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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나 라잎 Jul 09. 2020

비엥 타라 빌라 Vieng Tara Villa

방비엥 숙소

남아도는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몰랐던 방비엥에서 위안이 되어주었던 것은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다.

누군가의 여행 기록에서 보게 된 사진 한 컷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한없이 펼쳐진 초록색 들판. 그 푸르름을 마주하고 앉아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곳에 앉아있는 내 모습, 거기에서 느끼게 될 나의 감정이 그려졌다.


앞서 적은 글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그곳. 밤마다 수많은 호텔과 에어비앤비를 검색하다 누군가가 올려놓은 사진 한 장으로 방비엥의 숙소를 결정했다. 몰디브가 떠올랐다. 에메랄드 빛 물이 연둣빛 논으로 바뀐 것 같았다.


방은 그리 크지 않지만 넉넉하고 샤워기 물은 졸졸 나오지만 괜찮다. 문틈 사이로는 조그마한 도마뱀이 들락날락 거리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긴 라오스인걸? 이렇게까지 관대해질 수 있는 건 방에서 보이는 바깥 모습 때문일 거다. 한쪽이 모두 유리로 되어있는 방 안 침대에 누워 푸르름을 한없이 감상할 수 있다. 바다도 계곡도 산도 아닌 논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논뿐만이 아니다. 방비엥을 들어설 때부터 내 시선을 사로잡은 이국적인 산이 더 멋져 보인다. 거대한 삼각형이 겹겹이 쌓여있는 우리나라의 산과는 달리 동글동글한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 있는 이곳의 산은 꼭 산신령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이 신비롭다.


숙소에서 보이는 논과 산과 이들의 배경이 되어주는 하늘은 자꾸 보아도 지겹지 않다. 오늘 아침의 모습은 어제와 다르고 내일이 되면 또 달라진다. 방비엥에서 머문 3박 4일 동안,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으러 갈 때, 숙소를 나설 때, 저녁에 숙소로 돌아올 때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굳이 하루를 온전히 빼놓지 않아도 숙소에 머무는 시간이 충분했지만, 이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는 3박 4일 여행 중 마지막 날 하루를 숙소에 머무는 날로 정했다. 논 한가운데 오두막에서 책을 조금 읽다 그냥 가만히 앉아 보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논 안에는 논일을 하는 사람들, 바깥으로는 나무를 타며 노는 아이들이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우리가 있는 오두막까지 뛰어 들어왔다.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더니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우리 주변을 어슬렁대며 프레임 안으로 자꾸 들어온다.


저녁엔 내가 좋아하던 그 그림 속에 낯선 이들이 들어왔다. 남자는 내가 좋아하던 산을 찍어 여자에게 보여주었다.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들은 모르겠지.


그 밖의 사진들

비엥 타라 빌라 Vieng Tara Villa

밥을 먹는 곳과 조식, 논 한가운데의 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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