백희나 그림책> 이라는 전시를 하시는데, 내일이 프리 오픈이니까. 오늘이 거의 마지막 날인데, 오늘 작가님이 이렇게 오전 시간을 할애해주신 건데요. 그 때는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약속을 하신 거죠?

: 네. (웃음) 

: 지금 작업하시다가 오셨어요. 그래도 우리 약속 시간에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작가님은 2020년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을 수상하셔서, 저희에게 큰 기쁨을 주신 분이에요. 팬데믹으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던 시기여서 그 때 저는 안 좋은 의미에서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었던 시간이었는데, 백희나 작가님 수상 소식 덕분에 한 한 달 정도는 밥을 안 먹어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우리한테 이런 행복한 소식을 주셨고, 그리고 또 바로 얼마전에 <알사탕>이라는 그림책이 50년 전통의 <수페르프레미오 안데르센> 이라는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또 들려주셨습니다. 20년 하고 이제 지금 23년인데 제가 그 때도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아휴 뭐 좋은 일이 없나?’ 이런 생각을 하는 중이었는데 작가님이 <프레미오 안데르센> (프레미오는 이탈리아어로 '상'이라는 뜻이거든요.) 받으셔서 분야별 수상자가 되셨길래, ‘아, 백희나 작가님 너무 좋아. 알사탕 너무좋아' 그랬는데요, 갑자기 <수페르 프레미오>라니, 이건 프레미오 중에 하나의 작품에만 주는 것이고 모든 관계자가 다시 투표를 하는 최고의 상이잖아요. 그 상을 알사탕이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어마어마한 면면의 작가들이 그림책 역사에 기록되는, 그런 수상작들이 있는 상인데요. 큰 경사를 두 번이나 주셨어요. 수상 소식을 듣고는 어떤 기분이 드셨습니까?

: 근데 이제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어서. 나쁜 일도 견디는 거고 좋은 일이 오면... 그러니까 감정기복이 좀 없어진 것 같아요. 그런 경사와 힘든 사건들이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커지고 이것이 저에게 주는 영향을 알게 되는데 막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음… 정말 좋은데 그걸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리게 되는. 아직 마음껏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기쁘죠. 사실은. 

: 저는 그 말씀도 이해가 되는게 이제 저희가 뭐 큰 상을 수상했다 또는 어떤 큰 슬픔을 겪거나 아픔을 겪었다 이런 일이, 결국은 같은 몸에 일어나는 작용이잖아요. 그래서 내 몸이 이 것을 다 견디거나 누릴 수 있는 여유 같은 것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작가님의 그동안의 작업을 보면 수십년 동안 쉬지도 못하고 굉장히 몰두한 형태로 자기 작업을 해오는 시간을 보냈죠. 생활인으로서도 그렇고, 창작자로서도 그렇고 정말 지금 뭘 누릴 여유가 없으시죠?

: 근데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상하고는 어릴 때부터 별로 인연이 없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상 많이 탔을 것 같죠? 한 번도 없었어요. 학창시절에 글짓기 상을 타 본 적도 없고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사생대회에서 상을 타본 게 제 이력의 전부에요. 그래서 막 기대를 했는데 맨날 안되고 받은 적이 없다보니 상에 대해서는 기대가 없고, 받았다고 해도 실은 “왜요?”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너무 기쁜데도요.

: 린드그렌 상 때도 거의 그렇게 이야기 하셨었잖아요. 

: (웃음) 그러니까 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는 강한 것 같아요. 

: 근데 그런 작가님의 모습을 저희가 보게 되는 것이 독자로서는 ‘아, 너무 비슷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고 진짜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 상이라는 게 어떤 기준에 의해서 선정이 되는 거고 어떤 운도 있어야 하는 것이고. 정말 좋고 잘해서 준다기보다는 그런 기준과 상황과 운이 맞아 떨어져서 받게 되는 거라서요. '행운이다' 라는 생각이 들지, '이게 정말 받아 마땅하다'라는 생각까지는 안 드는 것 같아요. 정말 운이 좋았다라는 것에 감사하고. 또, 운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요. 

: 너무 중요한 이야기이신 것 같아요. 근데 저는 또 작가님이 이런 상을 수상하시면서 이 상의 기준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어요. 그 이후에 나오는 리뷰나 상의 기준을 보면 이것이 어떤 사람의 작업에 대해 위에서 내려오는 칭찬 이런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작업을 했는지에 기준 속에 우리가 어린이를 어떻게 봐야 하고, 그림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본질적으로 환기하게 하는 내용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두 상 모두가 저한테는 작가님이 수상을 하시는 덕분에 큰 공부가 되었어요. 안 그랬으면 열심히 그 기준을 보지 않았을 텐데. 

: 저도 선생님이 알려주셔서, 새삼 기뻤어요. 아유 그랬구나 하고요.  




저희가 책, 풀, 톱이라는 주제를 만들 때 아까 제가 백희나 작가님 먼저 떠올렸다고 했는데 좀 생소한 컨퍼런스 제목이잖아요? 그런데 이 주제를 들으셨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 작업 자체였던 것 같아요. ‘그렇지!’ 사실 저도 이제 매체를 가리지 않고 하는 편이기 때문에. ‘아니 이런 것도 가져다 쓰세요?’ 왜 우리 세탁할 때 가져다 넣는 섬유유연제, 종이 티슈 있잖아요. 그런 걸 쓴 적도 있어요. 그러니까 뭐 저도 재료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저에게는 생소한 제목이 아니었죠. 

: 오, 당연하지, 이런 것들 많이 쓰지! 이런 것이었군요.

: 네, 당연한 것. 

김: 그렇죠. 그래서 책, 풀, 톱 외에 작가님이 자주 쓰시는 도구가 있나요? 여기 도구가 많은데 특히 좋아하시는 도구가 있나요? 

: 특히 좋아한다기보다는 막 가지고 싶었던 것들이 여기에 잔뜩 있네요. (웃음)

김: 어떤 도구를 좀 많이 쓰시는 편이에요? 

: 저는 주로 일단은 연필이죠 아무래도. 무언가 시작을 해도 연필이고. 여기서 가지고 싶었던 것은 저기 작은 톱들. 가지고 싶었던 것이 저기 있네요. 줄톱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딱 선반이 있어서 한 눈에 작업도구들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김: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도구가 있는데, 망치를 좋아하거든요. 망치로 뭐를 딱 두드려가지고 탁 이렇게 고정이 됐을 때의 쾌감!

: 딱 바로 내려쳤을 때의 그! 쾌감!

: 네, 그걸 되게 좋아하는데, 망치를 잘 다루지는 못하고. 그러면서도 망치질에 성공했을 때 약간 성장한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아, 내가 성장하고 있어!’ 

: (공감의 소리) 

: 예전에 제가 작가님하고 작업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꼬마 옥이>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어요. 진짜 오래 전인데. 작가님이 ‘어~ 나도 그거 좋아했어요.’ 라고 이야기하셨는데, 이 안에는 인형 이야기가 나오죠. 

: 인형 복구 과정이 나오죠. 

: 호주머니 속에 하늘나라로 간 옥이 인형을 주인공이 가지고 다니는데, 그 때 그 인형이 옥이가 되어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인형 복구 과정이 나오죠. 근데 그 때 작가님이 어려서 이 책을 좋아하셨다고 했어요. 

: 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슬픈 부분도 있어서 좀 그렇긴 한데, 저는 인형을 워낙 좋아했고 뭔가 치료가 되고 개선 되고 발전되는 이야기를 되게 좋아하다보니까. 옥이 화장을 고치고, 머리를 말아서 다시 파마를 해주고 이런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장면을 제가 되게 좋아했어요. 

: 아까 제가 미국 앤아버에 있는 어린이 작업실에 로봇 수리점이 있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거의 그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이 책은 1977년 2월 20일에 초판이 발행됐고 이원수 선생님 작품이고 동화집인데. 77년 2월 20일에 우리는 어린이였잖아요. 

: 그렇죠. 유치원생이었네요. 

: 그래서 그런 시절의 이야기라서 이제 또 재미있기도 한 것 같아요. 저는 아까 작가님하고 들어올 때 이야기하다가 어린시절 학교에 갔을 때 제일 좋았던 순간을 듣고 또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 제일이라기보다는 유일했던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웃음) 

: 초등학교에 간 70년대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 백희나가… 

: 이 책이 나오고 1년 후였네요. 

: 네, 그 때 유일하게 좋았던, 그러니까 등교 후에 뭐가 제일 좋으셨어요? 

: 그러니까 저는 학교라는 공간을 그 때는 좋아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정말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현장으로서는 굉장히 좋아하는데, 당시에는 집에서 놀다가 갑자기 어느날부터 사회에 노출이 된 거잖아요. 그 상황이 굉장히 긴장이 됐고 무서워서 학교라는 곳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런데 유일하게 기뻤던 순간이, 교실에 자리 배정되어서 딱 앉았는데 책상과 의자가 제 몸 사이즈에 딱 맞는 거예요. 무릎을 굽히고 앉았는데 발이 땅에 닿고, 등이 닿고. 이게 저한테 맞는 거예요. 그래서 저에게 맞는 사이즈로 제작된 책걸상에 앉았을 때 그 때가 유일한 기쁨의 순간이었어요. 

: 이 이야기가 너무 좋은데요. 어린이에게 물론 훌륭한, 대담하고 웅대한 작업실이 주어지면 좋지만 내 책상을 갖는다는 것이 내 작업실을 갖는 최초의 순간이잖아요. 근데 그 때 우리가 뭐 잘 사는 나라도 아니었고 집에 가면 다 식구도 많이 살고 그랬는데, 한 어린이 백희나가 자기 몸에 맞는 자기 책상, 일종의 작업실을 가지게 된 거네요. 

: 그러니까 나에게 맞춰졌다는 그게 굉장히 기뻤던 것 같아요. 




: 어린이들 중에 작가님처럼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잖아요. 그리고 또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런데 만들기 할 장소가 많이 없죠. 공간을 어지럽힌다, 시끄럽다, 위험하다 뭐 여러가지 이유로 얘 그거 하지 말고 차라리 책을 읽어, 대립된 개념이 아닌데 만들기 하지 말고 다른 걸 해, 이렇게 말하곤 하는데 저는 그게 좀 마음이 안 좋아요. 작가님 주변에는 만드는 백희나 어린이를 격려하는 어른이 좀 있었나요? 

: 부모님이 좀 허용해 주시는 편이었고요. 칭찬에 굉장히 관대하고 칭찬을 잘 해주시는 분들이셔서. 지금 제가 이제 50이 넘고 부모님이 연세가 드셨지만 아직도 상을 받았을 때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이 저는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칭찬과 격려가 뭐든지 해라 나쁜 것만 빼고. 그게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 그러면 백희나 작가님 어려서 막 이상한 거 만들고 그랬을 때 이거 만들다 가져가면 ‘아 잘했다, 잘했다’ 해주신 거죠? 

: 그러니까 ‘아 잘했어~’ 하는 거랑 정말 그게 잘했다고 느껴서 칭찬해주는 것의 차이를 저는 알았거든요? 느낌으로요. 제 앞에서 ‘잘했다’ 보다 부모님들이 뒤에서 ‘이거 봤어?’ 이런 이야기가 살짝 들렸을 때 ‘정말 잘했구나.’ 그게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너는 잘 해, 너는 못 해, 이 반응이 굉장히 치명적인 건데요 사실은. 공간이나 환경의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모든 아이들, 모든 사람은 만드는 것,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만드는 과정을 모두 다 즐길 수 있는데,
하나 차이나는 이유가 ‘나는 못 해'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하기 싫어지는 것 같고 
안 좋아한다고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저는 그게 주변 반응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김: 그렇다면 작업실을 어린이한테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작업실에서 어린이가 격려와 응원을 받고 자유로운 상상을 하는 것에 대해서 제약을 주지 않는 그런 조력자의 역할이 도서관에서는 되게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 어떻게 생각하면 그게 존중인 것 같아요. 마음과 행동에 대한 존중. 

: ‘마음과 행동에 대한 존중' 밑줄! 그렇죠. 

: 우리 어른이 되어서도 제일 필요하잖아요. 

: 그게 있어야, 내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 내가 움직일 수 있게 되는. 

: 그 존중이 없으면 내가 기계 같고, 부속품 같고. 그런데 우리는 부속품을 가지고 무엇을 만드는 존재들이잖아요. 내가 무슨 부속이 되어버리고 고정이 되어 버리니까 정말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 표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많이 있는데, 주로 우리는 말을 한다고 생각하죠. 그건 정말 일부에 불과한 수단인 것 같고요. 가장 나를 위한 표현 방식이 뭔가 만들고 그리고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이야기를 만들고. 

: 백희나 작가님 어려서 인형놀이 좋아하시고, 지금까지 좋아하시잖아요?

: 네 좋아합니다. 

김: 어린시절에 인형한테 뭐 만들어 주셨나요?

: 어렸을 때요? 그 때 미국방송이라 그러죠, (AFKN) 거기서 커다란 인형의 집이 한 구석에 이렇게 다 보여지는 거예요. 근데 마지막 장면에 고양이가 나와서 그 완벽하게 세팅된 인형의 집을 와르르 무너뜨리고 가요. 저는 "헉" 이렇게 반응했는데, 그 방송에서 외국 아이들의 반응은 "아하하하" 하고 웃는 거에요. 그 관대함에 여러 번 놀랐어요. 인형의 집에서도 놀라고, 고양이에서도 놀라고, 그걸 받아들이는 그 관대함에도 놀랐는데. 그게 너무 갖고 싶어서 박스에다가 인형의 집을 손으로 만들어줬죠. 

: 그게 오늘날의 <달샤베트>나 <어제 저녁>의 시작이었네요. 

: 오, 그렇죠. 

: 거기서 어린이 백희나가 어른 백희나가 할 일의 기본을 막 연마하고 있었던 것이군요. 

: 하하 수련을 했죠. 

: 그런데 우리가 인형을 만들기도 하지만, 인형이 있을 그 공간을 만드는 재미가 또 있잖아요. 인형 놀이라고 할 때 어른들은 인형 하나만 아이한테, 특히 만들어진 인형을 선물하곤 하죠. 그 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놀 공간까지는 아이들한테 제공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인색한 것 중 하나가 공간을 안 주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떻게 보면은 지금의 노키즈존이라던가 그런 문제도 어린이에게 사회적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진입을 거부하는...

: 말도 안되는 이야기죠 정말. 

: 말도 안 되죠 정말. 인형은 주지만, 집에서도 '저 구석에서 놀아' 이런 식으로 하는데 사실 작가님은 인형 놀이를 요즘 거리에서 하고 계시잖아요? 

: 하하하 그렇죠. 

: 요즘 전시 때문에 바빠서 자주 못 하시겠지만, 인형 드라마를 제작 중이시죠? 인형 놀이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요? 거리에 나갔을 때 어떤 재미를 느끼세요? 

: 음, 사실 거리에 나갔다는 그 상황이 즐겁진 않고 좀 창피한데요. 그게 제가 생각해낸 스토리 안에서 인형들이 그 역할을 해내고, 제가 봐도 그 상황이 정말 그럴 듯하게 재현이 되고 있어서 저도 믿어지게 되고 빠지게 될 때의 그 이야기, 그 환희는 말도 못하는 것 같아요. 

: 네. 그게 바로 만들기와 이야기의 만남인 것 같거든요. 

: 어떻게 보면 신의 영역이죠. 창조한 세상에서, 피조물들이 막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거요. 

: 근데 작가님이 또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셨잖아요?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의 어원을 보면은 결국은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 넣는 거고. 작은 창조주가 되는 경험을 저희한테 하게 하는 장르잖아요. 신의 영역에서 쾌감을 많이 느끼시고 계시는군요. (웃음) 인형놀이와 인형만들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많이 이것을 보고 있을 것 같아요. 

: 응원합니다. 

김: 많이 하세요! 정말 즐겁습니다! 

 : 저희가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도서관 옆에 작업실을 둬 보자. 그 이야기 아까 제가 발제에서 잠깐 했잖아요. 도서관과 작업실의 거리를 가깝게 해보자... 근데 이건 예전에 듀이같은 교육학자이자 예술철학자가 작업실하고 도서관이 가까워야 하고, 목공실이든 제봉실이든 그 아이들이 그걸 만든 다음에 책을 가지고 참조할 수 있어야 하고, 참조한 책을 들고 동네를 나가는 길이 가까워서 아까 작가님 말씀 하신 것처럼 양육자한테도 보여주지만 들고 막 뛰어가면은 그 마을에 목공소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때요?' 이렇게 보여주고. 또 대학교도 있어서 어린이가 이렇게 막 가는 거예요. 그러면 대학교 연구실에 가서 ‘제가 이런 걸 만들 었는데 이런 걸 잘 모르겠어요.’ 이러면 이제 막 연구자가 ‘아, 어린이가 오셨냐’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게 바로 진짜 실험학교다 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작가님은 도서관 옆에 작업실을 두는 이야기에 대해서,  지금 여기 모야가 그런 공간인데 와서 보시고 어떤 느낌을 좀 받으셨어요?

: 너무 이상적인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작업실이 동대문 종합시장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해봤지, 도서관 옆이라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여기 와서 저는 두근두근 했거든요. 얼마나 좋을까? 어렸을 때 저는 학교에 도서관이 있었고,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가서 책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시간이 정말 막 두근두근했던 것 같아요 정말. 책을 꺼내보면서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 '두근두근의 두 공간'이 만났다는 게…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성장이 얼마나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 있을까 싶은 거죠. 

: 음… 그러게요. 저희가 그 도서관은 ‘고요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실은 ‘뚝딱뚝딱의 공간’이잖아요. 그렇게 다 분리하는데. 

: 그렇죠. 분리할 필요가 없는건데요. 

: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머릿속으로 뚝딱뚝딱하는 거라 아까 책나와라 이야기 나와라 다 뚝딱이잖아요? 근데 '뚝딱뚝딱 넌 이야기를 잘 만든다' 저는 또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어렸을 때 제가 사촌동생이 굉장히 많은 집에서 자랐는데, 애들이 이제 막 이렇게 있으면 “얘들아 모여.” 해가지고, 의자 세워놓고 이불을 탁 씌우면 텐트가 되잖아요. 그래서 사자 그려진 담요 이런 걸로 덮어 놓고, 그 밑으로 사촌동생들 애기들을 다 들여놓은 다음에 누나가 이야기 해줄게. 이렇게 애기들 모이면 막 무슨 이야기를 해주는 거예요. 그러면 애기들이 한 동안 고요하게 그러고, ‘와' 이러면서 듣고 그 때 저는 이게 만드는 자의 기쁨이라는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근데 거기는 아주 고요한 공간이지만 사실은 그 안에서 이야기를 뚝딱뚝딱 만드는 거죠. 작가님 말씀대로 이걸 분리해 놓지 않고, 실물의 뚝딱뚝딱과 마음과 생각의 뚝딱뚝딱이 연결이 될 수 있으면 그리고 예전하고 다르게 지금 저희는 훨씬 어린이한테 많은 배려를 해줄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마련 되고 있다고 생각 되거든요. 



백희나 작가의 작품세계와 비평 


 : 작가님, 이번에 <수페르 프리미오 안데르센> 상 받으셨잖아요. 이번에 선정평을 읽으면서 작가님 작품의 세계를 이탈리아에 있는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너무 잘 읽었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보니까 이런 게 있더라구요. 작가님의 책을 읽고 나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사용한 형용사가 ‘다르다' ‘새롭다' ‘놀랍다' ‘이상하다' 이것이었데요. 그리고 이 백희나라는 한 작가가 한 집요한 연구라고 쓰여 있어요.

: 와 정확하게 보셨네요… 

: 네. 좀 지나칠 정도로 집요한 연구자로. 

: 네, 지나치죠. 

: 구성하고 촬영한  3D 세계가 우리한테 그런 경험을 주는데, 거기에 더해 백희나라는 작가가 만드는 이야기만의 그 환상성 그 특성이 우리한테 기이한 감정을 일으킨다는 거죠. 그러면서 작가는 우리한테 이런 걸 준대요. "이 작가는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해준다. 그래서 우리 자신이 그걸 통해 나를 표현하는 방식도 더 풍부해질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느꼈대요. 해외의 독자들이요. 근데 저는 이게 컨퍼런스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은 이상한 생각을 잘 하시는 편이세요? 

: 음... 사람이 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데요, 왜냐하면은 밸런스라는 게 있고 용량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저도 포기한 게 있습니다. 현실성? 사회성? 그게 제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두 가지고 그 대신 이제 판타지를 잡는 거죠. 그 시간에 상상을 하는 거고요.

: 우와. 이것도 오늘 중요한 지점이네요. 삶을 반성하게 됐어요. 밸런스의 하나, 현실성과 사회성을 포기하고 지금 백희나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요. 보통 사람들이 창작자로서 두 개 다 잡으려고 하잖아요. 지금은 여기 예비예술인 분들도 많이 들으실텐데 내가 사회성도 다 갖추고 현실성도 다 취하면서도 환상성을 가진 예술가가 되겠다는 열망을 갖잖아요. 

: 그럴 수 있으면 너무 좋죠. 그런데 저같은 경우는 용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리고 용량이 비교적 작은 편이고 그래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에요. 그것도 제가 선택해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자연소멸이 되는 부분인 거예요. 저는 중요한 게 ‘존중', (아까부터 계속 이야기 했던) 제 자신에 대한 존중과 인정. 그런 부분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도 타인에 대해서 존중하고 인정해 주는 게 같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보호가 되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어떤 창작과 그 창작의 결과물인 것 같아요. 

: 저는 지금 어떤 열쇠 하나가 풀린 느낌을 받았어요. 왜 우리가 작가님 작업을 작품을 읽으면서 그렇게 마음에 돌봄을 받는 느낌이 들지? 라고 생각했는데. 제목에도 ‘이상한 엄마'도 나오고, 이상한 이라는 것이 작가님 작품에 중요 키워드잖아요? 

: 이상하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다르다'는 것 같아요. 

김: 네. 맞아요.


나만의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자신에 대한 존중과 오랜 고독한 시간의 싸움,
그런 특별한 이상함은 거기서 나오잖아요.
생각해보면 나를 존중하면 할수록 내 세계의
특별함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타인으로부터도 존중 받았을 때
비로소 일원으로서
내가 이렇게 더 생각해봐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창조성인데 사회가 이것을 외면한다고 느끼거나 나를 함부로 대하거나,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끼면 얼마나 외롭고 힘들겠어요. 그 고독한 시간들이. 그런데 작가님 작품에서 나를 이해해주는 인물들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보다도 더 신기한 생각을 하는 분이 있고, 또 다른 존재에 대해서 집요하게 관찰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한 예술가가 있고요. 작가님 작품은 모두가 주인공이잖아요. 

: 악인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거죠. 서로 생각이 다른 거고. 

: 맞아요. 작가님은 그런 집요한 연구와 구성을 작업실에서 주로 하시게 될 텐데요, 요즘은 예술의 전당 전시 준비하시느라고 작업은 어디서 하세요?

: 지금 거기 전시실이 다행히 빈 곳이 있어서 그 넓은 공간에서 지금 전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넓은 공간은 처음 써봤어요. 그래서 사실 작업량이 굉장히 많고, 시간도 없었는데 아프지 않았던 게 다행히 아마 공간이 컸기 때문인 것 같아요. 너무 좋더라고요. 

: 이동도 좀 편하고. 계속 거기서 작업해서 전시를 하는 게 또 가까우니까요. 

: 좁은데서 하다 보면 작품이 한계가 생기기 마련인데, 큰 데에서 하니까 정말 다르더라고요. 

: 정말 체육관 같은 거를 이렇게 하나 지어서 해드리고 싶네요. 

: 네. 여기처럼 자연광 있고. 

김: 예술의 전당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작업을 거기서 본격적으로 하신지가?

: 이제 두 달 돼 가죠.

: 두 달동안 거의 출근하신 거죠? 

: 왜냐하면 만들어진 작품을 그대로 가져가서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서요. 저는 작품의 결과물은 사진으로 그림으로 남는 것이고, 그 사진을 얻기 위한 작업을 하는 거였기 때문에 이게 또 다른 어떤 오브제나 작품으로써 사람들에게 전시 관람이 가능하게 하려면 또 다른 창작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거잖아요. 그 창작의 과정이 또 필요했어요. 그 바꾸기 위한 노동의 과정이 되게 많았죠. 

: 맞아요. 원화 이렇게 그림을 2D로 평면으로 그리시는 분들은 그 한 장이 이미 와성된 형태로 책이 나와 있는 거니까 걸고 준비하는 거라면. 작가님은 저는 작업실에 이렇게 가서 본 적이 있는데. 예를 들면 덕지머리가 여러개 라던가. 어떤 것은 표정에 따라 머리는 많지만 몸이 적다던가. 이럴 때 작가님이 한 명 한 명 몸도 다시 만드셔야 될 것 같고요.  

: 네. 집을 만들어도 딱 그 촬영에 나오는 부분만 만드는데, 전시할 때는 이것 자체를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해야 하니까 다시 고쳐야 하는 부분이 많았죠. 전시가 가능한 오브제로 다시 변신을 시켜야 했어요. 

: 그러니 저희처럼 작업에 좀 둔하고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 백희나 작가님은 작업실에 있는 것 가지고 오셔서 멋지게 디스플레이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대단한 오해를 할 수가 있는데, 사실은 그 두 달의 과정이 작가님은 새로운 도전이고 거대한 만들기의 실험이었겠네요. 

: 그렇죠. 저는 얼떨결에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갑자기 ‘왜 하지?’ '너무 고생스럽다' 싶은 거에요. 아이들한테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 하나였던 것 같아요. 그 마음 없었으면 진짜 여러번 엎었겠죠? (웃음) 

: 너무 힘들어서. 왜냐하면 백희나 작가님의 만든 물건이 사이즈가 너무 작기 때문에, 아시겠지만 예술의 전당이라는 그 거대한 공간에 이 작고 작은 물건들이 만드는 세계가 백희나의 우주를 만들어 내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을 밤에 잠도 못자고 하실 것 같아요. 

: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거예요. 작은 장난감 세트들이 있잖아요. 구할 수도 없는 빈티지도 있고 그 구성 하나 없어지면 안 되는 것 아시잖아요. 그게 몇 개겠어요? 그걸 다 거기다 내 놓았다니까요? 

: 아니 왜 그러셨어요? 

: 정말 모든 걸 다 내려놨다고요. 보물들이 다… 

: 근데 너무 감사할 수 밖에 없는 게 백희나 작가님 작품 볼 때마다 이걸 진짜로 보고 싶다는 그 욕망을 정말 많은 어린이 독자들이 갖고 있었을 텐데 이번에 드디어 천국이 열립니다. 여러분. 

: 저한테 천국이고 또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천국이겠죠. 근데 너무 양이 많고, 작고 소중한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못할 것 같아서 다시 기회는 없을 것 같아요. 다 모아놓고, 다 예쁘게 정말 선물처럼 포장을 해서 끌러 볼 수 있게 해 놓은 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정말 제 책을 좋아하신다면은 (독자에게도) 처음이자 마지막.

: 그리고 이런 전시를 볼 수 있는 게 우리가 백희나 선생님하고 가까운 곳에서 살아서 받는 혜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물건 하나하나가 잘 부서지기 때문에 이걸 해외에 전시로 보내는 일은 어마어마한 위험 부담이 있고. 제가 볼 때 이 전시는 우리가 백희나 작가님과 하나의 한반도에 살아서 얻은 혜택인 것 같습니다. 

: 이번에 <수페르 프리미오 안데르센>의 심사평에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제가 좋아서 한 번 읽어볼게요. ‘알사탕은 한국의 아티스트가 시적인 언어와 아주 특별한 테크닉으로 만든 그림책입니다. 점토로 빚은 미니어처들의 표정은 매우 섬세한 주의를 기울여서 표현되었고, 그들은 이 작가가 직접 손바느질해서 만든 옷을 입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캐릭터들을 사려깊고 정교하게 배치된 자신이 다 직접 만든 무대에 세웁니다.’ 작가님이 이렇게 자신의 무대에 작은 인형을 세울 때 기울이는 관찰과 존중이 저희를 행복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린이들이 그 표정을 읽으면서 아까 왜 '나의 몸에 맞는 책상과 의자를 주었어'에서 어린이 백희나가 행복했던 것 처럼 지금 아이들은 내 몸과 내 눈높이에 맞는 인형과 세계를 구축해 준 작가님의 정성에 대해서, 그 놀라운 테크닉에 대해서 그 사려깊음을 느껴서 좋아하는 것 같거든요. 공간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만들기에 기쁜에 대해서 아까 격려를 해 주셨었는데 작가님이 지금까지 만들었던 많은 것 중에 제일 기쁘게 했던 만든 공간은 뭐가 있었나요? 

: 공간이요? 

: 네. 뭐 목욕탕도 만드시고, 뭐 여러가지 하셨잖아요?

: 지금은 이제 어떤 고통이 수반되는 창작의 과정이라면, 정말 기뻤던 거는 어렸을 때 했던 작업인 것 같아요. 뭐가 됐든 ‘이거가 뭐가 될까?’ 결과, 목표를 생각하지 않고 정말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했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기쁨으로 따지자면 그 시절이 가장... 

: 비교할 수 없는. 

: 네 맞아요.

: 네 그것이 바로 어린이에게 작업실을 주어야지 하는 이유이고, 어린이가 그 때 아니면 저희는 계속 밸런스 게임을 한다고 했잖아요. 작가님은 막 소멸시켜 가면서까지 이 세계를 지켜온 분이지만 일반적으로 어른이 되고 나면 현실적인 것들 때문에 이 만드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간섭이 일어나는데, 아이들은 그 모든 걸 내려놓고 몰입할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이기도 한 거죠. 그리고 이런 얘기도 있었어요.



 ‘백희나 작가는 모든 장면을 예술적인
조명 아래에서 촬영합니다.
길고 세심한 창작의 과정은
이 촬영으로 마무리 됩니다.
 백희나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어린시절에 겪은감정과 시야를 
삶의 중심에 놓고 살아갈 수 있도록
그 때의 마음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백: 멋진 평이네요. 

: 대단한 일을 하신 거예요. 

: 아, 평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 제가 이거 보고 작가님의 작품을 계속 리뷰하는 리뷰어였는데 반성을 엄청 많이 했어요. 우리는 좋은 리뷰어가 되어야 겠다. 또 한 편으로 이런 평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쉬운 언어로 그런데 진짜 공감하는 말이었어요. 

: 서양인들의 칭찬을 우리가 못 쫓아 가잖아요. 그런 것도 있는데,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제가 어렸을 때 칭찬이 원동력이었다고 했잖아요. 그게 우리 되게 필요한 것 같아요. 이런 공간도 되게 중요한데 그런 반응이...

: 아… 반응. 여러분 여러분이 백희나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시면, 또는 이렇게 이제 비슷한 작업을 하는 수많은 우리 그림책 작가들이 이야기와 만들기 사이의 다리를 놓고 있는데, 그 분들을 좋아하시면 책을 읽고 좋았으면 반응을 많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 난 이게 정말 좋았다, 나도 이런 걸 한 번 만들어 봤는데 보여주고 싶다.’ 그게 상호작용이죠. 뭔가 작가님 작품 비슷하게 만든 것을 어린이들이 올려놓으면 되게 기쁘지 않으세요? 

: 네, 너무 좋죠. 

: 그런 반응들. 아까 뭐 서양인은 칭찬을 잘 한다 이런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작가님 말씀 중에 앞에서 "너 이거 정말 잘 만들었네, 여러분~" 이렇게 대놓고 하는 것보다는 문틈 뒤에서 ‘아까 희나가 만든 거 봤어?’ 라든가 '와 어떻게 그런 걸 만들었지?’ 하는 거요. 

: 이건 이렇게 했고 이건 이렇게 표현한 게 너무 좋았다 하는, 뭐 그런 것들이 말하자면 리뷰잖아요? 

: 그렇죠. 구체적 리뷰

: 네. 그런 평가와 존중. 계속 저는 존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말씀을 드리는 이유가 아이들이 만들었든 어른들이 만들었든 누군가의 작품에 대해서 정말 제대로 된 리뷰를 해주는 것, 코멘트를 해주는 것. 그게 정말 굉장히 필요한 과정인 것 같아요. 

 김: 비평적 작업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어린이들은 이게 정확한 존중에 따른 칭찬인지, 아닌지 바로 안다고 하셨잖아요. 작가도 마찬가지셨고요. 그런 점에서 저희가 칭찬에 대한 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와~ 멋져, 작가님 최고예요!’ 그런 리액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이게 정말 구체적이고 진지한 관찰과 존중의 마음 속에서 나오는 평가들인지, 아니면 그냥 이렇게 롤러코스터 같이 허공에 떠도는 말들로도 된 리뷰들도 있잖아요. ‘와 백희나 작가님 세계적인~’ 막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 작가의 작품에 대한 존중과 관찰의 시간이 없는 리뷰들. 이런 경우는 작가님에게 뿐만 아니라 같이 리뷰를 읽어보는 독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가 좀 더 구체적이고 섬세한 리뷰를 하는 독자들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제가 롤러코스터 이야기를 했는데 저희가 여기 와가지고 '모야 출판사'라는 이름으로 작업하고 간 작업실 작품 중에 이 그림책을 보고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가지고 왔어요. 

: 사실 좋은 작품이 되게 많은데… 하나만 골랐어요. 

: 저희가 막 계속 ‘와, 이거~ 이거' 하면서 계속 읽다가 그 중 하나의 작품이지만 너무 좋아서 가져왔는데. 이 작품 어떤 점이 좋으셨어요? 

: 일단 한 가지만 꼽기 너무 힘들지만, 저는 이 첫 장면에서 압도가 됐어요. ‘롤러코스터를 탄다~~’ 이거 하나로 와... 여기서 정말 압도가 됐어요. 이거 하나로 모든게 설명이 되는... 와서 보셔요! 너무 좋습니다! 

: 그러게요. 이게 너무 그림책의 중요한 부분은 여러분 직접 보시는 겁니다. 어디가서 이렇게 몇 컷만 보고 이야기하실 수 없죠. 한 장면 한 장면이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데 저희가 이제 이런 어린의 작품이 아까 보여드렸던 선공개, 미리보기 한 페이지만 보여드리면 하나의 나선이지만 '롤러코스터를 탄다' 라는 간단한 문장과 이 꼬불꼬불한 선 하나가 이제 이 이야기의 시작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고 이제 뒤에 재밌는 내용들이 나와요. 

모야랩 이지호 어린이의 '롤러코스터'

: 그런가 하면 제가 또 이걸 가져온 이유는 저 많고 많은 어린이 작업 중에 지금 이 사이즈를 한 번 보세요. 그래서 이 책이 지금 어린이가 만든 책이거든요. 이렇게 좀 잘 보이게 제가 올려놔 볼게요. 손가락하고 비교하시면 제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 되거든요? 근데 이 엄지손가락 크기의 이 책을 만든 어린이의 마음을 좀 생각해보게 됐어요. 작가님 이런 거 많이 하셨죠?

: 그렇죠.

: 지금도 많이 하고 계셔서 제가 백희나 작가님 손은 현미경 손인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요. 작은 거 만들 때 주의할 점 뭐가 있을까요? 비결이 있다면? 

: 작은 거 만들 때 비결이요? 눈! 노안주의. 그리고 저는 아까 이거 만들 때도 이거 장갑끼고 만져야 된다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는데, 손에 기름때가 묻기 때문에 좀 조심스러웠어요. 어쨌든 죄송합니다.

: 이것은 공책이었는데. 손으로 죄송합니다. 그래서 이것도 이렇게 펜 꽂이가 있는데. 

: 안에 페이지가 다 있는. 

: 네 맞아요. 

: 저희가 작은 것을 만들어 보는 것으로부터 큰 상상을 할 수 있고, 또 큰 것에 대한 어떤 경험으로부터 작은 관찰도 시작되고 그런 것 같은데요. 

: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 자꾸 존중이 떠오르네요. 오늘따라. 

: 네 맞아요.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 작다는 것을 자꾸만 사회에서는 어떤 힘하고 연결 시키죠? 

: 그렇죠. 네. 



만들기와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에게 


김: 오늘 만들기와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한테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은 뭐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세요?

백: 응원합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 그 시간에 대해서 만약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으면 굉장한 많은 존경과 응원을 받을텐데 만들기를 하고 있으면, 쓰면 안되는 물건을 썼다던가 어지르면 안되는 공간을 어질렀다던가 그런 것에 대해서 혼날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 과정을 어떤 죄의식을 가지고 할 수가 있어요. 꼭 그 때의 과정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앞으로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을 포함해서 과거-현재-미래 자신이 만드는 모든 작품과 그 과정에 대해서 존중받지 못할 거예요. 별거 아닐거란 생각이 들 수 있고요. 

근데 정말 가장 소중한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이 과정,
 내가 만든 이 작품에 대해
어떤 비난을 받거나 
어떤 안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자기 자신만큼은 자기 작품을 정말 보물처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거에요. 


만약에 그것을 해치려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되고, 그것을 허용해서도 안 되요. 그러니까 내 작품을 지키고 나의 만들기, 나의 그리기 창작의 과정을 자기 자신이 지키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지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거니까. 그런 섬세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예민하고 마음이 여릴 수 있어요.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준을 밖에다가 두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는 절대 안되고, 나의 창작의 과정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해서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을 해야 되고 강하게 지키셔야 합니다. 그 마음과 그 과정과 그 결과물에 대해서. 내 자신만큼은 철저하게 아끼고 존중하는 그런 마음을 지켜야 된다는 말씀을 꼭 당부드리고 싶어요. 

: 어린이 작업자들이 정말 많이 혼나기도 하고, 또 많이 이렇게 비교 당하죠. ‘너는 왜 저 미술학원 다니는 애들처럼 저렇게 만들지 않니?’ 라고. 

: ‘이게 맞아!’ 라고... 혹은 ‘이게 잘하는 거야.’ 

김: 네. 또는 뭐 ‘네가 지난번에 그런 걸 만들었으면 이번엔 좀 이런 걸 만들어야 된다'고 자꾸만 그 자신이 만든 세계를 변형하려고 하거든요. 또는 그 세계에 대해서 뭐 이렇게 이렇게 해가지고 결국 우리는 왜 ‘돈 얼마 벌어?’ 그런 거 물어보잖아요? 그런데 이제 어린이들한테는 ‘너 공부 잘하니?’ ‘너 몇 등이야?’ ‘너 미술 1등이니?’ 등. 아까 상 한 번도 안 받아 보신 우리 백희나 작가님이 이렇게 우주 유니버스 작가가 되셨는데됴. 

: 세상의 기준이라는 것에 절대 너무 그러지 마세요. 

: 그러니까 창작자야말로 자기를 지키는 그 최전선의 사람? 그렇다는 걸 어린이들도 생각하시면서 하던 작업 열심히 하시고, 그 다음에 자기를 사랑하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뭔가 뭉클한 얘기들이에요. 

: 이제 예술의 전당에서 곧 전시를 여시게 되는데 작가님이 독자들하고 이렇게 전면적으로 만난 적이 없는 분이어서, 이야기의 정수를 거기서 보시게 될 것 같아요.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 봤으면 하는 코너? 혹시 하나 이렇게 공개해주실 수 있으세요? 

: 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각자가 다 다를 테니까?

: 네 마음에 드는 걸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뭔가 맹꽁한 질문을 했군요? 

: 아니에요. (웃음) 





Q&A


김: 저희가 몇가지 미리 사전 질문을 받아서 그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작가님은 이야기 소재는 어디서 가져오시나요? 

: 일상생활이죠. 네, 평소에 좋은 작품을 보는 것도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고요.

: 그럼 좋은 작품 보러 어디 가세요? 

: TV도 많이보고, 유튜브도 많이 보고, 전시도 많이 다니고 만화책도 많이 보죠. 

: 작가님이 예전에 저와 홍대입구에서 만났는데, 그 때 우리 둘 다 속상한 일이 있는 때였어요. 그런데 제가 막 ‘아, 속상해요…’ 그랬더니 저한테 ‘어디 좋은 데 갈래요?, 그러더니 갑자기 가방을 메고 ‘따라 오셔요!’ 그러더니 큰 빌딩 지하에 만화책 서점이 있어요. 

: 던전이죠. 

: 네, 던전같은 데 딱 데리고 가셔서 ‘여기 좀 돌아다니면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그래가지고 제가 가서 막 돌아다니다가 ‘와’ 정말 기분이 확 좋아지는 거예요. 그러더니 작가님이 나오셔서 ‘다 봤으면 갑시다.’ 그래서 딱 봤는데, 장바구니. 작가님은 항상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시거든요. 근데 거기에서 제 가방에다가 갑자기 ‘이거 웃겨요. 집에 가서 보세요.’하고 하나 선물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 네. 만화책에 모든 것이 다 있죠. 글과 그림이 있고 스토리와 연출이 있기 때문에 스토리보드 공부하는데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되죠. 


: 아 그렇군요. 또 다른 질문은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한참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 이런 이야기 하다가 요즘은 쏙 들어가고 이제는 ChatGPT, 인공지능 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런데 작업실이라는 것은 아주 아날로그 공간이죠. 그렇죠? 그런데 한동안 도서관에서 메이커스페이스라 해서 3D프린터로 작업하고 이런 공간을 두는 게 한동안 유행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젠 그런 것도 한 물 간 게 아닌가 하는 질문이죠. 그러면서 AI로 뭘 해야 하는데 하는 거죠. 

: 야, 어렵다! 

: 사실 저한테 질문하신 분이 있는 건데요, 작가님은 요새 인공지는 이런 거 돌아가는 걸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 아, 한 치 앞도 내대 볼 수 없구나 하는 느낌이죠. 

: 근데 작가님 작업 중에 촬영 작업이나, 애니메이션 편집 작업은 기술발전에 좀 도움을 받는 것들이 있죠? 

: 네. 굉장히 옛날에는 돈이 필요하거나 장비가 필요하거나 이래야만 가능했던 일들이. 요즘은 굉장히 쉬운 어플들이 많아서 핸드폰으로 해결 가능한게 많고 접근과 시도가 굉장히 쉬워진 점이 있죠. 

김: 그런 면에서는 저희가 도움을 받을 수 도 있는 부분인거죠. 근데 저는 그 메이커스페이스 프로그램에 대해서 어떤 측면에는 비판적이었던 부분이 있어요. 도서관마다 공간을 다시 설계를 해 가지고, 우리도 이런 3D프린터가 있어, 아이들이 어떤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어 하고 일회적으로 설계한 공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거에 대해서 비판적이고요. 그리고 그것이 기존의 책의 공간을 너무 경시하는 분위기로 가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작업실에 여러 형태들이 있겠지만, 3D 프린터 중심의 그런 작업들 보다는 아주 오래된 사물, 빨대를 가지고 만들고 종이를 가지고 만들고 내 주변에 일상을 관찰하는 이런 뚝딱뚝딱 작업실부터 게임을 하고 코딩하는 그런 작업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기술 전반을 포괄하는 작업실과 도서관. 이런 의미가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말씀대로 좋은 기술은 어린이들이 이야기를 만들 때 활용할 수 있는 거고, 그렇지만 그 기술을 익히는 것이 그 이야기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고요. 

: 그렇죠. 그건 그냥 어떤 도구에 불과한 거죠. 

김: 그리고 그 경험은 마치 요즘에 코딩은 배워야 하고, 책은 안 읽어도 되고. 막 이러면서 ‘왜 책 읽어? 코딩 배우러 가야지.’이런 건 뭔가 전도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 현장 유튜브 질문이 또 많이 올라왔어요. 저희가 한 번 해결해 볼까요? ‘용감해진다는 게 아이들이 실패를 받아들이고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라고 질문하셨는데요. 저는 어린이가 다 가슴 속에 용감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게 저한테 주신 질문이어서 말씀을 드리면, 용기를 갖고 있지 않은 아이는 없어요. 아기는 태어날 때 자기 어깨를 탈골시켜서 태어나죠. 왜냐하면 머리보다 어깨가 조금 넓기 때문에 스스로가 그 산도를 통과하려면 어느 순간에는 결단을 해서 이렇게 딱 자기도 모르게 탈골을 시켜서 나오면, 아기가 나오면 ‘타다닥' 하면서 다시 뼈가 제자리가 되는 거예요. 딱 꺼내면. 그런데 그 용기는 어린이가 선택한 최초의 용기이고, 우리는 다 그런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만들어 본 사람들인 거죠. 

: 뭐든지 할 수 있겠네요? 탈골을 했는데! 

김: 네! 맞아요. 그리고 제가 어린이하고 이야기하다가 이제 뭘 엎었어요. 이렇게. 팝콘통 같은 거 큰 걸 엎었는데. ‘아' 이러면서 주변에 걱정하는데. ‘괜찮아?’ 이랬더니. ‘엎어졌으니까, 이제 주울 수 있게 됐잖아요.’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아이가. ‘야 이거 다 엎질러서 어떻게 하니' 하고 걱정하는 건 어른들이고, 아이들은 ‘이렇게 많이 언제 주워보겠어요?’ 라고 하면서 앉아서 다 담더니 끝날 때 너무 좋아 하더라구요. ‘다 주웠다!’. 그러니까 실패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주위의 반응도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미리 걱정하잖아요? 요즘 세계가 위험하니까. 그런데 그보다는. 저희는 보이지 않는 곳에 가로등처럼 있는. 제가 <거짓말하는 어른>이라는 평론집을 쓸 때 그 말을 했는데요. 우리는 다 ‘없다'고 거짓말하지만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래서 멀리서 보이지만 어른이 눈에 보이면 아이들은 절대 모험을 하지 않죠. 그래서 어린이가 모험할 수 있게 없는 장소에 있는 어른들이 되고, 거기에서 아이들의 실패를 봤을 때 우리가 용기를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빨리 도와주고 싶잖아요? 그런데 그 때 조금 더 기다려주고, 실패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위험 요소만 없는 그것만 체크해주는 사람들이 되는게 바로 작업실 어른들의 모습인 것 같아요. 


: 백희나 선생님께 ‘푸르미' 님이 질문하셨네요? 단행본 너무 좋은데, 시리즈물도 생각하시나요? 

: 네. 생각하죠. <어제 저녁>이라는 책은 이제 시리즈를 구상을 하고 만든 책이라서, 언젠간 시리즈로 만들고 싶죠. 

: 여기서도 '마을' 같은 시리즈물 계획을 여쭤보셨는데, 그리고 캐릭터들이 공간적 시리즈들도 있지만 시간적 시리즈들도 있잖아요. 캐릭터가 성장해서 그 다음 시리즈에 나오고 뭐 이런 것도 고민하시는 거죠? 

: 네 뭐 <알사탕> 같은 책은 <나는 개다>가 그 전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시간적으로 연결이 있는 책이죠.

 

: 이어서 클레어님께서 백희나님께 질문하셨어요. ‘작업과정을 보면 놀랄 때가 많은데요. 특히 <달샤베트> 작업과정에서 조명을 보고 놀랐어요. 아이들과도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은데 유튜브로 독학 (그 시절에는 유튜브가 없지 않았나요) 해서 만드셨나요? 

: 네 없었죠. 조명은 제가 전기는 못 만져서. 전기 만지시는 전문가에게 부탁을 드려서 이렇게 이렇게 해주세요 라고 한 거에요. 

: 그 때 그게 2mm  led 조명인가요? 그걸 쓰셨던 것 같아요. 

: 네 맞아요. 그런 것도 많이 썼죠. 

: 그리고 또 작가님 작업실 그 때 아마 동빙고 작업실 계실 때죠? 그 작업실 근처에 전파사 기사님이 도와주셨던가요? 

: 아니오. 훨씬 더 전문가 분께서 미니어처 만들고 그런 분이 해주셨어요. 

: 와. 그렇게 해서 이제 실제 조명이 켜지는 걸 도와주신 거죠? 

: 네. 맞습니다.  


: 백희나 작가님처럼 아파트 전체 불을 켜고 이런 건 어려우니까 그런 작업을 하면서 조금씩 아이들하고 진행해보시면 될 것 같아요. 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자 클랩 스튜디오 님께서 주신 질문이에요. 저희 두 사람 모두에게 주셨는데 '정량적인 평가가 아주 어린 시기부터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창작자로 살아남는 생존 전략이 궁금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 아, 알고는 못 가는 길이죠. 하하하하. 전략은 모르는 것. 내 앞에 펼쳐질 고난 이런 것이 뭔지 모르니까 하는 거죠. 

김: 백희나 작가님의 작업을 리뷰하는 비평가로서 볼 때 작가님이 살아남게 되는 것은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기 자신의 작업에 대한 사랑과 그 세계를 지키겠다는 굳은 결심인 것 같아요. 내가 만든 이 작은 세계들을 누가 하찮다고 말해도, 나는 이걸 독자와 나누겠다. 그리고 내 세계로서 거기에 어떤 수문장이 되겠다는 마음? 

: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전략이라고 하면 정말 나의 작품을 그리고 내 생각을 지키겠다는 내가 나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이 전략인 것 같고 책임감인 것 같아요. 일이기 때문에. 일을 잘 해내겠다는 책임감? 자기가 맡은 일이니까. 그리고 또 어떤 독자와의 약속이니까요. 그 책임감인 것 같아요. 

: 네 맞아요. 이게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한다는 의미의 또 하나 중요하게 수반되는 것은 이것이 결국은 소통할 수 있는 경로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약속이라는 거죠. 그래서 그 약속에 대한 책임, 그리고 그 만들어지는 세계의 공간의 수준과 기준에 대한 자기만의 높은 허들. 그것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어떤 노력. 상업적으로 양보하라고 할 수도 있고, 시간적으로 양보하라고 할 수도 있고. ‘어~ 대충해!’ 뭐 그런 것. 그런 것에 대해 작가님은 한 번의 양보도 없이 자신의 길을 지켜오셨던 분인 것 같고요. 그것이 이제 독창적인 백희나의 세계라는 결과물로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아주 작은 작업을 하는 어린이든, 혹은 저와 같은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저도 수십년 전에 작가님 작업하실 때 옆에서 리뷰를 쓰는 사람이었거든요. 언젠가 1월 3월이었는데 설 지나자마자 작가님 인터뷰하러 갔었어요 제가. 그 때 작업실은 또 유난히 추웠고. 작가님이 그 당시 <달샤베트>라는 이름에 대해 사회적으로 작가님의 이름을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아주 고통받던 시절이었는데. ‘으으' 이러고 꼼꼼하게 작업을 하다가 또 자기의 작업세계를 이야기할 때에는 진짜 천국에 있는 것처럼 웃는 모습을 봤거든요. 그렇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런 게 쌓이고 쌓여서 저희가 하나의 우주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게 창작자로서 살아남는 전략이라면 전략이고 힘인 것 같고요. 여러분 모두 무언가를 창작하시거나, 비평하시거나. 혹은 아까 제가 분석은 용기라고 말씀드렸는데 분석하는 일을 하시는 분들일 텐데. 어린이든, 어른이든, 또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만들기와 이야기를 놓치지 말고 살아 가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오늘 이야기와 만들기 어린이 작업실 모야에서 컨퍼런스 첫째 세션을 했는데요. 긴 시간 동안 들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하고 이 시간을 만들어 주신 모야에도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션에 모야에 대한 발표들 잘 들어보시면, 이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오늘의 오전하고 연결해 보실 수 있을 거고요. 마지막으로 작가님 인사말씀 있으실까요?

: 값진 시간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한테도 굉장히 영감이 되는 좋은 공간이고, 좋은 이야기 였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작가님이 여기 와주신 것 만으로도. 전시 이틀 앞두고 와주신 것 만으로도 저는 진짜 너무너무 감사드리고요. 그 다음에 많은 분들이 전시에 가셔서 오늘의 백희나 작가님의 작업을 아마 다시 없을 기회라고 하니까 다 즐겁게 행복하게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긴 시간 감사드리고요, 저도 이런 기회를 가져서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책, 풀, 톱' 컨퍼런스 첫번째 세션을 마치며
컨퍼런스 후 싸인 타임!
어린이 창작자들을 위한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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