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실패 2012년 6월호
여름이 다가오던 6월 우리는 안면도에서 네번째 워크숍 <쓸데없는 고퀄리티: 나는 연>을 열었다. 연날리기에 무선 통신 기술을 접목해 연과 연을 날리는 사람이 서로 통신하도록 해보자는 거창한 그림을 그리면서 시작한 워크숍이었다. 우선 직접 연을 만들어 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키트로 파는 연을 사서 만들어본 후에 한지, 대나무 등 재료를 직접 마련해 가오리연과 방패연을 여러 차례 만들었다. 방패연은 제대로 만들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고, 그렇게 만든 연을 날리는 것 역시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도심 한복판 골목과 한강시민공원에서 연날리기를 시도했지만 '연 들고 달리기'가 되기 일쑤였다. 연을 날릴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 다녀온 답사만 해도 수차례... 하지만 연에 무선 통신 모듈을 달아서 띄운다는 것은 ‘만만하다'는 말을 붙일 수조차 없을 정도의 난이도였다. 아무리 최소화 해도 모듈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고, 연의 구조 상 무게 중심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겨우 헬륨 풍선으로 대체하는 방법으로 모듈을 띄울 수는 있었지만, 무선 통신 구현이라는 난관에 발이 걸렸다. 결국 정해진 날짜까지 계획했던 기술 실험의 준비는 완성되지 않았다. 거창한 계획은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생활생산자 모임의 사람들과 함께 서해로 떠났다. 오후 3시 쯤, 해변에 도착하자 그 동안 연을 날리기 위해 치룬 고군분투가 무색하게, 연은 바닷 바람을 타고 저절로 날기 시작했다. 하나의 얼레에 감겨 있는 실을 다 풀어내면 그 길이가 약 100미터 정도인데, 손 끝에서 일어나는 1cm의 움직임이 실과 바람을 타고 1만 배나 멀리 있는 연에 닿아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연과 내가 서로 통신하는 것만 같았다. 연날리기가 ‘바람을 만지는' 듯한 경험이었다는 한 참가자의 말처럼, 잊고 있던 손 끝의 감각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연달리기 #무선통신이그리쉬운줄알았더냐 #스윙스윙댄스의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