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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나 라잎 May 15. 2016

창 밖의 크로아티아

완벽한 크로아티아 여행을 위한 호텔 & 에어비앤비

나에게 있어 진짜 여행의 시작은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나서는 순간부터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 처음으로 마주한 풍경은 그 도시의 첫인상이 되고, 숙소에 도착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눈에 들어온 장면은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분을 좌지우지한다. 몇 년째 같은 곳에서 같은 모습을 하고 나를 기다려주는 집을 떠나, 매일매일 새로운 곳에 머물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숙소의 3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심지의 1~2km 반경 안에 있을 것. 일단, 숙소는 여행하는 곳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예쁘고 럭셔리한 호텔이라 할지라도 내 발을 혹사시키는 곳이라면 전혀 예뻐 보이지 않는다. 둘째, 창문을 열었을 때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지는 곳. 이건 내 로망이다. 아침 햇살이 나를 깨워 눈을 떴을 때 영화 같은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대자연의 모습이나 '에펠탑' 같은 아름다운 랜드마크가 창문의 프레임 안에 들어온다면- 테라스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셋째, 그 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곳. 마냥 럭셔리하기만 한 비싼 호텔, 어딜 가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체인 호텔은 매력이 없다. '살아보기'가 요즘의 여행 트렌드이듯, 잠시 머무는 그곳에서도 '살아보기' 여행이 연장되었으면 한다. 그 지역만의 색깔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거나 남다른 히스토리나 콘셉트가 있는 호텔이면 좋다. 하지만, 호텔이 가지는 특별한 매력이란 건 사실상 두 번째 조건에서 언급되었던 '전망(view)'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떤 하나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오랜만에 먼 곳으로 떠났던 지난가을, 크로아티아 여행을 완벽하게 완성해준 다섯 곳


Zagreb 자그레브

Hotel Explanade Zagreb 호텔 에스플러네이드 자그레브

호텔 에스플러네이드 자그레브 로비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승객이 되다  

자그레브 숙소로 선택한 에스플러네이드 자그레브 호텔은 3번째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이다. 중심지와는 거리감이 조금 있어서 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했지만, 이곳의 특별한 스토리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1925년,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VIP 고객들을 위해 세워진 호텔이라는 것. 어렸을 때 아거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재미있게 봤던 나에게 다른 옵션은 없었다. '답정너'인 채로 영혼 없이 자그레브의 다른 호텔들을 검색했다 결국 이 곳을 택했다.


커다란 샹들리에, 여러 개의 시계가 걸려있는 로비가 유난히 아름답다. 클래식한 호텔 이곳저곳을 거닐다 보면 1925년 오리엔트 열차의 승객들이 이 곳에서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비비안 리, 알프레드 히치콕, 엘리자베스 테일러, 루이 암스트롱, 엘리자베스 여왕 등 많은 유명인사들이 이 곳을 다녀갔다.

Hotel Esplanade Zagreb ★★★★★


Mihanoviceva 1, Zagreb, 10000, Croatia

http://hotel-esplanade-zagreb.h-rez.com/index.htm


Zadar 자다르

Mary's place on the Sea Organ 메리즈 플레이스 온 더 씨 오르간

바다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자다르에서 머물 곳을 찾을 때는 숙소의 미적인 가치나 청결도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자다르의 명물인 '바다 오르간'과 '태양에게 인사'가 숙소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가 중요했다. 에어비앤비를 열심히 뒤지던 중 어떤 사람의 후기가 나의 시선을 멈추게 했다.


The sea organ will lull you to sleep.
We left the window open so we could hear it all night.
- Kristin


파도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잠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실제로 우리가 머물게 된 숙소는 이 두 곳과 정말 가까이에 있었다. 문을 열고 열 발자국 정도만 걸으면 '바다 오르간'에 도달하고, 또 몇 발자국만 움직이면 어느새 화려한 빛으로 반짝이는 '태양에게 인사' 앞에 다다르게 되었다. 자다르에 도착한 날, 밤늦게까지 파도가 연주하는 소리를 들으며 '태양에게 인사' 위를 신나게 뛰어다녔다. 아담한 메리의 집은 소박하지만 깨끗했고 화장실은 호텔 부럽지 않게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Mary's place on the Sea Organ


Obala kralia Petra Kresimira IV, Zadar, Croatia

https://www.airbnb.co.kr/rooms/3249264


Split 스플리트

Antique Split Luxury Rooms 앤티크 스플리트 럭셔리 룸

스플리트의 꿈같은 아침

스플리트에서 머문 앤티크 스플리트 럭셔리 룸 호텔은 신기하게도 궁전 안에 있었다. 로마 황제가 자신의 노후를 위해지었다는 1,700년 역사의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이곳은 다른 여러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며 보았던 궁전과는 달랐다. 호화롭게 장식된 궁전과 그 앞에 정갈하게 꾸며진 정원이 있는 곳이 내가 여태까지 봐온 왕들이 거주하는 곳이었다면, 이 곳은 요새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유라시아 아바르 족이 침입했을 때 공격을 버텨냈으며, 시민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황제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궁전이 아니라 시민들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요새가 아니었을까. 


시민들의 피난처에서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이 궁전 안에는 호텔, 레스토랑, 바, 숍 등 모든 것이 자리 잡고 있다. 고요히 잠들어 있는 다른 곳들의 성이나 궁전과는 달리 아직까지 살아 숨 쉬는 활기찬 성 안의 모습은 정말 색달랐다. 우리가 머물렀던 궁전 안의 호텔에서는 13세기에 짓기 시작해 300년에 걸쳐 완성되었다는 성 도미니우스 성당의 종탑이 보였다. 위 사진 속 풍경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내 눈 속에 비친 그림.

Antique Split Luxury Rooms


Poljana Grgura Ninskog 1, 21000 Split, Croatia

http://www.antique-split.com/en/


Dubrovnik 두브로브니크

Deluxe Aparment for 4+ Roof Terrace

디럭스 아파트먼트의 리빙룸

이 집이 내 집이었어야 해 

4박 5일이란 가장 오랜 기간을 머물렀던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살아보기'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매일 아침 시장이 열리는 군돌리체바 광장에서 재료들을 사와 직접 요리를 해보고, 새벽부터 일어나 누군가에게 쫓기듯 하던 여행에서 벗어나 '여유'란 걸 누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부엌과 거실과 방이 있는 정말 집 같은 곳. 크로아티아 5성급 호텔과 맞먹는 비용이었지만, 에어비앤비에서 발견한 이 아파트먼트는 마음속에 그리던 꿈같은 집이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예약을 했다.

침실의 창문 밖으론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옷가지를 널어놓은 사랑스러운 집들이 보였고, 테라스에서는 크로아티아의 오렌지 빛 지붕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집이 내 집이었으면… 지금까지 크로아티아에서 머문 곳들도 모두 마음에 쏙 들었지만, 여기에선 창 밖의 풍경뿐만 아니라 집 안의 구석구석을 탐험하게 되었다. 요리는 정말 직접 해서 먹었냐고? 원래 하지도 않던 요리는 고이 마음속에 접어두기로 했다. 10번도 안 되는 두브로브니크에서의 식사 중 한 끼를 망쳐버릴 수는 없었다. 

Deluxe Apartmemt for 4+ Roof Terrace


https://www.airbnb.co.kr/rooms/2689782


Dubrovnik 두브로브니크

Bellevue Hotel 벨뷔 호텔

벨뷔 호텔 프라이빗 비치

아드리아해를 품에 안다

크로아티아를 떠나기 전 마지막 날의 테마는 휴양. '아드리아해의 진주'라 불리는 두브로브니크에 꽃보다 아름다운 '누나들(나에게는 언니들이지만)'처럼 성벽 안을 거닐기만 하다 돌아갈 수는 없었다. 두브로브니크의 해변가에는 굉장히 비싼 호텔들이 많은데 벨뷔 호텔은 올드타운에서도 너무 멀지 않고 가성비가 좋은 호텔이었다. 한적한 프라이빗 비치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음악을 듣고 샹그리아를 마시며,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두브로브니크의 햇살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꼈다.   

벨뷔 호텔 실내 수영장

날씨가 쌀쌀해지는 저녁쯤에는 실내 수영장으로 들어왔다. 전면 모두 유리로 되어있어, 어둠이 드리우기 전까지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수영을 할 수 있다. 자쿠지와 스파 시설도 있다. 스파는 예약이 꽉 차있는 관계로, 오랜 여행을 하며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톱만 다듬고 레스토랑에서 저녁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 라이브 연주를 곁들인 한 잔의 칵테일로 우리의 크로아티아 여행은 막을 내렸다.

Bellevue Hotel ★★★★★


Pera Cingrije 7, Dubrovnik, 20000, Croatia

http://www.thebellevue.com/


우리가 집을 살 때 전망, 위치, 구조 등을 까다롭게 고려하는 이유는 '집'에 의해 우리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이 우리 삶의 일부라 본다면, 여행지에서 잠시 머무는 곳도 '집'과 같이 중요한 존재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크로아티아 여행. 그것을 완성시켜 준 또 다른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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